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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호정 Jul 08. 2016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영화 '골든 슬럼버'에서 찾은 '언론'에 대한 자세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의원이

KBS에 외압을 넣었다는 논란이 일었다.


'민주주의 국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러한 언론 통제나 여론 조작, 그리고 언론 플레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은 예부터 경계되어 왔던 사항이었지만, 최근 그 사실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언론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여 사실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도할 의무를 지닌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의무는 때때로 자신들의 입맛을 기준으로 마음대로 진실을 재료 삼아 요리하곤 대중들에게 내놓기도 한다. 어느새 이러한 언론의 모습은 문제점이 아닌 관습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2010년에 이러한 현실을 담은 영화가 개봉했다.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골든 슬럼버>에서는 여론조작과 언론통제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모습을 통해, 현실의 문제가 되는 언론들의 모습을 꼬집는다. 주인공 '아오야기 마사하루(사카이 마사토 분)'은 옛 친구인 '모리타 싱고(요시오카 히데타카 분)'을 만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간의 최대의 무기가 뭔지 알아?
신뢰와 습관이야.


주인공 아오야기는 옛 친구인 모리타를 만나게 된다. 택배기사로 일하던 아오야기는 과거 괴한의 습격을 받은 여자 아이돌을 구하면서 매스컴을 탔던 이력이 있는 과거의 유명인이다. 모리타는 아오야기에게 인간의 가장 큰 무기가 무엇인지 묻고는 신뢰와 습관이라고 스스로 답을 준다. 그리고는 아오야기가 총리의 암살범으로 누명을 쓰게 될 것을 말해주며, 도망치라고 한다. 모라타가 말한 인간의 가장 큰 무기가 신뢰와 습관인 것은 여론 조작을 하기에 매우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었다.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닌 아오야기가 누명을 쓰게 된 계기는 대중의 신뢰와 함께 정의의 사도로 유명세를 떨었던 그의 몰락을 보여주기 위함이었고, 이는 자극적인 것에 쉽게 관심을 보이는 대중들의 성격을 이용한 것이었다.


한국의 유명 개그맨 유세윤은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두 개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각각 자신의 개인기인 '개코원숭이 할 때 행복하다.'라는 글과 '개코원숭이 하는 것이 너무 싫다.'라는 글을 동시에 올렸을 때, 기사화되고 화제가 되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자극적인 요소가 가득한 후자의 경우였다고 한다. 그가 내린 결론은 사람들은 자극적인 글을 더 원했고, 결과적으로 그것을 더 믿는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자극적인 사건을 꾸며내는 것이 주목받기가 쉽고, 여론 조작에 사용하기에 더욱 유용하다고 판단되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의의 사도의 몰락은 충분히 자극적이다고 판단되었고, 아오야기가 누명의 대상으로 낙점된 것이다.


이러한 여론 조작과 언론 통제를 통해 총리 암살 사건의 용의자로 아오야기를 지목하면서, 그들이 통제로 꾸며내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미지이다.


아오야기 : 정보를 조작하는 것입니까?
사사키 : 이미지다. 이미지란 그런 것이지.


도망자 아오야기의 추격을 하는 부패한 경찰인 '사사키(카가와 테루유키 분)'는 정보를 조작하는 것이냐는 아오야기의 물음에, 이미지라고 답한다. 그는 아오야기를 회유하며, 지금 자기의 말대로 행해준다면 동정의 여론을 형성시켜 주겠다고 말한다. 그것 또한 여론 조작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가 말했던 이미지가 언론 통제와 여론 조작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임을 말해준다.


이미지는 이처럼 한 사람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더 나아가 국가와 같은 큰 조직에서 더욱 큰 영향력을 끼친다. 기업에게 이미지란 회사의 흥망성쇠를 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이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기업의 도덕적 책임을 물으며, 현재 옥시는 재앙과 동급으로 취급될 정도로 기업 이미지가 나빠졌다. 전과 같은, 어쩌면 더 좋은 질의 상품을 만든다고 해도 그 기업이 국내에서 살아남기는 매우 힘들것이다. 그리고 국가나 정부에서의 이러한 이미지라는 요소는 정치가 주요하게 작용되는 부분에서 더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은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더욱 언론 통제나 여론 조작은 쉽게 선택지 위에 오르기 마련이다.


영화에서는 경찰이 아오야기를 체포하는 것을 보여주려 했지만, 실패하고 아오야기를 놓치고 만다. 그러자 경찰 고위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은 또 다른 조작을 꾀한다.


'진짜' 아오야기였습니까?


친구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도망친 아오야기는 결국 잡혔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잡힌 것이 아닌 또 다른 인물이 잡혀 그가 아오야기가 되도록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다. 즉, 영화에서 마지막까지 언론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끝까지 조작된 사실로 여론 조작을 행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곧 영화 밖 현실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타파되지 않음을 보여주고, 여전히 어딘가에서 잔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러한 언론의 모습에 대해 적절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언론 통제나 여론 조작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언론이 진실을 그대로 여과 없이 보여주기란 힘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2015년 6월 발생한 '세 모자 성폭행 조작 사건'이 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며 자신들을 성폭행 피해자로 만들고는, 자신의 전 남편을 가해자로 만들었다. 당시의 몇몇 언론은 이것이 진실인 것 마냥 다루었다. 하지만 그것은 곧 SBS의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 의해 조작된 사건임을 낱낱이 파 해쳐지고 결국 돈을 받기 위한 모함이었음이 밝혀졌다. 이처럼 현대의 세상은 소셜미디어의 성장과 더불어 더욱 쉽게 정보들과 접하기가 쉬워지고, 덕분에 누구라도 쉽게 여론 조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언론에 대해 비판적 수용의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비판적인 사고는 진실에 다가서기에 매우 건강한 태도로 여겨진다. 이 말은 무조건적인 비판적 태도를 취하라는 것이 아닌, 수용의 단계에서 멈춰 세운 뒤 확실한 사실관계와 정확한 근거를 토대로 올바른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언론 탄압이나 여론 조작이 힘을 못쓰게 하는데 효과적이며, 마침내 진실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텔레비전은 예전부터 '바보상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았다. 그 타이틀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변했지만, 결국 떼어내지는 못한 듯 싶다. 현대에 들어서는 바보상자는 텔레비전뿐만이 아닌, 세상이 좁아지고 발전함에 따라 그 크기를 줄여 우리 손 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같은 것에도 바보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바보는 우리를 쉽게 바보로 만들 수 있다. 우리는 결코 바보로서 살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살아가서도 안된다. 정녕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싶어 하는 그들은 화면 너머에서 우리를 보며 미소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선 그 바보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충분한 검토를 통해 진실이 드러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를 바보로 만들려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그리고 진실은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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