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슬프다. 많이.

보통날

by 모소

키우던 고양이를 입양 보내게 됐다.

야롱이를 구조한 지 4개월 남짓, 짧은 기간이지만, 가족으로 삼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야롱이가 시골집, 친정 집(우리 집 바로 윗 집)을 전전하다가 우리 집에 온 지 이제 겨우 열 하루. 열흘만에 입양을 결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들의 고양이 털 알러지 반응이 너무 심하게 나오기 시작했기에. 코 간질간질이 아니라 눈이 퉁퉁 부었다. 두드러기 폭발. 약 먹으며 버티라기엔 우리 아들도 아직 어려서... 앞으로 점점 심해질 거란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에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있는 지인이 데리고 가겠다고 해서 한결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 야롱이의 빈자리가 벌써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시리다.

지인에게 야롱이의 이야기를 알려주기 위해 야롱이의 역사와 특징을 담은 장문의 편지 썼다. 집에서 쓰려니 야롱이를 옆에 두고 쓰기가 좀 그래서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나왔다. 근데 그냥 집에서 쓸 걸 그랬나 보다. 편지를 쓰는데 막 예전 생각이 나면서, 그래 맞아 그랬었지 하면서, 남사스럽게 눈물이 났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눈물 참느라 혼났다. 웬 아줌마가 아침부터 커피 집에 나와서 울고 앉았나, 생각했을 거다. 아마.


좋은 사람한테 가게 되어서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든 시간은, 시간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짧았다. 야롱이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동물을 키워본 것도 처음, 입양을 보내는 것도 처음, 이런 기분이 드는 것도 처음이다. 온통 처음이라 솔직히 이런 기분은 예상치 못했다. 생각보다 타격이 크다. 생각보다 슬프고. 그래도 여기에 내 슬픈 마음 털어놓고, 우리 아들 앞에선 단호한 척해야 한다.

나 때문에 야롱이 가는 거야?, 라며 울먹이는 아들에게 우리보다 더 좋은 집으로 가는 거야, 우리 서로 행복해지려고, 라며 아무렇지 않은 척 단호하게 말해야 아들도 슬픔을 잘 삼킬 수 있을 테니. 나까지 무너지면, 아이가 너무 속상해할 것 같으니까.


아프다고 어미한테 버림받은 야롱이를 내가 또 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무겁다. 아주 많이.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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