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그들의 <헤어질 결심>
- 네이버 영화-
열 번을 볼 결심을 해놓곤 고작 세 번을 보았다. 다시 태어나면 탕웨이 될 결심을 해놓곤 깨구락지로 태어나도 변명할 여지가 없을 만큼 대충 못나게 살고 있다.
굳이 멀리 찾아가 파주 명필름에서 처음 보고 나오던 날, 무거운 비가 안개비로 바뀌며 자유로를 적시고 있었다. 영화의 여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합정동 한 켠에 차를 세우고 '헤어질 결심'의 지독히 감상적인 후기를 끄적였다. 그날 이후 박찬욱 감독을 두고두고 추앙하게 되었다. 그때의 기록을 다시 꺼내오며 4회차 관람을 이어갈 궁리를 해본다.
*2022. 07.23. 명필름 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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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미결
깊은 바다 속으로"
세 가지 (나만의) 키워드를 오롯이 새기며
다시 볼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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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빠져들어 보고 나왔는데, 돌아오는 길엔 몽골몽골 의문이 솟는다. 이렇게나 감각적이고 이렇게나 치명적인 박찬욱 감독의 영화. 감독님 장수하게 해주세요. 이런 영화 백개 만들게 해주세요.
아무 후기도 보지 않고, 오늘에야 '마침내' 만났다. 돌아오는 길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젖은 땅에선 물안개가 몽곤하게 돋는다. 정훈희, 송창식, 트윈폴리오의 '안개'를 차례로 들으며 한시간 넘게 탕웨이적 마음으로 돌아왔다. 문득 한 글자에 귀가 열렸다.
'아아 아아 아아아~ 그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어디'로' 갔을까,가 아닌 어디'에갔을까'에 마음이 쏠린다. 어디'로'에는 어디인지 알고자 하는 열망과 찾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면 어디'에' 갔을까 에서는 하염없는 체념이 느껴진다. 그렇게 탕웨이의 마음을 훔쳐, 안개 낀 비오는 밤에 안개를 부르며 돌아왔다.
이루지 못한 치명적 사랑 몇 백개를 그물로 꿰 이 노래 하나가 탄생한 것 처럼, 이 노래는 이 영화의 탄생 설화 같고 이 영화는 이 노래의 전설을 담은 서사극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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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숨차, 까먹을까봐 마구 흘려 써넣은 기록.
이 이상한 후기가 누구에게도 누가 되지 않길. 후기 없이 가서 온전히 느끼시길 바라며.
휴먼극과 가족극은 해피엔딩이 좋고, 사랑극은 치명적인 게 좋다. 치명적 사랑을 훔쳐 보려, 아침 드라마를 봐야 하나.
다시 태어나면 탕웨이이길. 이제부터 착하게 살아도 탕웨이는 못되겠지. 아니면 '텅웨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