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아이맥을 사고야 말았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새 제품은 감히 엄두도 못 내고 중고로 장만했다. 중고 아이맥이니까 당연히 2019년형은 아니다.
2019년형 아이맥이 레티나 디스플레이어에, 성능 좋은 CPU에, 또 뭐 어쩌고 저쩌고가 좋아서 영상 작업에 탁월하고 (나한텐 패쓰) 음악 작업에도 훌륭하며(이것도 패쓰) 무거운 게임을 할 때(역시 패쓰) 전혀 무리가 없다지만, 사악한 가격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나는 원래 중고거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돈도 없으면서 새 거만 좋아한다...
그런 내가 "그렇게 성능이 좋을 필요 뭐 있어? 어차피 난 문서작업만 할 텐데." 라며 선뜻 중고거래에 발 벗고 나섰다. 물론 여기엔 남편의 은밀한 회유가 곁들여지긴 했다.
우리나라 출판업계는 대개 한글파일로 작업을 처리하기 때문에 그쪽 계열 종사자들은 당연히 맥os 보단 윈도우를 쓰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런데, 난 대체 왜, 윈도우 노트북도 버젓이 있는데, 맥보단 윈도우가 훨씬 익숙한데, 돌연 맥os를 쓰려는 걸까?
바로, 스크리브너 때문이다.
스크리브너는 작가들을 위한 문서 작업 프로그램인데, 무료체험판을 사용해보니 와우, 번역하기에 너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이 좀 수고스럽긴 하지만 그게 대수랴!, 작업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는데!
스크리브너가 원래 맥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 윈도우용이 별로라는 소식은 익히 들었지만, 맥용 스크리브너와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마침 집에 전부터 방치해 놓은 맥북이 있어서 두 버전을 비교할 수 있었다.
어찌 됐건, 맥으로 스크리브너를 써야겠는데 맥북은 번역 작업하기엔 좀 작고 게다가 느리고, 뭐 이런저런 핑계로 아이맥을 장만하게 된 것이다. 꽤나 큰 금액이라 많이 망설였지만, 결국엔 또 질렀다. 근데 또 지르고 보니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나저나 이제 아이맥도 샀는데 이번 번역 작업 건 계약이 잘 돼야 할 텐데... 걱정이다. 뭐 걱정이랄 건 없지만 아이맥을 질렀으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솔직히 이번 계약 건 보고 지금 산 건데... 잘 못되면... 허거걱...
이제 아이맥은 샀으니 다음 내 목표는 킨들이다. 지금 있는 건 완전 초창기 버전이라 골동품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