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티드>에서 찾은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방법
우리는 지금 자기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슬프게도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 안에서, 단지 주변의 톱니바퀴가 돌기 때문에 이가 맞물려 억지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톱니바퀴와 같이 되는 삶은 현대에 있어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그 안에서 '나'를 찾는 일은 매우 힘들게만 여겨진다. 현대의 많은 가치들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불행의 시대상을 나타내는 N포세대라는 단어가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렇게 자신의 인생이란 무대에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살고 있는 우리가 주인공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2008년도에 개봉한 영화 <원티드(Wanted)>에서는 이와 같이 주인공이 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한 남자를 내세우며 그 답을 찾아간다.
웨슬리 깁슨 - 검색 결과 없음
주인공 웨슬리 깁슨(제임스 맥어보이 분)은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다. 말 그대로 그의 일상에서 그가 스스로 정하는 일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의 직업이 상관에 의해 서비스 팀장에서 경리부 매니저로 강제로 바뀌어도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었고, 제니스(로나 스콧 분)라는 못된 상관의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의 여자친구가 그의 가장 친한 친구와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알아도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며 그 친한 친구에게는 호구취급을 받는다. 이렇듯 그는 직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수동적인 자세로 살아가며, 나라는 주체가 형성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주인공에는 그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또 하나의 병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공포 발작이다. 긴장상태에 놓이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공포 발작은 그에게 초라한 모습이고 지우고 싶은 모습 중에 하나로 여긴다. 주인공은 이것을 스스로 이겨내기보다는 약을 먹으며 증상을 완화시키기를 택한다. 이렇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주인공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타인 앞에 자신을 한없이 낮출 수 있는 '미안해요(I'm sorry)'이다. 이런 타인에 의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인터넷 검색창에 자신의 이름인 '웨슬리 깁슨(Wesley Gibson)'을 검색해보지만, 자신의 인생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듯 '검색 결과 없음'만이 화면에 나타난다.
웨슬리 : 죄송합니다만..?
폭스 : 넌 너무 쓸데없이 많이 사과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그에게 하나의 큰 변화가 찾아온다. 어느 날 나타난 폭스(앤젤리나 졸리 분)는 등장과 함께 주인공의 목숨을 노리는 크로스(토마스 크레슈만 분)와 총격전과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폭스는 크로스를 따돌린 이후에 자신이 속해있는 '형제회(The Fraternity)'라는 킬러 집단의 은신처로 데리고 가, 그가 사실은 킬러의 아들이며 그 또한 킬러가 될 운명이라고 말해준다. 은신처에서 슬론(모건 프리먼 분)은 그에게 총을 주며 파리의 날개를 쏘게 시킨다. 웨슬리는 머리에 겨눠진 총구에 떠밀려 자신이 갖고 있는 심장 발작을 이용해 그것을 성공시킨다.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심장 발작을 초라한 모습, 나약한 모습으로 여기며 약을 먹으며 그것을 버텨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자신의 심장 발작을 스스로 조절해 불가능이라고 믿었던 일을 해내게 된 것이다. 즉,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주체적으로 행동을 하여, 자신의 나약한 부분이 오히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을 해내게 만든 것이다. 우리의 모습 안에서도 이러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큰 능력이 아닌, 어쩌면 단지 사소한 모습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들을 말 그대로 사소한 것으로 간과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것들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하는 것들을 해낼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런 주체적인 삶에 아주 큰 의미의 한 발자국을 내민 웨슬리는 여전히 자신은 회사원일 뿐이라며 수동적인 삶을 택하려 한다. 이런 웨슬리에게 형제회는 앞으로 설명할 5가지의 과정을 통해 그가 삶에 있어서 주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엿 먹어라!
먼저 첫 단계는 '자신감 키우기'이다. 주인공은 형제회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게 된다. 그로써 그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제야 웨슬리는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로 자신을 괴롭히던 상사 제니스에게 돌직구를 날리며 모든 사원들이 하고 싶어 하던 말을 하고, 자신의 여자친구와 바람이 난 친한 친구에게는 키보드로 '한방 먹이며'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대신했다.
