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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30. 2023
청소년 시절을 그러모은 열세 장의 다이어리
[리뷰] 마야 호크의 [Moss]
<기묘한 이야기>(2019-2022)의 로빈 버클리 역으로 캐스팅된 라이징 스타 마야 호크(Maya Hawke)의 활동은 연기나 화보 촬영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가 싱어송라이터로서 두각을 드러낸 데뷔앨범 <Blush>(2020)는 싱글 'To Love a Boy / Stay Open'에 참여했던 그래미 수상자 제시 해리스(Jesse Harris)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둔 결과물이다. 소포모어 앨범인 <Moss>는 해리스의 동료 조나단 로우(Jonathan Low), 벤자민 라자르 데이비스(Benjamin Lazar Davis), 윌 그레페(Will Graefe), 크리스찬 리 휴스턴(Christian Lee Hustion)가 작당모의하여 잉태한 또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고등학생 시절 썼던 시와 가사를 아우르며 살을 붙여간 호크는 작업물을 천천히 톺아보며 이끼처럼 기억과 감정을 응집시킨다. 아트워크처럼 나뉜 분신의 자아는 발튀스의 작품인 <꿈꾸는 테레즈>(1938)의 소녀처럼 공상을 펼친다. 호크는 'Thérèse'에서 아파루사종의 말이나 셸비 코브라 자동차를 연상하며 자유롭게 꿈속의 세계에서 자유롭게 노닌다. "눈치가 없다느니, 인생은 시험이라느니 / 단지 테레즈일 뿐." 허드슨 강 위에 떨어진 한 소녀가 인어로 환생하는 스토리의 'Mermaid Bar'는 입체 그림책을 오디오로 펼쳐 보이고, 비(B)로 시작하는 이름의 뮤즈를 다루는 'Bloomed Into Blue'는 두운법으로 운율감을 조성한다. "머릿속으로는 확신이 서요 / 전 바닥 없는 바다라고요(brain, bottomless)."
호크는 팬데믹 당시 자가격리로 우연찮게 동생의 도움을 받으며 테일러 스위프트의 <folklore>가 제작된 롱 폰드 스튜디오(The Long Pond Studio)를 영감의 장소로 꼽았다. 이에 영감을 받은 마냥 인디 포크 스타일의 단출한 어쿠스틱 기타는 목가적이며, 가사는 자연물을 대상으로 삼아 코티지코어 스타일을 장려한다. ('Luna Moth', 'Restless Moon') 'Backup Plan'에서 호크는 "네가 숲에 심어놓았던 꿈 / 여름 창고에 있는 너의 겨울 코트 / 네가 좋아하는 게임, 숨겨진 비밀, 너의 거슬리는 점"이라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하는데, 싱어송라이터 애드리안 렌커(Adrianne Lenker)의 작사와 근접하다고 볼 수 있겠다. 'Sticky Little Words'는 여름날의 아지랑이를 늘어뜨린다.
비트(Beat)가 아닌 펄스(Pulse)가 사방을 휘집어놓는다. 그레페가 피처링한 'Crazy Kid'에서는 에코 사운드와 드럼을 더해 무료한 아웃트로를 보완한다. 뒤돌아보게 만드는 킬링 트랙은 'Thérèse'를 제외하고는 전무후무하지만, 리드미컬한 킥드럼의 'Sweet Tooth'나 'South Elroy'의 빠른 템포는 앨범의 캐치 모먼트로 작동한다. "난 어금니 때문에 무너져 내렸어 / 열에 녹아버리는 빙하처럼." <가타카>(1997)에 출연했던 가족 에단 호크(Ethan Hawke)와 우머 서먼(Uma Sumon)을 회고하는 'Driver' 역시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관여한다. <Moss>는 걸출하지 않아도 음악적 역량을 키워나가는 젊은 배우의 두 번째 도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