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찾은 조커의 메시지
이 물음은 고대의 철학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질문을 하고 수없이 많은 대답을 냈지만 아직까지도 확답을 내리지 못한 의문이다. 과거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선함을 노래해왔고 아직까지도 여러 곳에서 선함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박이라도 하는 듯 뉴스에서는 도저히 사람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행위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오히려 선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것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옳지만은 않은 사회에서 인간의 선함을 지키는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소중한 가치로 여겨지는 것과는 반대로 이러한 정신적 가치는 구시대의 산물로만 여겨지며 실리나 효율과 같은 단어에 가려져 빛을 잃어 가고 있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현대에서 아직도 선함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을지, 또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영화 <다크 나이트(Dark Knight)>에서는 이것을 부정하기 위해 영화 안팎으로 화제가 되었던 한 '미치광이'가 등장한다. 그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려고 한 것은 단순한 죄악상이 아니었다. 그가 일으킨 소동 속 깊은 곳에 그가 보내는 하나의 메시지가 놓여있었다. 혼돈과 악으로 가득 찬 그를 왜 사람들은 열광했는지, 또한 그가 진정 부정하고 싶었던 건 무엇인지 악당의 모습 뒤에 있는 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가 믿는 건, 사람은 죽을 만큼 고난을 겪고 나면 더... 이상해진다는 거야.
(I believe whatever doesn't kill you simply makes you… stranger.)
조커(Joker, 故 히스 레저 분), 그의 겉모습은 사람의 것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괴기스럽다. 얼굴은 현실의 가혹함에 질려버린 듯 하얗고, 그가 바라보는 곳은 세상의 어두운 곳뿐인 것처럼 검게 칠한 눈을 가졌다. 이 무엇보다 가장 그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항상 웃을 수밖에 없게 돼버린 그의 입가에 있는 미소 모양 흉터이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에서는 그의 입을 빌려 몇 가지의 예시 아닌 예시를 말해준다. 자신의 아버지의 가정 폭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과 현실의 고난 속에서 미소를 억지로 지어 보이기 위해서 자행됐다는 얘기들을 해준다. 두 이야기들을 포함한 그 어떤 이야기도 어떻게 조커에게 그런 광기 어린 미소를 주었는지 정확히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보여준 예시들은 어느 특별한 사연이 아닌, 세상 어느 곳에서 일어남 직한 일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겉모습과 악행들, 하지만 그가 그 누구보다 인간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그가 말하는 사연들은 그를 미치게 만드는 데 충분해 보인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극한의 공포, 절망등이 그의 단어 속에 담겨있다. 그가 사연을 말해 얻고자 하는 것은 동정과 같이 따뜻한 것이 아니다. 단지 자신이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과, 그것이 낳은 타락상을 예시로 보여주며 자신의 모습을 납득시키려 한 것이다. 인간 본연의 모습이 선함이 아닌 악함에 놓여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그 결과로 '강해(stronger)'질 수 없고 '이상해(starnger)'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누구보다 인간의 모습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모습을 가장 잘 이해한 것은 그에게 매우 큰 무기로 사용되어진다.
돈이 문제가 아냐. 중요한 건 메시지지. 모든 것은 불에 탄다는 거.
(t's not about money. It's about sending a message. Everything burns.)
세상은 돈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것이 갖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영화에서 조커도 거물들의 돈을 지키기 위해 고용되었고, 배트맨(크리스천 베일 분)의 정체를 알아낸 직원이 요구한 것도 돈이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돈이 본 목적인 것처럼 생각한다. 영화 밖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다스의 손 이야기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돈이 목적이 되는 것이 악덕과 같이 여겨졌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에 '돈 때문에'는 쉽게 말할 수 있는 목적이 되었다. 뉴스에 나오는 '치료비가 없어서 안타깝게 죽어버린 사람'은 사람들에게 그와 같은 현상이 부정되어지지 않고, 씁쓸함을 더해 사회의 단편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이처럼 돈은 자본주의가 세상에 내리 앉은 이후에 사람의 행위가 갖는 궁극적인 목적을 잃게 만들고 돈 자체가 목적이 되며, 사물이 갖는 진정한 가치들을 잃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좋은 직업의 조건은 연봉과 직결되며, 의사는 치료가 목적이 아닌 치료'비'가 목적이며, 교사는 교육이 목적이 아닌 월급이 목적이 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이렇듯 돈 때문에 사는 것은 현대에 있어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정상적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조커는 달랐다. 그는 돈을 과감히 불태우며 자신의 목적은 돈에 있는 것이 아니란 걸 보여준다. 그에게 돈은 단순히 소모품이고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은 불탄다'라는 대사로 물질적 가치에 대한 소모성을 말해주며, 영화 속 거물들과 영화 밖의 관객들에게 일침을 날린다. 이렇듯 그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돈의 본질을 꿰뚫어보며 그것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가 혼돈을 가져올 무기로 삼은 것은 이러한 돈 때문에 가려진 정신적 가치들이다.
