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엄마

보통날

by 모소

6개월 전 처음 닌텐도 스위치를 맞이했을 때는 우리 애들이 그렇게 사달라고 해도 너무 비싸다며 사주지 않았다. 비싼 돈 들여 게임을 하게 할 필요 뭐 있겠냐면서. 그랬던 내가... 약 3주간의 고민 끝에 어제 닌텐도를 사버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 살 빼려고.

애들의 간청에 꿈쩍도 않던 내가 선뜻 큰돈을 쓴 건 '피트니스 복싱'이라는 소프트웨어 때문이다. 얼마 전 친척 언니가 "야, 내가 대박 다이어트 효과 좋은 운동 알아냈어. 이거 완전 살 빠져. 장난 아냐." 하길래 솔깃했더니 언니는 닌텐도 스위치를 들고 직접 우리 집까지 찾아왔다. 보여주겠다면서.

오우, 좋은데?

언니는 요즘 바빠서 자주 못 쓰니까 당분간 빌려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 후로 매일은 아니지만 한 3주 동안 꽤 꾸준히 피트니스 복싱을 했다.

어머, 이거 진짜 괜찮네.

살이 빠진 건 모르겠지만,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 석촌호수 돌기는 어려우니까 딱 좋다, 싶었다. 그때부터 폭풍 검색. 그러나 역시 가격이 좀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하루하루 언니의 은혜에 감사하며 복싱을 하던 어느 날, "언니, 닌텐도 언제 갖다 줘?" 묻자, 언니는 "응, 아무래도 이제 써야 할 것 같아." 했다.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과 함께 불안감이 몰려들었다. 막 금단증상이 나타날 것 같고, 이번 겨울 닌텐도가 없으면 돼지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사버렸다. 5개월 할부로.

애들이 사달라고 할 땐 눈 하나 깜짝 안 하더니, 지가 필요하니까 쿨하지 않은 듯 쿨하게 사버리는 나는 이기적인 엄마인가 보다.

뭐, 그래도 사긴 잘 산 것 같다.

애들이 엄청 좋아한다. 나도 엄청 좋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야롱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