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초등학교 : 울면 지는 거다

아무리 놀림당해도 울지 않았다

by 결이

키가 작고 체격이 왜소했기 때문인지 1학년 때부터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 애들이 아무리 심하게 놀려도 난 울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적어도 애들 앞에서는.


엄마는 애들이 놀리고 괴롭혀도 울면 지는 거니까, 절대 울지 말라고 하셨다. 그걸 어떻게 지켜냈는지 모르겠지만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엄마가 왜 그러셨는지 알게 되었다. 엄마는 초등학생 때 친구들이 놀리면 울었다며, 내가 그런 모습이 안되었으면 했다고 하셨다. 근데 그게 원망스럽거나 하진 않았다. 덕분에 고학년이 되어서는 시시한 장난쯤은 무시하거나 웃어넘길 수 있게 되었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싫어서 눈물을 보이지도 않았다. 친구들은 그런 내 모습을 독하다고 기억했다.




친구들보다 나이가 1살 어려서(친구들은 88년생, 나는 89년생) '오빠'라고 부르라는 말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20살까지 들었다. 20살 때 한 동창회에서 그 이야기가 나왔는데 조기졸업 하고 대학교에 일찍 진학한 친구가 "너희 그럼 다 나한테 형, 오빠라고 불러. 나는 06학번인데 너희는 07학번이잖아?"라고 하자, 그 후로는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치마를 들추는 장난은 기본, 죽은 도마뱀이나 달팽이를 교과서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4학년 때부터 특별활동으로 클라리넷을 했었는데 클라리넷 마우스피스 캡(부는 부분을 덮는 뚜껑)을 숨겨서 집에 클라리넷을 조심스럽게 가져간 적도 있다.


당할 땐 기분이 나쁜데, 막상 시간이 지나면 '내일 또 그러겠지' 싶어서 그러려니 하게 된다. 마음에 쌓아뒀으면 상처로 남았을 텐데, 생각보다 떠오르는 건 많지 않고 '걔 왜 그래?' 싶었던 기억만 있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이 못된 말을 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애들 앞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그걸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대신 "너 무례하구나"라는 말로 돌려줬다. 성인이 된 후에 애들이 "쟤는 진짜 독해"라고 할 때 말없이 웃었다. 그거 누가 만들어줬겠어? 너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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