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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호정 Sep 19. 2018

명당이라는 역술

영화 <명당>을 보고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관람하였습니다.



#1. 땅


두 발 붙이고 사는 이 땅이 얼마나 의미를 갖는가. 단순한 물리적인 거주지, 조금 더 의미를 더해본다면 심신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소중한 나만의 공간까지. 각자 어떠한 의미를 붙이는 가에 따라 땅이란 존재는 서로 다른 수식어를 갖는다. 더불어 동양에 있어서는 '기(氣)'라는 것이 존재해, 우리의 삶 곳곳에서 영향을 미친다고 믿기에 이 땅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그렇기에 '명당'이라는 것이 있다. 좋은 기운을 받아 삶에 좋은 길을 펼치기 위함을 목적으로 자리를 정하는 것이다. 


박희곤 감독의 영화 <명당>은 이러한 사실을 역사의 한 부분에 집어넣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준다. 왕과 신하 사이 '충(忠)'이란 것은 권력의 맛 앞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그 가운데 땅을 차지하여 단순한 권력을 넘어 왕의 자리까지 넘보기 위한 각 인물들 간의 싸움이 스크린 속에서 펼쳐진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2. 역술의 힘


땅은 소모된다. 결코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을 영화는 상기시킨다. 유한하기에 더욱 명당의 가치는 오른다. 풍수지리를 연구하여 좋은 터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특히나 선조의 묫자리를 좋은 터에 묻어야 함은, 선조에 대한 예를 넘어 후대를 위한 것이기에 누구든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그들이 풍수를 따져 그것이 현실로 묻어 나온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가가 아닐 수 없다.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면서도, 세간에서 바라보는 눈은 참으로 달갑지만은 않다. 김좌근(백윤식 분)은 자신 또한 명당을 알아내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하지만, 왕에게는 백성의 안위보다 역술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실망스럽다 말한 적이 있다. 영화의 주소재가 되는 풍수지리를 부정하면서도 그의 말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역술이 과학적 근거가 우선시 되기보단 개인의 심리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술의 힘은 그렇게 발휘된다. 당시 조선시대 백성들 사이에서 직접적인 대화가 유일한 소통 수단인, 폐쇄적인 여론의 형성은 역술에 힘을 더한다. 왕이 부덕하여 하늘이 노한다라는 비논리는, 한 명 한 명의 불안 심리가 모여 확신이 되고 이론이 된다. 그렇게 비이성적인 논리의 결론은 색을 바꿔 현실을 초월할 수 있게 되고, 오히려 백성들에게 역으로 믿음이 되고 정당성을 얻게 된다. 그렇게 역술은 답이 되고, 모두의 목적이 된다.



#3. 결국은 인간이란 존재로


영화는 역사의 사실을 따라간다. 커다란 흐름으로 시간이 흘러가고, 극이 진행됨에 따라 형성되는 긴장감은 정해진 결말을 보여주면서 역사의 한 부분이 된다. 하지만 영화 속 치밀한 사건들의 흐름은 역사에 편승한다기 보단, 인간의 면모를 과감 없이 보여주어 오히려 영화의 등장인물 개인 개인에 주목할 수 있도록 한다. 때문에 이 영화의 선인과 악인의 기준이 모호해진다.


'명당'이란 소재는 이것을 드러내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더라도, 역술이기에 온 힘을 쏟을 수 없다. 하지만, 역술이기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면서 선악을 판가름하기에도, 그 무게가 말 한 두 마디로 바뀔 정도로 가볍기도 하다. 영화가 처음엔 편을 갈라 의(義)를 서로 다지며 수 싸움을 하는가 싶다가도, 결국 한 개인으로밖에 남을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기에 역사책에 쓰인 몇 줄이 커다란 울림을 갖게 된다.




결국 인간에 대한 물음만을 남긴다. '대의'로 위장한 한 개인들의 잔 욕심들이 결국 조선의 역사를 뒤 흔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 씁쓸함은 아쉬움이나 안타까움 보다도, 무력함이 더욱 짙에 담겨있다. 하지만 영화는 여전히 희망을 말한다. 인간은 정말 단어 그대로 인간이기에, 가능성을 역술에 두더라도 더 나아가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생명력을 발휘하기 위해 박재상은 몇 번이고 '명당'을 말해준다. 마치 그가 말해주고 싶은 것은 단순한 터를 넘어서, 그 가능성에 대한 믿음의 뿌리를 심어준 듯했다.




명당 (2018)

FENGSHUI


시대극 | 한국


2018.09.19 개봉 예정  | 126분,  12세이상관람가



(감독) 박희곤


(주연) 조승우, 지성, 김성균, 문채원, 유재명, 박충선, 백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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