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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리 Oct 06. 2023

애도의 조각을 꺼내 이불처럼 엮어야지

주사 5

석달에 한번 쯤일까. 친구의 강아지에게 밥을 보낸다. 그러면 강쥐의 새 가족이 되어주신 분은 "잘먹겠습니다."라는 말씀과 함께 사진을 보내주신다. 친구의 마지막을 지켜봤을 새카맣고 말간 강쥐의 눈을 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애틋하다.


친구가 안타깝게 두고 간 모든 존재를 다 거두고 살필 수도 있을 것 같은 마음인데. 친구가 두고 간 게 그저 와 이름 첫글차가 같은 강아지 한마리 뿐이라, 또한 더없이 애틋하다. 부모도, 형제도, 자식도, 남편도 아닌 강아지 하나만 두고 간 친구의 인생이 너무 쓸쓸하다.


 친구의 강아지에게 밥을 보내는 건 애도의 의식이다. 그리움과 참회가 밥이 되어 너의 강쥐의 살이 되고 삶이 될거야. 적어도 너의 강쥐, 해*이가 살아있는동안 만큼은, 나는 너를 애도할 거야.


친구를 잃고 앓는 마음은 여전하진 않지만 철이 바뀔 무렵엔 여전하다. 오늘은 한강을 걷다가 잠깐 찌르르 해지며 간만의 앓이가 스쳐 지나갔다. 비공개 애도를, 팔년을 넘기며 공개 애도로. 생각 날 때마다 애도의 조각을 꺼내 이불처럼 엮어야지.


이런 나의 여전한 마음을 알고 행여 걱정할 수도 있는 사람은 또박또박 공개 명단에서 지운다. 페북엔 그런 기능이 있어 가끔은 이렇게 취중진담을 지껄일 수 있다. 누군가의 걱정이 되기 싫어 비공개 속앓이 하던 세월은 나를 병들게 했다. 아침이면 사라질 (수도 있는) 글로, 나는 나를 치료, 아니, 치유한다.

#댓글금지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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