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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불륜 소설'

by 나호정

안톤 체흡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는 '불륜 소설'이다.


소설은 휴양지 얄타로 여행을 떠난 '유부남'인 '드미트리 구로프'와 '유부녀'인 별칭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로 불리는 '안나 세르게예프나'를 만나 잠깐 동안의 사랑을 나누고, 이후에 각자 고향에 가서도 서로를 잊지 못해 다시 만나 '사랑'을 꿈꾸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소설은 '불륜 소설'이라는 '3류 소설'로 분류되는 장르와 '로맨스 소설'이라는 '순수 문학'사이에서 어떤 수식어를 붙일지 매우 애매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불륜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소설이 보여주는 현실의 어떤 조건 '사랑의 힘'이 퇴색되는 느낌이며,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기엔 그들이 처한 상황이 '사랑'이란 단어의 '순수성'을 헤치는 느낌이다. 하지만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살펴본다면, '불륜 소설'과 '로맨스 소설'은 '양립'이 아닌 소설 내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불륜'이라는 소재로 '로맨스'에 담겨있는 '사랑'의 모습을 절실함을 빌려 거침없이 보여준다는 것이다. 미혼의 신분으로 둘이 사랑을 나눴다면 이처럼 현실의 풍파에 맞서 싸우는 장면 없이 단순한 '풋사랑'정도로 사랑에 대한 싱그러움은 담아낼 수 있었더라도, 사랑의 '깊이'에 대해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불륜'이라는 소재는 현실적인 한계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사랑'이 현실의 어떤 환경 속에서도 단지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운명 앞에 놓인 장애물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보여주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사랑'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집안싸움'은 '안타까움'을 더해 그들의 사랑을 강조했다. 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에서는 대신 '불륜'이라는 소재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그가 만난 불륜이란 껍질 속 '사랑'덕분에 전까지 그의 '이름'조차 제대로 불러주지 않았던 것과는 다르게 그녀만은 그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며 '드미트리 구로프'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 소설에 '불륜 소설'이라는 딱지를 과감히 붙이고 싶다. 여기서의 '불륜'은 타락한 윤리관을 보여주는 단어가 아닌 그 어떤 것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가감 없이 세상 밖으로 온전이 내어 사랑의 '부드러운 면'이 아닌 '현실'이라는 한계에 굴복되지 않는 '강한 면'을 보여주면서 '사랑'을 온전한 '로맨스 소설'과는 다른 모습으로 그것의 가치를 드러냈기에, '불륜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작가가 보여준 '사랑'의 모습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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