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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Nov 30. 2015

《당신에게 몽골을》 ::여섯 번째 기록::

이름 없는 당신을 위하여

여섯 번째 기록 - 울타리를 모르는 몽골의 양(羊)


  진짜 이건 내 인생이 아니라 몽골 청춘 영화다. 끝없는 길을 달리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 길에 끝이 있을까. 옆쪽으로 드넓은 초원에 말들이 풀을 뜯고 있다. 어떤 울타리도 없다. 이런 대평원을 마음껏 누린 말(馬), 경계 없는 양(羊)들은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을지 무시무시하다.

  새벽부터 길을 나섰다. 본격적으로 칭군에(어치르 씨 여자친구)의 고향에 가기 전에 마트에 들려서 요깃거리를 샀다. 이런 걸 보면 한국이랑 몽골의 정서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고로 여행길은 씹는 재미 아니던가! 과자, 점심으로 먹을 빵, 마실 것 등 한껏 장을 봤다. 그리고 나서 짐을 싣고 은누(칭군에 동생), 칭군에, 어치르 그리고 나까지 모두 차에 탔다. 라디오에서는 몽골 노래로 보이는 곡이 흘러나왔다. 

  아……! 성스럽기까지 하다. 이 모든 순간, 모든 인연이 신기하고 감사하다. 칭군에의 시골집은 ‘에르데네트’란 곳에 위치하는데, 울란바토르에서 7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한다고 했다. 아무렴 어떠한가, 나는 너무 행복하다. 도로가에서 무방비 상태로 풀을 뜯어먹는 양떼도 기뻐 맞이한다. 빵빵거리는 차에 놀란 기색도 보이지 않고 태연하게 길을 건너더니 다시 풀을 뜯는 녀석들. 고놈들 참 느긋하다.

  양들은 자연(태양, 흙, 물)이 길러낸 풀들을 따라 자란다. 자연 흐름 그대로, 생긴 그대로. 자연이 그러할진대 따르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저 내맡기는 것, 나 생긴 그대로, 물 흐르는 대로 본성을 따르는 것이 순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몽골은 지금이 딱 과도기인 것 같다. 울란바토르에서 본 도시의 모습 그리고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나가서 만난 외곽의 유목민의 모습이 좀 어울리지 않았다. 수도 울란바토르는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라 높은 건물이 무자비하게 들어섰지만,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꽤 낯설어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서른 살의 어치르 씨와 스무 살의 칭군에 커플의 차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미국 팝송도 낯설게 느껴진다. 만약 이 둘이 울란바토르에 사는 젊은이의 일반적인 모습이라 한다면 이미 과도기를 맞은 듯하다.

  가만히 차 안에서 떠내려가는 풍경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열 살 연하 여자 친구에게 운전을 맡긴 모습도 신기하게 느껴진다. 흔히 한국에서 장거리 여행을 가는 커플이라면 열에 아홉은 남자가 운전을 맡을 텐데 이 커플은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마치 레이싱을 하듯 위험한 도로를 마구 달리는 칭군에의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곧 자기반성으로 이어졌다. ‘나는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운전 하나 못하고…….’, ‘아니야,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달려야 하는 도로라면 운전을 배우지 않을 테야.’ 등등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몽골에 와서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이게 맞나?’하는 경계(境界)가 일체 없다는 것이다. ‘맞나, 틀리나’하는 범주가 사라짐을 느낀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의 한계를 체험하게 되고, 좌절을 맛보게 된다. 마치 울타리가 쳐진 곳만 풀을 뜯는 우리네 가축처럼, 경계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칭군에, 그렇게 막 달려도 돼?”, “어치르, 내가 가도 되는 걸까?” 등등 자꾸 확인받고 싶어 하고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는 내 모습이 작게만 느껴진다. 그렇게 물으면 “그냥 하면 돼.” 혹은 “그걸 왜 물어봐? 당연히 되고말고.”라는 반응을 보이는 몽골 친구들로부터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한계에 부딪히게 될지 겁이 나지만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부딪히고 깨지고 그리고 다시 일어날 것이다.

  점심을 먹으려 차를 세웠다. 차 안은 찜통이었고, 도로가에 말똥(혹은 소똥)이 푸짐하게 쌓여있었다. 끝이 안 보인다.




안녕하세요, 야생화예요.

잘 지내셨나요?

너무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네요.

저는 그간 『서동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드디어 막바지 작업에 이르렀답니다.

부산시 서동이라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엮은 책을 만들고, 사진 전시회도 개최하려 합니다. 하하핫! 신나는 삶이네요. 당신도 부디 행복한 하루를 보냈길 바라며..

이제는 꾸준하게 몽골 여행기를 올릴 요량입니다. 많은 응원과 코멘트 부탁드려요.

고맙습니다.


오늘도 존재해주세요, 부디


야생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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