우리는 이처럼 웨슬리가 그러했듯 자신의 가치를 높게 측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사회라는 기계 안의 단지 하나의 톱니바퀴가 아니다. 톱니바퀴 하나가 빠진다면 그 기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고장이 날것이다. 동시에 다른 어떤 세상에서는 단지 하나의 톱니바퀴인 우리가 주체가 되어 하나의 거대한 기계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는 매우 크다. 이처럼 자신의 위치를 드높이는 일은 자신감 키우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리페어맨 : 난 수리공이야.
웨슬리 : 뭘 고치는데?
리페어맨 : 평생 쌓여온 나쁜 습관들.
그가 형제회로 들어와 받은 첫 번째 훈련은 바로 '무작정 맞기'이다. 리페어맨(마크 워렌 분)은 자신은 평생 쌓여온 나쁜 습관들을 고치는 수리공이라며 소개한 뒤, 웨슬리를 의자에 묶고선 '여기에 왜 왔나?'라는 질문과 함께 무작정 주먹을 날리기 시작한다. 첫 훈련 때 웨슬리는 그의 주먹에 맞고선 어안이 벙벙해할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이내 곧 기절해버린다.
그가 고치려고 하는 '나쁜 습관들'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웨슬리는 언제나 수동적인 태도를 고수해왔다. 직장에서나 인간관계에서나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상황이 주어지는 대로 맞춰가며 살아갈 뿐이었다. 이는 웨슬리만이 갖고 있는 태도가 아니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도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는 남들이 원하는 것이 우선시되며, 자기 자신을 타인의 다음 순서로 넘기곤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자신의 삶의 순서는 오지 않고 타인이 꾸며준 삶만을 살아가며, 결국 자기 자신을 잃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타인이 정해준 삶에 묶여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을 단순히 수동적인 태도로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능동적인 태도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앞세울 수 있을 때, 주체가 되는 삶에 한 발짝 나설 수 있게 될 것이다.
맞기만 하던 웨슬리는 빈틈을 노려 리페어맨에게 일격을 가하며 결국 수동적인 태도를 버릴 수 있게 된다.
미스터 엑스 : 넌 겁쟁이야.
웨슬리 : 난 겁쟁이가 아니야!
웨슬리를 맞이한 다음 훈련은 사람을 찔러보라는 훈련이었다. 미스터 엑스(데이비드 오하라 분)는 자신을 찔러보라며 웨슬리의 손에 칼을 쥐어주지만 웨슬리는 쉽게 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미스터 엑스는 웨슬리를 겁쟁이라고 놀리며 조롱하고, 웨슬리는 '겁쟁이가 아니야.'라고 말하며 마침내 칼을 뻗어본다.
미스터 엑스가 그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은 대담함이었다. 웨슬리는 그가 조롱했듯 겁쟁이와 같은 삶을 살았다. 인생을 살아가며 대담해지지 못하고 내민 손을 쉽게 거둔다면 그것은 겁쟁이가 될 뿐이라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노력 끝에 삶의 경계선에 다가가더라도 그 밖으로 손을 내밀지 못한다면 다시 변함없는 삶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럴 때 우리는 거침없이 손을 그 밖으로 내밀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손이 상처투성이가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런 대담함이 있어 손을 내밀었다면, 어느새 한계라고 생각했던 경계들은 무너지고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폭스 : 총알을 꺾어서 쏴.
웨슬리 : 어떻게 꺾어?
슬론 : 총알이 똑바로만 나간다는 고정관념은 버리도록 하게나.
