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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소 Jan 10. 2020

미세먼지 뚫고 동네 한 바퀴

보통날

 연일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세먼지는 보통인데 초미세먼지가 나쁨이다. 입자가 더 작은 먼지라니까 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얼굴의 모공에도 콕콕 박힐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오늘 아침 난 운동하러 석촌호수를 나갔다. 요즘엔 겨울이라 닌텐도 스위치로 피트니스 복싱을 하며 실내 운동을 즐기고 있었는데, 어제 주먹질을 너무 격하게 했는지 골반이 뻑뻑해졌다. 

 

 골반이 뻑뻑하면 걷기 운동도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미세먼지, 아니 초미세먼지도 있는데. 


 그러나 살살 걸으면 골반에 무리가 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과 마스크만 쓰면 미세먼지쯤이야, 라는 생각, 어차피 하루 종일 집에 있을 건데 잠깐 나가서 운동을 하는 게 건강에 더 이로울 거라는 믿음이 솟구쳤다. 따뜻하게 갖춰 입고 신발끈을 꽉 조이고 밖으로 나섰다. 

 나 잘 나온 거겠지?, 의심하며 석촌호수에 도착. 그렇게 추운 날은 아닌데 평소보다 아침운동하는 사람이 훨씬 적었다. 오메, 미세먼지가 무섭긴 한가보다. 뭐 어쨌든 난 끈 달린 이어폰을 끼고, 요샌 블루투스 이어폰을 낀다고 하지만 내꺼가 싸구려라 그런가 음질이 별로라 계속 끈 달린 이어폰을 고집 중이다, 인기 팝송을 들으며 열심히 한 바퀴를 돌았다. 걸으면서 골반은 좀 삐걱대긴 했지만 크게 무리가 가진 않은 듯했고, 운동하고 집에 와서 아주 빡빡 씻었으니까 피부에 박힌 초미세먼지도 사라졌을 거다. 그리고 운동한 후에만 느낄 수 있는 상쾌함과 청량감도 더해졌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아침 공복에 운동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게 나도 모르는 새 습관이 된 것 같다. 미세먼지를 뚫고라도 하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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