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를 보고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순수함은 그 자체로 빛난다. 계산적이지 않기에 보이는 대로 믿고,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한다. 그들의 눈에 그려지는 세상은 때 묻지 않았기에,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르게 그려진다. 아니 어쩌면, 그들이 옳았을지도 모른다. 어린아이의 것으로 한정되는 순수함은 큰 힘을 갖는다. 작품 속에서 어린아이가 화자가 되었을 때, 어수룩하고 서투른 모습으로 미소 짓게 하며, 그들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란 속성과 어우러져 이야기를 여러 갈래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한다.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또한 아이들이 주축이 되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Boy Meets Girl'의 형식을 띤다. 다만 여기에, 긴밀하게 짜여 비밀을 파헤쳐가는 스릴러가 담겨있고, 훌륭한 연출과 그래픽으로 무장한 공포 요소에 그리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SF/판타지적 요소가 가득하여 풍성한 이야기의 볼륨을 자랑한다. 친구들과 함께 TRPG를 하는 것이 삶의 재미인 과학 꿈나무 아이들과 초능력을 가진 여자 아이와의 만남. 그 가운데 친구의 실종과, 주변 인물들 간의 긴밀하게 얽힌 관계는 이야기에 몰입감을 더한다.
이야기는 4명의 아이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다. '윌리엄 바이어스(노아 스냅 분)', '마이클 윌러(핀 울프하드 분)'과 '더스틴 핸더슨(가텐 마타라조 분)' 그리고 '루카스 싱클레어(케일럽 맥러플린 분)'까지. 이 완벽한 4총사에 균열이 생긴 것은 윌리엄의 실종에서부터였다. 그리고 '일레븐(밀리 바비 브라운 분)'과의 만남으로 그들은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게 된다. 아이들이 마주한 관계의 변화는 단순한 이별이 아닌, 죽음과 완전히 새로운 존재들에 대한 만남으로 그야말로 격변이라고 할 수 있다.
친구라는 관계에서 그들이 세운 조건은 하나였다. '친구끼리는 거짓말 안 해'라는 것. 시즌 1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기본 모토로, 이들은 신뢰를 통해 관계를 형성해나가고 있었다. 믿음이라는 인간 관게에서 가장 원초적인 속성이, 그들 서로를 끈끈하게 관계를 맺어 이어나간다. 그것이 참으로 부러우면서도, 가슴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서로 응원하고 용기를 불러 일으키는 그들의 모습이, 가장 최악의 악몽과 같은 상황 속에서도 참으로 환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빛났다.
시즌2에서 한 명이 더 추가되는데, '맥스 하그로브(세이디 싱크 분)'가 추가된다. 맥스 또한 일레븐이 그러했듯 팀에 들어오는 과정을 거치는데, 온갖 역경을 거친 그들이었지만 친구라는 관계를 맺기 위해선 보통 사람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마음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 극에 재미를 더한다. 이러한 모습은 시즌 3까지 이어지는데, 아무것도 모르던 소년 소녀들이 사랑도 하고, '보통'의 사람들처럼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응원을 던지게 된다.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 또한, 소모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며 스쳐가는 인물들 또한 스토리에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기에 더욱 밀도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모고르곤과 관련된 미스터리함은 결코 과장되지 않는다.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는 밝혀지는 진실마다 충격과 다음 편을 놓치지 못할 몰입도를 만들어낸다. 데모고르곤은 괴생명체로, 그들의 상상력 안에서 펼쳐지던 놀이 속 악마이다. 형상화된 공포를 묘사하기에 그들에게 친숙한 데모고르곤이 작중 괴생명체의 이름이 되었다. 기괴스러운 모습과 비현실적인 현상들과 싸워나가는 주인공 일행의 모습은, 어쩌면 어린아이들의 모습으로 그려져 그들이 즐긴 게임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이 용기를 내어 게임 속 데모고르곤과 싸운 것처럼, 그들은 현실에서도 함께 싸워나간다.
그래서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가 무엇에 관한 내용인가 묻는다면, 나는 '어린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트라우마'라고 설명해줄 것이다.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만한 수많은 충격적인 사건을 보여주면서도, 이토록 재밌는 모험으로 그려질 수 있었던 이유는 소년 소녀들의 시점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우리가 평소에 고민하는 것들이 담겨있기도 하다. 사랑, 우정, 가족, 친구, 그리고 꿈까지. 시즌 1,2 그리고 3까지. 그들의 성장과정 속에서 다시는 꺼내기 힘든 충격적인 기억일지라도, 함께 이겨냈기에 그들은 여전히 거침없이 더 큰 모험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 누구라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질 수 있다고 장담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