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
요즘 너무나 너무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살면서 이렇게 바빴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보름 있다가 이사를 하는데, 10년 만에 하는 이사고, 우리의 첫 집이고, 모든 게 처음이라 우왕좌왕 아주 난리도 아니다. 어디 그뿐인가. 이달 말까지 번역 원고 마감이 있는 데다가 샘플 번역에, 기획서 제출에, 내 턱끝까지 쫓아온 코로나가 바꿔놓은 일상까지. 정말 요샌 노래 제목처럼 24시간이 모자라다.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라 그런지 잠도 푹 자지 못한다. 원래 통잠 자던 나였는데 새벽에 두 번은 기본으로 깨니까. 그런데도 별로 피곤하지 않은 걸 보면 참 희한하다.
우리 애들을 낳고 이만큼 키운 마이 엑스 하우스를 떠나려니 많이 서운하면서도, 새로 맞이할 집에 대한 기대와 가전과 가구를 고르고 배치하는 즐거움에 솔직히 하늘을 붕붕 떠다니는 기분이 들긴 한다. 사실 지금 우리 집이 서운해할 것 같아서 대놓고 까르르 대진 못한다. 한 건물에 부모님도 계시고 동생네도 살고 있어서 그런가 막상 떠나려니 그 서운함이 더 배가 된다. 그렇게 멀리 가는 것도 아니면서...
오늘은 마이 뉴 하우스에 들어가는 날이다. 아, 진짜 입주가 아니라 잔금도 치르고, 집 열쇠도 받고, 새 가전이 들어가는 날이다.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이삿날보다 오늘이 더 이삿날 같이 느껴진다.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설렘보다 마이 엑스 하우스랑 정말 헤어지는구나, 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제 진짜 헤어지는 것 같아서... 집을 남겨두고 시집가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새 집에 새 물건들 들어오면 좋다고 함박웃음 짓겠지. 철없는 딸처럼.
오늘은 이 마음, 저 마음, 그 마음이 다 드는 참으로 기묘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