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양주(楊州)를 떠나며...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나에게 건넨다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역사적인 양주(楊州)에서 짧은 1년을 근무하면서 떠나는 아쉬움을 글로 남기고자 한다. 양주(楊州)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버드나무 고을이다. 양주라는 지명은 1018년 경기도가 경기라는 지명이 부여되었을 때부터 고려 임금 현종이 이 지역이 버드나무가 무성히 자랐다고 해서 버들 고을이라고 하여 양주(楊州)라고 지었다고 전해진다.

<출처:픽사베이>


양주는 한양, 한성과 함께 수도를 일컫는 또 다른 말이다. 지금은 경기 북부에 존재감이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예전 양주는 조선시대 한양에서 함흥으로 가는 경흥로에 위치하여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만 했다. 1914년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이 개통되면서 수도권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했다.


양주라는 이름은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이 도읍을 정하고 읊은 신도가에 등장한다. "옛날에는 양주 고을이여. 이 자리에 새 도읍이 아름다운 경치를 갖추었구나. 나라를 여신 거룩한 임금께서 태평성대를 이루셨도다. 도성답구나..." 지금의 양주가 그때의 양주 영화를 노래하는 때가 왔으면 한다.

양주는 알면 알수록 모르는게 양주라는 생각이다. 공무원들로 구성된 양주 연구모임이 있다고 하니 지역에 대한 애정과 역사적 자부심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한 때 양주는 현재의 의정부시, 동두천시, 남양주시, 구리시, 연천군 전곡읍, 서울특별시 동북부 일대의 노원구, 도봉구, 중랑구, 광진구 등에 이르렀으며, 고려시대에는 서울 강북 대부분(용산구 일대 제외)과 고양시 일대도 양주 소속이었던 매우 큰 고을이었다.


금년 11월 10일, 양주시민아카데미에서 신병주 교수님의 조선시대 왕의 리더십을 통해 본 현재와 미래라는 강의를 들었다. 신병주 교수님은 서울대 사학과 한영우 교수님의 제자로 아내와 아는 사이다. 아내 덕분에 한영우 교수님이 나의 결혼 주례를 보셨으니 인연이 가볍다고 할 수는 없다.

이번 강의에서 성북구가 양주땅이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태종 이방원이 권력싸움을 하면서 정비였던 신덕황후 강씨(태조 이성계의 둘째 부인)를 미워해 당초 정동에 있던 신덕황후의 묘(정릉, 서대문 근처 정동에 있던 릉)를 양주지방에 옮기도록 명하는데, 지금 성북구에 있는 정릉이다. 이후 홍수로 청계천 광통교가 무너지자 정릉의 능역을 수호하던 방풍석을 광통교 신장석으로 사용하여 밟고 다니게 했다.

< 정릉과 본래 정릉에 있었던 병풍석(청계천 >

이성계와 신덕왕후 강씨와의 러브스토리가 전해진다. 사실 고려시대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있기는 하다. 내용을 보면 이성계가 사냥하다가 목이 말라 우물로 가서는 한 바가지 물을 여인에게 청했다. 그러자 수줍어하며 바가지에 버들잎을 한 줌 띄워 주었는데, 이유를 묻자, 갈증이 심할 때 물을 마시다 체할까 그렇다고 대답하니 지혜에 감탄해서 조선을 건국하자 그 여인을 왕후로 봉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성북구에서는 ‘버들잎설화’를 바탕으로 ‘정릉 버들잎축제’가 2013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데, 양주시도 브랜드 드라마 전략을 빨리 수립하길 바라본다.


<출처:픽사베이>


버드나무 껍질이나 잎이 해열·진통 작용을 한다는 건 아주 옛날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버드나무는 물을 좋아하고 어디든지 꽂아둬도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나무다. 버드나무 꽃 말은 '솔직, 정직(honesty)'이다. 버드나무를 뜻하는 Salix는 고대 켈트어로 가까이라는 뜻의 sal과 물을 뜻하는 lis의 합성어며, 학명은 Salix koreensis ANDERSS다. 우리가 잘 아는 아스피린은 초창기에는 이 버드나무 추출물로 만들어졌다. 아스피린은 일명 아세틸 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 이라 불리는데, Sali가 바로 버드나무를 뜻한다. 이처럼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유래한 물질로서,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약물이다. 아스피린은 최초로 합성된 해열∙소염 진통제이자 혈전예방약이다. 고용량에서 해열, 소염, 진통작용이 있다. 이런 성분이 더 많은 것은 조팝나무며, 사실 벼에도 많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관목 중 하나인 난쟁이버들(Dwarf willow)은 리스트 윌로우(Least willow), 스노우베드 윌로우(Snowbed willow)등으로 불리다.

