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
봄이라 날씨가 따땃해져서 그런 것도 아닐 테고, 여름이어서 땀 흘리느라 기력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닐 테고, 가을에 말이 살찌듯 나도 살찌느라 피곤한 것도 아닐 테고, 요즘처럼 포근한 겨울엔 그렇게 기운 달릴 일도 없을 텐데 어찌 된 일이지 심하게 졸리다.
졸리면 자면 되지?
두 가지 역할을 책임지고 있는 나로선 그게 또 쉽지가 않다.
일단 엄마 역할. 애들이 방학이라 - 방학은 대체 왜 이렇게 길 까나 - 삼시세끼를 다 해 먹여야 되고, 중간중간 공부도 봐줘야 하며,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어떤 아동 교육학자가 아이들의 독서습관을 기르려면 강요하기보다는 부모가 먼저 독서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그러길래, 땅이 꺼지듯 푹 꺼지는 몸뚱이를 의자에 지탱하고 앉아 독서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그다음 프리랜서 역할. 애들이 하루 종일 집에 있어도, 프리랜서는 늘 자기가 프리랜서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안 그러면 순식간에 일거리가 순삭... 애들 밥 차려주고, 치우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공부 봐주고, 겨우 남는 시간에 원서도 읽고, 번역도 조금 하고, 단어도 외우고, 한국어 공부도 하고, 읽어야 책도 읽고... 헉헉헉. 솔직히 도저히 다 할 순 없다. 무슨 원더우먼도 아니고.
쓰다 보니, 내가 이렇게 피곤한 것도 당연한 일 같기도 하다. 피로가 누적될만한 스케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