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경계에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찾은 '하루'의 소중함

by 나호정

'쳇바퀴 같은 삶'


매일매일 반복되며 변함없는 하루하루를 뜻할 때 사용하는 문구이다. 현대의 바쁜 일상에게 옥죄여 사는 삶 속에서 어제와 오늘이 같았고, 오늘이 내일과 같을 것이라는 사실은 다소 잔인하게 들리기도 한다. 이러한 변함없는 삶 속에서 사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 아닌 '갇혀있다'는 느낌을 준다. 언젠가는 나아진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단어 그대로 희망인 채로만 머무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열심히 발버둥 쳐봤자 변함없어 보이는 현실은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없이 남은 인생에 회의감이 들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서 반복되는 나날들은 과연 무의미한 소모적인 하루이고, 우리는 그 속에서 허우적대기만 하는 것일까?


2014년 개봉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는 전쟁과 타임 루프를 통해 이를 극단적으로 만들고, 한 남자가 완전히 똑같이 반복되는 나날들 속에서 겪는 모험을 보여준다. 영화가 되풀이되기만 하는 삶 안에 어떤 의미들을 두었는지 그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 Daum Movie


외계인의 침공으로 폐해가 된 유럽, 인류는 생존을 위해 외계인과 전투를 벌인다. 5년 동안의 패배로 인해 유럽 전역을 빼앗긴 인류는 엑스 슈트라는 첨단 무기를 개발하게 되었고, 주인공 '윌리엄 빌 케이지(톰 크루즈 분)'은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군입대를 독려하여 수백만을 입대시킨 미 육군 정훈장교이다. 하지만 그는 참군인과는 관계가 멀었다. 그가 군인이 된 이유는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이 아니라, 단지 전쟁으로 인해 삶이 막막해져 선택한 틈새시장을 노린 것에 있었다. 그의 이런 태도는 브리엄 장군(브렌던 글리슨 분)의 심기를 건드렸고 결국 케이지는 탈영병의 꼬리표가 붙은 채 강제로 최전방으로 보내지게 된다. 그리고 그는 최대 규모 작전인 다운폴 작전에 투입되지만 전투 경험이 전무하던 그에게 찾아온 것은 죽음이었다. 하지만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 그는 어느새 과거로 돌아와 있었고 영화는 이것을 되풀이하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혼란스럽던 그는 몇 번의 되풀이 속에서 '리타 브라 타스키(에밀리 블런트 분)'을 만나게 되고, 이것을 빠져나올 실마리를 찾게 된다. 그 과정은 전투에 놓여있었고, 처참하게 죽기만 하던 그는 어느새 전의 베르됭 전투에서 지대한 공을 세운 리타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투 실력을 갖게 되었다. 그를 이렇도록 발전시킨 것은 연습에 있었다.


ⓒ Daum Movie


어떤 일에 있어서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잘하지 못한다.'의 다음 선택지는 포기가 아니라 재도전이 되고 이것의 과정들이 연습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도전을 해왔고 앞으로 할 것이다. 그것의 결과는 항상 좋다고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몇 번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며 같은 것을 수십수백 번을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실패하는 사람들의 90%는 정말로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는 것이다.


취업 면접에 무려 57번이나 떨어졌지만, 27세로 백만장자가 된 '폴 J 마이어'가 남긴 말이다. 그가 말하는 진짜 실패는 포기하는 것에 있다고 본 것이다. 누구나 어떤 도전에 있어서 실패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실패였는지 단지 성공을 위한 과정이었는지 결정짓는 것은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스스로가 그렇게 정해버리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실패로 보이는게임 오버(Game Over)의 순간에서 그것의 다음 선택지가 포기(Give Up)이 아닌 계속(Continue)일 때,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으로 넘어(Over) 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막강한 능력에도 한계는 있었다. 케이지는 리타와 함께 지내는 날들에 비례하여 그녀의 죽음을 보는 순간도 많아졌다. 이는 그녀에 대해 깊어진 마음과 더불어 그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고, 그녀와 수없이 도전해도 더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그는 절망에 빠진다. 이 상황에서 그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준 것은 어느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돌아가기이다.


ⓒ Daum Movie


급할수록 돌아가라


살아가다 보면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하기만 한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 함부로 손을 내밀어 나아갈 엄두가 안 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인 상황은 낯설지만은 않다. 영화에서 케이지 또한 막혀버린 벽 앞에 그녀를 향한 마음을 눌러 접고다. 하지만 그는 포기한 것이 아니다. 단지 직진하던 길을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는 그녀와 함께하지 않고 혼자서 길을 찾으려 노력했고 마침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우리도 이러한 돌아가기를 행할 필요가 있다. 돌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같은 길을 더 멀리 힘들게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보지 못하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줄 수도 있고 막다른 길옆에 지름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그것이 '0'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등산에서 정상을 밟지 못했다고 하여, 산을 오르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또한 다음 도전에서 다시 산의 입구에서 시작할 때는 처음과는 다른 늘어난 폐활량과 전에는 없던 노하우들과 함께 조금 더 쉬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누적이 되어 경험과 능력이 되고 어느새 주위를 돌아보면 정상에 올라 멋진 풍경이 우리를 맞이해줄 것이다.




그는 이러한 과정들로 성장했고 결국 승리했다. 그것의 결과로 시간이 되돌아와 그가 탈영병이 아닌 소령인 케이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그의 동료들과 마음을 줬던 그녀를 다시 찾아간다. 영화는 전에 보여줬던 군인이라는 것에 사명감 없이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탈영병의 모습을 떳떳하고 위엄 있는 소령의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이것은 영화 내에서 그가 행한 일은 없던 것이 되었지만 그의 노력과 경험에 의해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도 이와 같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가 변함없이 하루하루를 허비하고 있는 기분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어제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은 알고 있고, 오늘은 하지 못한 것을 내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가 죽음을 통해 반복해냈던 나날들의 기회를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으로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기회들 속에서 갖춰야 할 행동은 포기하지 않고, 막다른 길에서는 돌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우리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어느새 발전한 우리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타임 루프를 통해 케이지가 수백 번의 전투를 임한 것과는 대비적으로 '내일이면 스무 번째 전투야! 내일이면 신기록을 세울 거라고!'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병사가 나온다. 우리도 이처럼 반복되는 하루를 단지 지나가는 나날들이 아닌 지금까지 포기 않고 달려온 나날들로 여길 수 있다면 내일의 경계(Edge of Tomorrow에 놓인 우리의 앞으로 맞이할 하루는 더욱 소중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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