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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Feb 26. 2016

《당신에게 몽골을》::스물다섯 번째 기록::

이름 없는 당신을 위하여

스물다섯 번째 기록 - 35년 경력의 기사님, 니마 아저씨


  대기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온몸이 뻐근하고 찌뿌둥했다. 새벽에 너무 추워서 바들바들 떨었던 것 같다. 낮에는 불꽃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저녁에는 강추위가 도사리는 신기한 몽골. 종잡을 수가 없다.

  대기가 만들어준 고기 볶음 밥을 대충 먹고 차에 올랐다. 울란바토르 외곽으로 나오면 대부분이 비포장 상태의 도로라서 차에 탄 사람은 초죽음이다. 땅이 메마르고 건조해서 그런지 승차감이 제로다. 차에 타있는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쏠렸다가 왼쪽으로 쏠렸다가 롤로코스터처럼 요동치는 길을 6~7시간 동안 가야한다. 남쪽으로 향할수록 기온은 올라갔고 들썩이는 차 안에선 잠 한 숨 잘 수가 없었다. 출발했을 때와는 달리 차 안에는 정적이 흘렀고 막내 다희의 ‘여기가 어디야?’, ‘언제 도착해?’라는 말만 반복해서 들려왔다. 더워서 창문을 열면 우리 차가 만들어내는 모래 바람이 들어왔고 창문을 닫으면 찜통이 따로 없었다. 뒷 자석에 널부러 져있는 우리가 딱해보였는지 대기는 몽골의 동요를 가르쳐줬다.

   「지지크 치네 비쉐~ 치네 오로 오가야. 티메 허에! 거여 거여 거여.」

  내용은 대략 “나는 혼자서도 잘 씻는다. 내가 최고 최고 최고.”였는데 손동작과 함께 배우니 재밌었다. 대기는 5살 난 딸이 있다며 사진을 보여줬다. 사회인문학을 전공하고 가이드 일을 한지 3년째인데 투어를 떠나면 1주일 씩 집을 비워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몽골에는 정말 멋진 곳이 많다면서 자기가 다녀왔던 곳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테를지에 같이 갔던 가나 아저씨도 그렇고 대기도 그렇고 몽골 사람은 몽골에 대한 자부심이 어마어마한 것 같다. 그들 스스로가 그들의 나라를 매우 사랑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도 이에 대해 격하게 공감했다. 

  니마 기사 아저씨는 우리 가운데에 혼자 남자이고 영어를 할 줄 몰라서 멀뚱멀뚱 계셨다. 운전만 내리 하셨다. 아무리 쳐다봐도 허허벌판 황무지인데 어떻게 알고 가시는 걸까. 앞서 가는 차도 없고 표지판도 보이지 않았다. 하도 궁금해서 대기를 통해 물어보게 됐다.

   「대기, 니마한테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주세요.」

   「뭐가 궁금한데요?」

   「아니, 제 눈에는 길이라곤 보이지가 않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 가냐고요.」

   「니마, 하니 $@%!&&#$!@%&*」

   「%$@!@&#@!%)@#!」

   「35년 동안 여기를 운전 하다보면 길이 보인다네요.」

   「우와, 대단해요…….」

  니마 아저씨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셨다. 아저씨가 차고 있는 허리 보호대가 그 세월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점심 때가 되어 멈췄다. 대기는 트렁크 한 쪽을 부엌으로 만들고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를 할 때마다 트렁크에 있는 모든 짐을 뺐다가 다시 넣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매번 달라지는 메뉴가 기대되었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잡초 하나 자라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나무 그늘은 고사해야 했다. 몽골의 사막화가 우리나라의 황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곳에 내가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날은 너무나 건조했고 목이 바짝 바짝 타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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