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일기장에 어떤 이야기를 남겼을까
언젠가 동창회에서 친구들이 "결이 일기장은 데스노트일 거야. 우리가 괴롭힌 거 다 적었을걸?"라고 말하길래 "너희가 괴롭힌 거 적은 적 없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실제로 나는 하루의 끝에 늘 어떤 이야기를 적을지 고민했다. 일상 중 재미있는 일이나 교훈을 남긴 일을 적었다. 친구와 놀았는데 재미있었다거나 추운데 축축한 머리로 나가서 감기에 걸렸다거나. 내 일기의 90%는 '참 재미있었다' 또는 '참 즐거웠다'로 끝났고 부모님이 "그 두 마디 말고는 할 말이 없니?"라고 물어보신 적도 있다. 친구와 싸운 이야기도 몇 번 적었지만 그건 진짜 속상할 때 하소연 정도로 적었다. 누가 날 괴롭혀서 밉고 화난다는 투의 글은 쓰지 않았다.
하루하루 재미있는 일을 찾는 게 얼마나 즐거운데. 일기 쓸 때마다 '오늘 뭐 했지?' 하면서 30분씩 고민했다. 일기에는 속상한 일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 습관은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