최근 북한에서 코로나가 유행할 때 처방전으로 "금은화를 한번에 3~4g씩 또는 버드나무잎을 한 번에 4~5g씩 더운물에 우려서 하루에 3번 마시라"는 김정은이 지시하기도 했다. 이것은 바로 버드나무 잎에 염증을 없애거나 해열 진통 작용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출처 : 픽사베이>

옛날에는 우물 옆에 버드나무를 심었다. 수질을 정화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위의 이성계 설화에서도 버들잎을 넣은 이유가 여기에 있을 수 있다. 학질 환자에게서 병을 떼는 주술에서도 버드나무를 사용했다. 학질환자의 나이 수만큼 버드나무 잎을 따서 봉투에 넣고, 겉봉에 '유생원댁입납(柳生員宅入納: 버드나무 생원 집에 편지를 부침)'이라고 써서 봉한 뒤 길거리에 버린다. 이 봉투를 누군가 줍거나 밟으면 그 사람에게 학질이 옮겨간다고 생각하였다.


양류관음은 33관음 중 한 분으로 중생의 병고(病苦)를 덜어주는 보살이다. 인도의 바이샬리라는 지역에서 역병이 유행했을 당시, 병을 제거해 달라는 사람들의 소망에 응해서 관음이 나타나, 버드나무 가지와 정수(淨水)를 손에 들고 병을 없애는 주문을 가르친 것에서 유래했다.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와 양주와 인연은 이성계의 왕실사찰, 또 하나의 왕궁 등으로 여겨지는 회암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태조 이성계가 아들 정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뒤 태상왕이 되어 머물던 사찰이 바로 회암사(檜巖寺)다. 이때 진상된 쌀이 바로 양주골쌀이다.아스피린처럼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버드나무 뿌리의 물을 먹고 자란 농산물이 몸에 좋지 않을 수가 없다. 일명 식약동원이다.


양주골쌀은 양주시의 쌀 특산물 공동 브랜드로,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으며 풍수해가 적어 쌀농사에 적합한 양주 지역의 기후를 바탕으로 생산되어 밥을 지었을 때 윤기가 흐르고 고소하다는 특징이 있다. 양주골쌀이 맛있는 이유는 좋은 수질도 있지만 다른 지역과 다르게 큰 일교차 때문이다. 오히려 임금님표 이천쌀이나 대왕님표 여주쌀보다 더 맛있는 이유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일교차가 커지고 쌀의 성장 속도가 느려진다. 그러면서 쌀 알갱이의 숙성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일교차가 큰 지역의 식물은 호흡작용을 덜하며, 생성된 탄수화물을 줄기를 따라 뿌리에 녹말형태로 저장하는데, 추운 지역의 열매는 생성된 영양분을 세포 내에 저장하게 되어 맛이 더 좋아지게 된다고 판단된다. 또한 벼는 평야지보다는 산간에서 등숙(簦熟-수확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정도로 곡물이 잘 익은 것)이 좋아진다.


양주는 양주(술)로 승부하는 것도 전략이다. 도시 이름과 술인 양주와 독음이 같기 때문이다. 양주골 쌀로 빚은 전통주 ‘이화주’를 생산하는 농업법인, 이가전통주가 ‘참발효어워즈 2022’에서 막걸리(탁주) 부문 대상에 선정되었고, 남면 맹골마을에는 궁중에서 내려온 비법으로 가양주를 만들고 있는 있어 해볼만한 콘텐츠다.


양주시에 경기섬유종합센터가 있는게 처음에는 의아했다. 전통주, 가양주 인규베이터 역할을 양주시에서 주도적으로 했으면 한다. 창업 공간을 제공하고 세제 지원을 통해 전통주 맥을 잇고, 양주골 쌀 소비를 통한 농업인 실익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생산업체의 양주시 유치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양주 맹골마을 수원 백씨 가양주 출처:kbs

내년부터 시작되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품목으로 구색을 갖추는 것은 물론, 경기도 홍천 맥주축제 처럼 양주에서 막걸리 축제를 개최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한편 조선후기 지리서인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양주지역은 토질이 비옥하여 농업을 하기에 이익이 많이 나고 자생적으로 인구가 증가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라고 쓰여 있다. 그만큼 농업을 하기에는 천하제일의 장소인데, 사람이 자생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금은 7호선 연장, GTX-C 노선 예정 등 광역교통 인프라 확충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개선되는 등 지속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중환, 택리지

양주골쌀은 품질에 비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눈을 가린채 맛을 선택하는 블라인트 테스트에서는 맛있는 쌀로 선정되었으나, 유명 쌀 브랜드 앞에서는 사람의 뇌의 반응으로 맛이 달라진다. 유명 브랜드를 보면 쾌락을 담당하는 중추가 반응하기 때문이다. 일명 코카콜라와 펩시의 시험이 이를 증명한다.


양주와 이성계의 역사적인 스토리를 양주골쌀에 접목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이름을 양주골쌀이 아닌 "상왕님표 양주쌀"로 브랜드명을 바꿨으면 하는 생각이다. 타 지역의 스토리를 벤치마킹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언더독(underdog) 전략이 더 성공할 수 있다. 대표적인 광고가 바로 미국의 렌터카 회사인 에이비스의 광고 사례다.


당시 렌터카 시장의 넘버 1은 단연코 'Hertz' 였다. 전체시장의 약 70%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었다.