혼돈의 가장 큰 미덕이 뭔지 알아?
공평하다는 거야.
(And you know the thing about chaos?
It's fair.)
그의 목적은 인간의 악함을 보이는 데에 있었다. 하지만 배트맨과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 분)와 같이 신념이 올곧은 사람들에게서 악함을 보이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그들의 신념을 무너뜨리기 위해 조커는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으면서까지 그것을 보이려 했다. 하지만 조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배트맨은 몸을 날리면서까지 자신의 정의(正義)와 불살(不殺)의 신념을 지킨다.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용된 건 바로 정신적 가치이다.
사랑, 우정, 동정, 공감 등등 많은 정신적 가치들이 세상에 놓여있다. 그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추상적인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쉽게 간과할 수 있다. 어느 시대나 이러한 가치들은 중요시 여겨지고 퇴색되지 않는 숭고함을 지녔다. 하지만 돈으로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그것들의 가치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고, 현실이라는 벽 뒤에 가려져 온전히 추구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영화 속 조커는 그것들의 가치를 알고 있었고, 이것들을 이용해 굳센 신념을 무너뜨리게 된다. 조커는 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레이철 도스(매기 질렌할 분)'를 이용해 마침내 배트맨이 이성을 잃고 감정적인 폭력을 가하게 했고, 조커는 그 순간을 즐기듯 광기 어린 웃음을 보여준다. 또한 하비 덴트 역시 사랑을 잃고는 조커의 말에 현혹돼 자신의 선함을 잃고 투 페이스라는 악인이 되며 타락해버린다.
조커가 만든 혼란 속 공평함(fair)은 사람들이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위와는 상관없이로 누구든지 단두대 위에 오를 수 있다는 데에서 나온 공평함이었다. 조커는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악함을 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죄수를 태운 배와 무고한 시민을 태운 배가 서로를 폭발시키지 않을 경우 자신들이 목숨을 잃을 위험이 있는 상황을 만들면서 그것을 보이려 했다. 하지만 인간 본연의 모습에서 악함만을 본 그가 미처 놓쳐버린 것이 있었다.
왜 그렇게 심각해?
(Why so serious?)
그의 작전은 성공하는 듯했다. 두 개의 배는 혼란에 빠지고 어느 한쪽 할 것 없이 누르자는 쪽으로 의견이 맞춰지며 버튼을 누르기만을 기다렸다. 또한 한쪽에선 '선'의 대명사인 하비 덴트를 복수의 화신인 '투 페이스'로 타락시켰다. 신념에 의해 행동하던 그는 사람의 목숨을 단순히 운에 맡기며 그것을 한없이 가볍게 여기게 되었다. 조커는 이에 만족하고 배트맨에게 그에게 광기를 심어줘 타락시킨 것에 대해 자랑하듯 말한다. 이처럼 그는 도화선에 불을 붙인 채 터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는 인간의 내면의 악함을 보이려 했고 그 외의 모든 가치들을 비웃었다. 그의 명대사인 '왜 그렇게 심각해?(Why so serious?)'에서 알 수 있는 인간이 갖고 있는 숭고한 가치들에 대한 냉소적인 모습은 그의 계획에 차질을 낳았다.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은 바로 인간의 선함에서 비롯된 믿음과 희생이었다.
터질 줄 알았던 배는 서로의 배가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 것에서 믿음으로 작용돼 끝끝내 누르지 않은 채 시간을 넘겼고, 투 페이스의 만행들은 배트맨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하비 덴트를 '빛의 기사(Shining Knight)'로 남을 수 있게 하고 자신은 '어둠의 기사(Dark Knight)'의 타이틀을 짊어졌다. 이러한 가치들이 혼돈 속에서 진정한 정의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사람들의 믿음에 대한 보상으로 이어졌다.
조커는 자신이 비웃었던 가치에 의해 결국 인간의 악함을 드러내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의 악행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가치들을 부각하였고, 혼란 속에서 인간의 선함을 보여주었다. 다시 한번 그의 첫 등장을 살펴보자. 평화로운 거리 속 광대의 가면을 들고 있는 조커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단순 미치광이가 아닌 그 누구보다도 인간 본연의 모습 깊숙이 들어가 마침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자신만의 답을 찾으려 광기에 빠진 한 인간의 모습이다. 그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어도 그를 비난하기엔 그의 신념이 또 다른 현실의 단편적인 모습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의 광기 속 내면 깊은 곳에서 호소하는 그 단어들은 자리를 바꿔 우리가 주목하지 못하는 가치들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보여준다. 중요한 점은 그것들은 우리가 평소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란 것을 핑계로 놓치고 있었던 것들이고, 이러한 상황을 세상의 한 부분으로 수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조커가 행한 비인간적인 행위들을 애써 부정해보아도 마음 한쪽에선 현실의 잔혹함을 빌려 그를 이해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조커, 그가 보여준 광기를 '어쩔 수 없이 이해한다'는 것으로 짧은 위로를 보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