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살아 숨 쉬는 건 아리수가 혈액처럼 흐르기 때문

written by 임창덕


영화 <아라비아 로렌스>에는 수도꼭지와 관련된 장면이 나온다. 처음 외국여행을 하게 된 아랍인들이 호텔 욕실의 수도꼭지를 떼어내려고 낑낑대고 있었다. 그 이유는 수도꼭지를 틀기만 하면 물이 나오니, 몇 개만 가지고 가면 사막에서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물, 현대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경이로운 기적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사막에서 물을 찾아 헤매던 아랍인들에게 수도꼭지에서 펑펑 쏟아지는 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사막으로 돌아가면 물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수도꼭지를 떼려 했던 것이다.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아리수는 어디에서 오는가


서울시 수돗물인 아리수는 한강물을 원수로 사용하여 정수해서 공급한다. 한강의 발원지는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창죽동에 있는 검룡소(儉龍沼)다. 검룡소에서는 하루 약 2000~3000톤의 지하수가 솟아난다. 이 물은 골지천, 조양강, 동강을 거쳐 남한강이 되고,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해 우리가 아는 한강이 된다.

아리수는 팔당댐부터 잠실 수중보 상류에 있는 한강물을 취수해 사용한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한강변에 위치한 여러 취수장에서 강물을 끌어들인 후, 이를 아리수정수센터(정수장)로 보내고도 정수 처리 과정을 거친다. 현재 서울에는 암사, 강북, 구의, 뚝도, 영등포, 광암의 6개 아리수정수센터가 있다. 우리나라 근대 상수도는 1908년 9월 1일, 지금으로부터 약 117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정수장인 뚝도 정수장이 준공되어 사대문 안과 용산 일대의 주민들에게 공급했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참고로 서울의 수돗물 브랜드인 ‘아리수’는 ‘크다’는 의미의 순우리말 ‘아리’와 물을 뜻하는 한자어 ‘水(수)’가 결합된 말이다. 서울시는 2004년부터 서울의 수돗물 이름을 ‘아리수’로 명명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서울의 수돗물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다.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신, 좋은 물에 대한 접근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


환경부는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3년에 한 번씩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해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가구 10곳 중 4곳은 수돗물을 음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물을 마실 때 이용하는 방법으로 37.9%가 ‘수돗물을 먹는다(끓여서 포함)’고 응답했다. 수돗물을 먹지 않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노후 수도관의 불순물이 걱정돼서’(34.3%)가 가장 높고,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21.5%), ‘염소 냄새 때문에’(13.2%) 등 순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막연한 수돗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수질검사를 희망하는 가정을 방문해 탁도, 잔류염소, 수소이온농도, 철, 구리 등 5가지 항목을 측정해서 현장에서 결과와 수질관리 방안을 제공하는 아리수 품질확인제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중부수도사업소는 종로구 창신동,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 단지에서 아리수에 대한 안내장과 직접 수질검사를 실시해 안내하는 등 시민들의 수돗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 상수도 종합 계획 2040 아리수 2.0’에 따라 2040년까지 세계 최고의 수돗물을 만든다는 목표로 수립하여 운영 중이며, 1994년 4월 1일 이전에 건축된 수도 배관이 아연도강관인 주택 및 옥내 급수관 전체 교체 시 사회복지시설 및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공사비 전액, 단독주택은 최대 150만 원, 공동주택은 세대당 최대 14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불신으로 정수기를 사용하는 가구가 많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손실을 넘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저렴한 물에 대한 접근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정수기 사용이 답일까? 2022년 한국소비자원이 가정용 정수기 위생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세균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수기는 필터부터 직수관, 코크까지 제대로 위생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생수의 경우에는 개봉 후 장시간 보존, 직사광선 노출 및 고온 보관, 미세 플라스틱 검출 등의 위생과 관련된 문제에 노출될 수도 있다.


반면 아리수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 한강물(원수)을 끌어들여 모래와 자갈층을 통과시켜 침전지에서 걸러지지 않은 더 미세한 입자들을 걸러내며, 오존 처리, 활성탄 흡착 등을 통해 맛과 냄새 유발 물질 및 미량 유해 물질까지 제거한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66개 항목을 포함해 총 357개 항목을 검사한다. 이는 어떠한 외부 오염원으로부터도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이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아리수는 국제표준기구(ISO)로부터 식품안전경영시스템인 ISO 22000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아무리 좋은 아리수라고 하더라도 관리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특히 학교나 공공기관, 공원의 음수대는 장시간 순환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음용할 경우에는 충분히 물 빼고 마실 필요가 있다. 특히 학교에서는 설치된 음수대의 물을 충분히 빼고 마실 수 있도록 물 관리 담당자를 지정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음수대 물이 직접 나오는 부분은 정기적인 소독이 필요하다.

도시가 살아 숨 쉬는 건 수돗물이 혈액처럼 흐르기 때문


식생활 개선이나 눈부신 의학 발전보다도, 상수도 시스템의 발전이 우리 인류의 건강과 수명 연장에 기여한 것처럼, 아라비아의 사막에서 수도꼭지를 떼어가려 했던 이들의 순수한 열망처럼, 단순한 물리적 접근을 넘어,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는 것임에도, 우리는 매일 기적 같은 일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산다.

수도꼭지를 틀기만 하면 맑고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기적 같은 세상에 살다 보니 예전 아침저녁으로 물을 길으러 집을 나서던 고단함을 잊은 지 오래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도시가 살아 숨 쉬는 건 수돗물이 혈액처럼 흐르기 때문은 아닐까. 지금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과 여유는, 과거 누군가의 땀방울이 모여 만들어진 우물가 풍경이 사라진 자리에 아리수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시민들이 사랑으로 응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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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사 : 임창덕 원장(심리학 박사, 한국농촌희망연구원 원장, 前 농협안성교육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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