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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Feb 05. 2016

《당신에게 몽골을》::열아홉 번째 기록::

이름 없는 당신을 위하여

열아홉 번째 기록 -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쏴아아아- 쏴아아아-」

  발을 내딛을 수가 없었다. 한 발만 더 떼면 물살과 함께 휩쓸려 떠내려 갈 것만 같다. 이렇게 물살이 거셀 수가! 밖에서 듣던 물소리랑 물 안에서 듣는 소리랑 차원이 다르다. 나는 앞서가는 가나 아저씨를 불렀다. 아저씨는 내 손을 잡고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깊이는 내 허벅지 높이까지 오는데 물살이 어찌나 거세던지 덩치가 큰 가나 아저씨도 휘청거렸다. 정말 아찔했다. 대체 연어들은 힘이 얼마나 좋은 거야!? 낚시 두 번 했다가는 사람 잡겠다 싶었다. 아저씨와 함께 고기를 잡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강물을 거슬러 올랐다. 

  찌를 던져놓고 가나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 부부는 진작 자녀를 다 키워놓고 휴가철이면 이렇게 여행을 오곤 한단다. 두 분이 워낙 애틋하고 알콩달콩 하셔서 신혼부부 같았는데 신기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더더욱 외롭다. 정말 다 좋은데 이 좋은걸 같이 할 사람이 없다는 게 너무 괴롭다. 물론 가나 아저씨, 마야 아줌마가 이모, 이모부처럼 잘 대해주시지만 뭔가 허전하다. 게다가 어제 어떤 팀이 우리 텐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텐트를 쳐서 아저씨와 탐색을 하러 갔는데 그들도 커플이었다. 이스라엘에서 온 청춘남녀는 군복무(여자도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한다고 함)를 마치고 바로 여행을 왔다고 했다. 여기도 커플, 저기도 커플, 정말 죽을 맛이다.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좋은 걸 같이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나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아주 의존적인 사람인 걸까.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가나 아저씨는 마음을 접으셨다. 얼마 전까지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고기가 없다는 변(辯)을 늘어놓으셨다. 아까까지 기세등등한 아저씨는 온데간데없었다. 일전에 낚시란 세월을 낚는 것이라 말하신 아버지가 떠올랐다. 남자들이란.

  그래도 가나 아저씨가 최고의 로맨티시스트인 점은 바로 주방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무려 여섯 끼가 넘도록 아저씨가 전담 쉐프로 요리했다. 후딱후딱, 설렁설렁 만드는 것 같은데 아주 맛난 요리가 완성된다. 

  오늘 밤은 텐트가 아닌 차에서 자기로 말씀드렸다. 내일이면 다시 울란바토르로 떠나야 하고, 어제는 잠이 쏟아져서 별을 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기필코 별을 보리라 다짐했다. 텐트가 너무 편해서 일어나지 못했다면 차 안에서 불편하게 자면 일어날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밤에 눈을 감기가 무섭다. 눈을 뜨면 밝은 아침이 와 있을까봐 몹시 두렵다. 옆 좌석에 손전등, 안경, 산짐승이 나타났을 때 쓸 나무 작대기 등을 구비해놓고 잠에 들었다.  

  새벽 3시 37분. 기적적으로 눈을 떴다. 숱한 알람에도 깨어나지 못했는데 순간적으로 눈을 뜨게 됐다. ‘별!!!’ 아차 싶어서 헐레벌떡 차 문을 열고 나왔는데 사방이 어둠으로 뒤덮여있었다. 어제는 이 어둠을 예상하지 못하고 별 보기를 실패했는데 오늘은 사전에 길을 익혀뒀다. 차가 있는 위치에서 별이 잘 보이는 위치까지 몇 발자국이나 떨어져 있는지 눈을 감고 걸어보았고 나무에 띠를 매달아 표시해놨다. 그렇게 손전등을 켜고 가는데 불현듯 너무나 두려워졌다. ‘혹시, 산짐승이 이 불빛에 덤비면 어떡하지’, ‘혹시, 사람이 나를 해치면 어떡하지’ 또 예상하지 못했던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러다가 위를 올려다봤는데,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영롱하게 빛나는 별을 마주해버렸다. 아……. 내가 이걸 보려고……. 이걸 보려고 여기에 왔구나. 막 벅차오르고 눈물이 터져 나왔다. 카메라로도 담을 수 없었기에 눈도 깜빡이지 않고 쳐다봤다. 





반가워요, 독자님. 잘 지내시나요?

벌써 설날이 다가왔습니다. 올 한 해 하고자 하시는 일 모두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부족하지만 늘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존재해요. 정말로요.

아무쪼록 평안,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존재해주셔서 고마워요.


이 하 니 드림


이 하 니

진실로 진실하게

hany427@gmail.com

http://hany427.blog.me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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