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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호정 May 28. 2018

룰 브레이커 소녀의 세상 도전기

영화 '스탠바이 웬디'를 보고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관람하였습니다.


규칙은 질서를 만든다.


 정해진 규율에 따라서 행동함에 따라 계획에 변수를 최대한 없앨 수 있고, 예정된 계획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규칙을 지키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이러한 규칙은 사회라는 커뮤니케이션 망 안에서도 필요하지만, 한 개인을 놓고서도 필요한 것이다. 잘 갖추어진 규칙은 행동 양상을 만들고, 이것이 그대로 하나의 신념이 되곤 한다. 때문에 규칙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으로나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규칙이란 것에 함정이 있다.


 익숙함은 때론 사람을 가둔다. 규칙으로 잘 가꿔놓은 익숙함은 안정감을 주기에, 경계심을 풀고 규칙 안에서 살아간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가 문득, 자신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무언가를 발견할 때가 찾아올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자신이 정해놓은 규칙 밖일 수도 있다. 때문에 망설이곤 한다. '벤 르윈' 감독의 영화 '스탠바이, 웬디'에서의 웬디(다코타 패닝 분)처럼 말이다. 그녀는 자신이 정말로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 스타워즈 시나리오 공모전을 위해 자신의 규칙을 깨기 시작한다. 그녀의 세상으로의 첫발은 두려움보단 설렘이 앞섰다. 하지만 세상은 서툰 그녀를 마냥 팔 벌려 맞이하진 않았다.



 꿈을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지 않다. 어느 순간 삶에 있어서 적당한 수준이란 것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발을 내밀기도 전에 '해보지 않았기에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먼저 몸을 지배한다. 때문에 단순한 취미로 생각 해버 리거나 좋은 기회라는 조건을 붙이며 꿈을 한 발자국 밖으로 밀어낸다. 그렇게 자신의 규칙을 지켜낸다. 웬디 또한 이런 익숙한 방법으로 자신의 꿈을 받아들이려 했다. 평범하게 부탁을 하고 자신의 일상을 그대로 이어나가려 했다. 그러다 차질이 생겼고 그녀의 기회는 날아가는 듯했다.


 다음 기회라는 말은 참으로 달콤하다. 언제나 도전할 수 있다는 여릿한 희망을 내비치는 그 단어에서, 우리는 쉽게 꿈이 갖고 있는 옅은 채도를 인정해버린다. 하지만 웬디의 꿈은 달랐다. 그녀는 자신의 꿈이 단 한순간도 바닥에 놓이기를 원치 않았다. 때문에 그녀는 새벽녘 어스름이 채 가시가도 전에 길을 나선다. 그동안 그녀가 매일매일 외워왔던 스케줄에 반하는 행동이었지만, 그녀는 죄책감이나 두려움보단 의지와 결단만이 그녀의 표정을 꾸며주었다.


 영화는 그렇게 꿈의 도전을 서술한다. 꿈을 위해 산화되는 고통이나 감내를 치열하게 묘사했다기보단, 정말 좋아서 시작한 꿈이 일상 속 규칙으로 위장한 벽을 어떻게 벗어나는가를 잔잔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영화 속 트러블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현실 그 자체였다. 좋은 사람들만 있는 곳에서 편하게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현실도 영화도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녀는 열심히 자신의 발걸음을 낸딛는다. 꿈에 의한 그리고 꿈을 위한 발걸음이었다.



  그녀가 규칙을 부수는 과정은 불안보단 환희가 앞선다. 어쩌면 그녀를 가두었던 규칙은 거리를 건너지 말라는 것이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행동을 하라는 아주 단순한 것이지만, 문득 우리를 돌아보면 우리 스스로도 이러한 규칙들에 둘러싸여 일상 도처에 놓여있는 환희의 순간들을 지나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별거 없다고 생각한 저 규칙들을 깨 부수었을 때 웬디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을 맞이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번 깨지기 시작한 규칙은 사정없이 깨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그녀는 더 이를 악물고 나아갈 수 있었다. 더 굳센 마음으로 한 발작을 더 내밀었을 때, 꿈은 현실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은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영화는 현실에 좋은 사람들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들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뜻하지 않게 도망자 신세가 된 웬디를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들은 그녀의 도전에 매료되어 등을 든든하게 바쳐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영화는 꿈을 향한 도전을 응원해준다.




 우리는 한 번쯤 일상의 규칙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사소한 도전 하나가 전혀 새로운 세상의 열쇠가 된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이 돼서야 스탠바이 웬디의 'Stand by'는 마냥 가만히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꿈을 향한 도전의 준비를 뜻하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진 그녀의 멋진 삶으로의 여행에서 그녀의 망설임 없었던 마음을 끝까지 지키기 위한 다짐이 그 안에 담겨있다. 영화는 그렇게 우리에게 말한다. 꿈을 향해 그리고 빛나고 있을 내일을 향해 '스탠바이'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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