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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Feb 19. 2016

《당신에게 몽골을》 ::스물두 번째 기록::

이름 없는 당신을 위하여

스물두 번째 기록 - 사랑은 지금 아니면 없는 것


  결국 저녁 10시에 밤바가 왔다. 조금 먼 시골에 갔다고 들었었는데 도착하자마자 나를 보러 왔다고 했다. 한국어에 능통한 나라까지 깨워서 통역으로 두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언니, 밤바가 계속 물어봐요. 6박 7일 고비사막 투어 갔다 온 다음날에 한국 가는 거죠?」

   「네…….」

   「밤바, 하니 $@!%#@^$#&…….」

  밤바는 나라의 통역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제 손가락을 들어 다섯 번 꼽았다가 여섯 번 꼽았다가 몸짓, 발짓을 동원했다. 통역이 잘 된 것인지 잘 안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밤바의 눈을 보니 분명 알아들은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전까지는 사랑한다, 좋아한다는 말을 너무 자주, 그리고 쉽게 해서 도리어 믿기지 않았는데 오늘 마주한 밤바의 눈은 틀림없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를 정말로 좋아하고 있었나 보다.

  아닌 밤중에 통역을 해 준 나라는 다시 자러 들어갔고 밤바와 나는 밖으로 나갔다.

   「우와……. 별이다…….」

   「오, 하니. 별? 별 워치 고?」

   「별 보러 가자고? 지금?」

   「테*, 테」

  마침 차를 가져온 밤바는 별, 나이스 플레이스만을 말하며 나를 태웠다. 라디오에서는 희한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밤바는 따라 불렀다. 나는 뭔가 모를 이 순간을 담아놓고 싶어 녹음을 했다. 혹시 나중에 꿈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스멀스멀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이상한 느낌이 감돌았다.

  한참이나 꼬부랑길을 올라간 후에 차는 멈췄다. 거기서는 울란바토르의 야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구름에 걸쳐진 달도 신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합세했다.

   「나, 하니, 좋아요.」

   「그래그래. 밤바. I know. 이제 알겠어요. 근데 어쩔 거야?」

   「#!#$%^&$!%^$@)+_$@」

   「하……. 그래 너는 몽골어로 씨부려라. 그래, 좋아하는데 그래서 뭐 어떡할 거야. 난 곧 한국 가야하고 또 한국에 가면 나는…….」

  우리는 한참이나 자기네 언어로 이야기하다가 어떤 정적의 순간에 맞닥뜨렸다. 그냥 있었다. 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궁금했는데 어쩌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어쩔 수 없다. 나는 한국에 가고 밤바는 몽골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바뀌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래, 그리고 나는 고비사막에 가야 한다.

  진짜 가야만 한다.


*테 : 몽골어로 그래, 맞다를 이름




안녕하세요, 愛독자님. 저는 야생화입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마음껏 소신대로 살고 있답니다. 어두컴컴하여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그냥 믿음 하나 등불로 삼고 하루에 한 걸음씩 내딛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면 땀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 같은 거 말이죠.

화, 목 7시에 게재하던 글을 월, 수, 금 8시에 게재한다는 소식을 알려드리려고요.

이제 거의 막바지 작업에 이르러서 박차를 가해보려 합니다.

끝까지《당신에게 몽골을》여정에 함께 해주시길 바라며…

2월 22일에 만나요>3 <


거기, 존재해주세요, 부디


야생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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