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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디저트
by 나호정 Oct 04. 2018

사랑이 사람이 되기까지

영화 <에브리데이>를 보고

영화의 내용 및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관람하였습니다.



#0. 단 하나의 삶


주어진 삶은 단 하나였다. 아무리 다른 삶을 원하더라도 몸과 세상은 오로지 하나만 가질 수 있다. 비극이라면 비극이었다. 벗어날 수 없이 딱 하나의 삶을 살아가야만 하므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지금의 고민이 사라질 것만 같고, 또 다른 세상을 본다면 더욱 만족스러운 삶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삶이 매력적으로 보이고 탐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상상해보기도 한다.


마이클 수지 감독의 <에브리데이>에서는 이러한 상상을 영화로 만들었다. 매일 하루씩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주인공 A가 어느 날 한 소녀 '리아넌(앵거리 라이스 분)'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매일매일 다른 아침을 맞이하는 A는 참으로 단어 그대로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그에게 머물고 싶은 곳이 생겨버렸다. 매일 다른 사람이 되어 떠날 수밖에 없던 그는 새로운 사람이 되어 다시 그녀를 찾아온다. 매일 다른 사람이 되는 A였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사랑이 되고 싶었다.



#1. 'A'


그는 자신을 'A'라고 소개했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기에 스스로가 알파벳 맨 앞글자인 A가 되었다. 매일매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그였지만, 정작 자신의 제대로 된 이름조차 하나 갖질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얘기할 수 있었다. 그 모든 흩어진 이야기 자체가 A라는 사람의 인생이 되었다. 한 조각씩 모았기에 그의 인생은 풍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커다란 하나의 줄기가 되진 못했다. 


인생은 커다란 줄기를 이루어야 완전하다 할 수 있다. A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하루씩 빌려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듯 살아가고 있었다. 누구든 될 수 있었지만 그 누구도 될 수 없던 것이 그였다. 그런 그가 사랑을 시작했을 때, 그것은 커다란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녀에게 매일 다른 사람으로 다가오고 매일 다른 사람으로 떠났다. 그런 그녀에게 사랑을 남겨주고 싶었다. 


사랑은 가변적이다. 어떤 사람을 상대로 만나느냐에 따라서 다른 사랑의 모양을 한다. 누군가에겐 애틋하게, 누군가에겐 아주 끔찍하게. 아닌 줄 알면서도 마음이 가고, 때론 설레지 않아도 상대를 만난다. 그렇게 한 사람에게도 아주 다양하게 사랑의 모양이 존재할 수 있다. 리아넌은 매일 다른 사람에게서 같은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기적이라면 기적이었겠지만, 그들이 겪는 다른 사람이라는 변수는 사랑을 온전하게 흘러가도록 두지 않았다.



#2. 변화


사람은 변한다. 생각이 바뀌고 마음가짐이 바뀌고 사람이 바뀐다. 참으로 자연스러우면서도 인정하기 어렵기도 한다. 리아넌은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녀의 가족과 남자 친구는 너무 많은 변화를 겪었다. 옛날을 떠올리며 현실에 실망하고 다시 스스로를 과거에 가둔다. 변화에 익숙지 않았던 리아넌에게 A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매일을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만큼 변화에 익숙했다. 그렇기에 A는 달랐다.


변화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달라짐이 아니라 수용이 필요하다. 변화를 하는 사람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변화를 수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리아넌은 소중한 것이 많았다. 그렇기에 변화가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던 그녀에게 A는 또 하나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A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꼭 필요한 무언가를 A는 갖고 있었던 것이다. 



#3. 남은 것은 사람


하나의 사랑으로 남고 싶었던 A는 결국 리아넌에게 한 명의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함께라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생각했던 그들이었지만,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 한없이 약해지는 것 또한 사랑이었다. 환상처럼 보여주고 그것이 환상이라고 다시 말해준다. 사랑으로 현실을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처럼 말해주고, 결국은 사랑 또한 현실의 단편이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다고 사랑이 실망스럽지 않다. 선명해진 만큼 사랑 뒤에 놓인 사람이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A는 그녀의 마음속에 남았다.


매일매일 다른 사람으로 살면서 단 한 사람으로 남고 싶었던 A가 원하던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단 한 명의 삶이었다. 그는 평생을 다른 사람들로 살아왔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는 매일매일 다른 사람 얼굴을 기록하고, 서로 다른 매일을 맞이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는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것을 보는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떠도는 자신이 아닌 진정한 자신을 찾게 된 것이다. 


영화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풀어냈다. 틴에이저 무비인 듯싶으면서도, 그들이 생각하는 현실의 무게는 어른들의 것 못지않았다. 깊은 고민 끝에는 사랑을 배경으로 사람이란 답이 있었다. 우리가 맞이하는 매일매일은 또 수많은 변화들을 가져올 것이고, 우리는 그 변화들 속에서 더 나은 다음을 위해 나아갈 수 있다고 리아넌과 A가 말해주고 있었다.





에브리데이 (2018)

Every Day


로맨스/멜로 | 미국


2018.10.11 개봉예정  | 97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마이클 수지


(주연) 앵거리 라이스, 저스티스 스미스, 오웬 티그, 제이콥 배털런, 루카스 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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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무비 디저트
영화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nhjnhj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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