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핸드폰에는 필수 앱을 제외하고는 알림 설정이 되어 있지 않다.
내 핸드폰은 내 명의이지만 실상은 우리 가족 공용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애들 학교 알리미에서 오는 알림, 각 반의 밴드에서 오는 알림, 각종 요금 납부 및 이체 알림, 택배 배송 알림, 그 외 각종 문자까지 합치면 나를 위한 앱에 알람 설정을 해놓는 건 사치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매시간마다 오는데, 번역을 할 때면 솔찬히 방해가 된다. 그래서 초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에는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놓기도 하지만 행여 출판사 연락에 늦게 답을 할까 봐 그것 역시 마음이 편치는 않다. 그래도 요샌 아이폰이랑 에어맥 연동이 기가 막히게 좋아서 핸드폰은 무음으로 해도 에어맥을 통해 전화나 메일은 확인할 수 있으니까 한결 편하다.
서론이 길었다. 어쨌거나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앱 알람 설정을 거의 안 하는 편인데, 며칠 전 브런치 앱에서 알림이 왔다. 두 달간 글을 안 썼다고 좀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내용이었다. 브런치에 글 써야지 또는 번역이 지겹고 갑갑해서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얘기 브런치에 막 쓸 테야, 하면서도 일단 일 끝나면 드러누워서 유튜브 영상이나 보고 있다. ㅎㅎ 진짜 이렇게 핸드폰 들고 유튜브 보다가 곧 손목터널 증후군이 올 것 같다. 요즘은 글쓰기는커녕 독서와도 데면데면하는 중이다. 날이 더워서 그런가... 그런 거라고 믿고 싶다.
그렇게 혼자 글쓰기 및 독서와 밀당을 하던 중에 브런치 알림이 시들어가는 나의 글쓰기 의지를 일깨워 주었다. 별난 주제는 아니지만, 그냥 끄적여본다. 그래도 글쓰기는 나에게 운동과 같은 존재라서 일단 글을 쓰고 나면 운동하고 나서 처럼 뭔가 개운하다. 왠지 살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막 불안한 게 사라지고 조금 안정된다고 해야 하나... 암튼 그렇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나면 거창하고 수려하게 글을 쓴 것도 아닌데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들 것 같다.
모처럼 나를 위한 알람이, 내가 좋아하는 브런치 알림이 괜스레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