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
언제부턴가 비염이 생겼다. 어렸을 땐 그런 거 모르고 자랐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생겼다. 공기질이 나빠져서 일까, 내 면역력이 안 좋아진 걸까? 20대 중반에 시작된 비염은 딱 서른이 되던 해 절정에 치달았다. 아침에 눈 뜨면 물 같은 콧물이 줄줄 흐름과 동시에 머리가 쭈뼛 설 정도인 울트라 파워 재채기가 연신 튀어나왔다. 그렇게 콧물과의 사투를 벌이다 한의원에 가서 약물치료를 받고 많이 호전되었다. 물론 지금도 컨디션 안 좋을 땐 콧물과 재채기가 하염없이 뿜어져 나오긴 한다.
그런데 이걸 내 아들이 물려받은 듯하다. 쓸데없는 걸...
아들은 예전의 나보다 더 심하다. 이비인후과에서 처방받은 항생제를 먹으면 좀 좋아지긴 하지만, 항생제에 대한 특이 반응인지 뭔지 곡기를 끊는다. 한참 자라는 아이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래서 한의원을 데리고 가 면역력 강화 약을 먹였지만, 알레르기성 비염을 떨쳐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계속 항생제를 먹일 수도 없고, 코 세척만으론 한계가 있고, 그냥 두자니 코가 답답해서 입으로 숨 쉬고, 잘 때 코 골고, 잠도 잘 못 잔다. 무엇보다 애가 많이 지쳐 보인다. 좀 멍~해 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일까 자꾸 실수하는 것 같고.
항생제를 먹으면 밥은 안 먹을지언정 잠은 잘 자니까 그냥 이비인후과로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들에게 물어봤다.
"코 답답하니까 우리 그냥 항생제 먹을까? 항생제 먹으면 낳긴 하잖아."
"근데 그럼 나 또 밥 안 먹을 텐데?"
"이제 좀 컸으니까 네가 마음 굳게 먹고 밥 잘 먹으면 어때?"
"한 번 그래 볼까? 그래. 그럼 해볼래."
오늘 하교하면 바로 병원으로 갈 예정이다. 약을 자주 먹으면 내성이 생겨 또 다른 약으로 바꿔야 하겠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저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밥이 안 먹혀도 아이가 의지로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