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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리 Aug 05. 2023

일상을 감싸는 예술, 예술을 껴안는 일상

직관적 영화 후기 6. 패터슨


개봉 : 2017.12.21.

등급 : 12세 관람가

장르 : 드라마

국가 : 프랑스, 독일, 미국

러닝타임 : 118분

배급 :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의 이름은 ‘패터슨’이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을 틈틈이 비밀 노트에 시로 써내려 간다.


-네이버영화-



-2019년 영화의 기록-


패터슨시에사는 패터슨씨의 한결같은 일주일.


뉴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의 버스 운전사 '패터슨' 씨의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일 ~

일주일의 일상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같은 시간 일어나, 같은 것을 먹고

버스를 운전하고, 퇴근해서 아내와 저녁을 먹고,

강아지 '마빈' 을 산책시키는 길에

늘 가는 바에서 같은 것을 마신다.


그리고 시를 쓴다.



거의 똑같이 반복되는 꼬박 일주일의 일상을

별다른 클라이막스도 없이 밋밋하게 보여주는데 

이상하게 재미있다. 

이렇게나 조용하고 잔잔한데,  

가는 선 하나를 길~게 늘여놓고 그것을 바라보는 것 같은데.

꽤 많이 웃었다. 조그맣게. 피식. 풋. 히~


'짐 자무쉬' 감독 작품이라 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쉽다. 쉽고도 아름답다. 

감독은 일상과 예술을 동시에 사랑하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평이한 일상을 빛나게 하는 것이 예술이고

빛나는 예술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것이 일상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장면 장면이, '아, 딱 저런 사진 찍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만큼 아름답다.


'패터슨' 이란 도시는 실재하는 공간이다.

극중 '패터슨'이 좋아하는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를 

짐 자무쉬 감독도 좋아했고,

그의 책 '패터슨' 을 읽고 그 도시가 궁금했던 감독은  

20년 전 패터슨을 여행하다가 시인 윌리엄을 생각하며

시를 쓰는 '도시노동자' 에 대한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한다.

패터슨은 산업 진흥을 위해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로,

지금도 영화 속에 보이는 벽돌공장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뉴저지에 사는 내 친구와 '패터슨' 에 같이 가고싶다.





아담 드라이버 (Adam Driver). 이름도 driver ~ 

말 없고 무표정하지만 이따금 씩 웃는 웃음이 정답다.

그의 아내 역의 이란 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 는 너무 사랑스럽다. 


두 사람의 사랑은 단단하고, 일상은 잔잔하며, 존중하고 응원하는 마음은 따스하다. 

특별할 것 없이 똑같이 반복되는 그들의 일상은

시를 쓰고, 페인팅을 하는 예술적 시간들이 있어서 삭막하지 않다.

예술적 열망을 쏟는다고 일상을 망치지 않고

일상을 열심히 산다고 예술에 대한 열망을 놓치 않는다.


이 대목이 나에게

크나큰 울림을 주었다.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회사 생활을 성실히 하고.

그런게 일상이라면.


일상을 정말. 엉망으로 살고 있는 나로서는.

그리 엉망으로 살면서도 

그 일상 때문에 나 하고싶은 걸 다 못해 갑갑하다 느끼고 사는 나로서는.

일상을 예술로 감싸고, 예술을 일상으로 껴안는 '패터슨' 의 삶은

숭고하게까지 느껴졌다.

마음 한 구석이, 아프다고 할 만큼 뭉클했다.


성공한 삶은, 

단단한 일상과.  열정의 대상과. 

그 두가지를 함께 공유하며 응원해줄 수 있는 따스한 사랑.

그 세가지를 조화롭게 유지하며 사는 삶이라고.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처음으로 '성공' 이란 단어를 곱씹어보았다.


나도, 그런 의미에

'성공'을 했으면.

 




미국 독립영화의 거장, 마스터, '짐 자무쉬' 감독이 

일상러, 예술러ㅋ 들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은 작품.


나도 조금은 일상 중에 예술 하며 살고 있구나, 생각하니

돌아오는 길이 피곤해도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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