당시 2위였던 에이비스 점유율은 2~3% 수준으로, 시장점유율 격차가 무척 컸음을 알 수 있다. 솔직히 2위를 인정함으로써 1위와 경쟁하는 회사가 에이비스라는 것을 고객의 머리에 심었다. 이처럼 양주골쌀이 이천쌀이나 여주쌀과 마케팅 전쟁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전국 2000개가 넘는 쌀 브랜드와 싸움에서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 차라리, 임금님표, 대왕님표 하는 것처럼 상왕인 이성계와 이성계에게 진상했던 쌀인 양주쌀을 네러티브하여 '상왕님표 양주쌀'로 브랜드 자산 구축에 더 유리해 보인다.



농사직설에 따르면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다가 거름과 섞어 봄에 밭갈이할 때 같이 넣었다고 한다. 봄 밭갈이는 거름 자체의 양보다 땅을 부드럽게 만들어 씨앗의 뿌리가 잘 자라게 하기가 중요한데, 이런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땅을 부드럽게 하는 데 썼던 것이다.



중국에서는 헤어지는 사람에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주며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는 버드나무를 뜻하는 류(柳)자가 머물 류(留)자와 독음이 같기 때문에 이라는데, 버드나무를 전해주면서 떠남을 아쉬워하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이별을 할때 전해준다는 버드나무는 조선시대 홍랑과 최경창의 사랑이야기에도 등장한다. 실제 파주 교하에는 고죽 최경창(孤竹 崔慶昌, 1539~1583)과 함경도 홍원 관기 홍랑(洪娘)의 묘가 해주 최 씨 선산에 있다. 경성으로 부임한 최경창과 홍랑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다. 최경창이 서울로 돌아가는 날에, 경성에서 함관령(咸關嶺)까지 천릿길을 따라 온 홍랑은 더 이상 그를 따를 수 없었다. 국법인 ‘양계(兩界의 禁)’을 어기는 것은 죽음이기 때문이다. ‘양계의 금’이란 조선시대에 평안도 함경도 백성들은 그 경계를 넘어 남쪽으로 올 수 없었다.

파주 최경창 홍랑의 묘

이때 홍랑은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시를 읊는다.


묏버들 갈해 것거 보내노라 님의 손대.

(산버들 골라 꺾어 임에게 보냅니다.)

자시난 窓 밧긔 심거 두고 보쇼셔.

(주무시는 창 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예 새 닙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밤비에 새잎 돋거든 날 본 듯이 여기소서.)


그러자 최경창은 그 자리에서 한시로 다음과 같이 읊는다. 슬픈 사랑의 이야기다.


折柳楊寄與千里人(절유양기여천리인)

爲我試向庭前種(위아시향정전종)

須知一夜新生葉(수지일야신생엽)

憔悴愁眉是妾身(초췌수미시첩신)


내년 1월 1일자로 양주를 떠나 다른 곳으로 부임한다. 이곳을 떠나지만 마음은 두고 간다. 요즘은 정주인구 보다 관계 인구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마음의 점유율(Mind share)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해줄 이 없고, 추운 겨울 전할 수 없는 버드나무 가지지만 마음으로 어 나에게 건넨다. 누구든 늘 한자리에 머무를 수 없다. 그래서 인생은 여행이라고... 누군가는 여기서부터 행복할 것의 약자라 했지만... 내년 봄 마음 속 새 버들 잎이 돋을 때 양주인듯 여길 것이다.

개천변 버드나무

아쉬운게 있다면 많은 농업인을 알지 못한 점과 회암사 지주로부터 제행무상, 제법무아, 일체개고, 열반적정, 사성제, 팔정도... 이런 불교 철학을 못듣고 떠나는 것...


1호선 덕계역에서 사무소까지 봄, 여름, 가을, 겨울, 나를 위로해 주던 개천변 정든 버드나무여, 출퇴근 시간 독서를 허락했던 1호선 지하철 이여! 이제는 안녕!


※ 마지막으로 근무하면서 응원과 지지를 보내준 지부장님, 조합장님, 상임이사님 그리고 양주시지부 직원분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양주 농업을 위해 애쓰시는 강수현 시장님, 윤창철 의장님, 전춘 양주시 농업기술센터 소장님, 조찬제 과장님, 정연아 과장님, 이창연 팀장님, 주성일 팀장님, 최윤정 팀장님, 한소진 주임님, 농부의 마음 이범석 대표님,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한용운 님의침묵


모네의 버드나무
인사 문서 시행 전에 첫 눈 내릴 때 옥상에 쓴 글씨

이메일:limcd2002@gmail.com

상담학 박사, 국가기술자격(수목치료기술자, 조경기능사, 이용사), 도시농업관리사, 공인중개사, 사회복지사(1급), 요양보호사(1급), 부동산공경매사, 재무설계사(AFPK), 펀드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신용관리사, 경영지도사(마케팅), TOEIC 885점, 평생교육사, 창업지도사(삼일회계법인), 청소년지도사, 심리상담사, 노인심리상담사, 긍정심리학 전문 강사, 매일경제, 동아일보 등 190여 편 기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SNS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단 하나의 질문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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