폭스는 웨슬리에게 방해물 뒤에 있는 목표를 맞춰보라고 한다. 웨슬리는 뚫어서 쏘면 되느냐고 되묻지만, 폭스는 총알을 날아가는 도중에 꺾이게 하여 휘어져 목표물을 맞추면 된다고 한다. 웨슬리는 그녀의 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슬론은 총알이 똑바로만 나간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처럼 많은 일에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고정관념이란 과거로부터 그러하다고 판단되어, 결과를 보기 이전에 결론을 미리 내리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고정관념 중에서도 우리 스스로에게 판단을 내리는 고정관념이 있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길은 한정적이라고 여기게 된다. 예를 들면, 공대생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은 공학계열의 일을 해야 하고, 운동을 하던 사람은 그것과 관련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고정관념들을 버릴 필요가 있다.
과거와 현재의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직업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 인도의 위인인 '마하트마 간디'는 인권 운동가가 되기 전에 변호사였고, 일본 유명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과거 오사카부립 대학의 전기공학을 전공하던 공대생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유명 가수 '타블로'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창작 문예을 전공하였다. 앞선 예들 외에도 공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이러한 경우가 많이 있다. 자신의 꿈을 향해 과거에 걸었던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다. 중요한 점은 그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단순히 버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들은 그들에게 경험이 되어 더욱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발판이 되었다. 우리는 고정관념 때문에 쉽게 자신의 한계를 정해버리고,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가 족쇄로 만들곤 한다. 이 고정관념을 버릴 수 있을 때 우리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다.
페크왈스키 : 네 아버지는 네가 다른 삶을 살아가기를 원했어. 자신이 못 가졌던 것을 누리며. 가정과 평화. 넌 스스로 인생을 찾길 바랬어.
이러한 과정들로 웨슬리는 마침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에게 쉽게 주체적인 삶을 주지 않는다. 웨슬리는 자신의 손에 죽은 크로스가 사실은 자신의 아버지였음을 알고선 충격에 빠진다. 크로스의 동료인 페크왈스키(테렌스 스탬프 분)는 웨슬리가 크로스와는 다른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길 원하고, 크로스의 행동들은 웨슬리를 형제회로부터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었음을 말해준다. 웨슬리는 먼 곳으로 도망쳐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권유받는다. 웨슬리는 아버지의 뜻대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웨슬리는 도망치는 것이 아닌 아버지의 가죽재킷을 입고 형제회를 공격할 준비를 하며 자신의 선택을 보여준다.
형제회는 자신들을 스스로 운명의 심판자로 여기며 운명의 방직기가 정해주는 사람을 타깃으로 삼아 암살을 해왔었고, 그 행동의 결정은 슬론에 의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큰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운명의 방직기가 나타내 주던 타깃들은 형제회 내부 인원도 선택됐었고, 슬론은 그것들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직접 타깃을 설정하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형제회는 잘못된 조직이다.
인생이란 무대의 주인공으로 섰다고 하여, 그 무대가 나만을 위한 독백 무대는 아니다. 언제나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사회를 이루어 나간다. 자신의 삶에서 주체성을 찾아 주연이 된 것과 동시에, 다른 사람 또한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임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간과하여 다른 삶에 있어서 자신의 힘을 함부로 개입시킨다면, 다른 사람에게 수동적인 삶을 제공하는 악역이 될 뿐 올바른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영화는 이 사실을 말해주듯 웨슬리가 통쾌한 액션과 함께 형제회를 없애는 것을 보여준다.
웨슬리는 앞선 경험들로 마침내 인생에서 주체성을 갖게 된다. 자신의 것이 없었던 웨슬리에게 이제는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 마지막엔 초반에 나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검색창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지만 여전히 '결과 없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그가 자신의 삶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마침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었고, 자신 외의 다른 것이 함부로 자신을 정의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들의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이다. 그 어떤 다른 사람도 함부로 내 인생에 주연이 될 수 없다. 자신의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 우리는 앞선 과정들을 필요로 한다. 웨슬리는 마지막으로 진정 원했던(Wanted) 자신의 삶을 되찾는 총탄을 쏘며 우리들에게 한마디를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