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어로
누구나 상실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사랑하는 사람, 돈, 친구, 직업 등 대상은 다양할 수 있다. 이런 상실에 대한 감정과 상처를 어떤 사람들은 쉽게 극복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오래 가지고 가기도 한다. 보통 직업 대한 상실이 사람에 대한 상실보다 가벼운 것 같지만 어떤 사람은 오히려 직업에 대한 상실을 더 오래 가지고 가서 일상생활조차도 어려워진 사람도 있다. 상실을 한다는 것은 우리의 의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극복만큼은 우리의 의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는 이 상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극복해야 하는 것일까. 빅 히어로 맥스베이가 말해준다.
줄거리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는 히로. 히로는 이 좋은 머리로 전투로봇을 개발해서 불법 로봇 격투기만 즐길 뿐이다. 히로의 형 테디는 히로에게 본인이 다니고 있는 로봇연구실로 데려가 테디가 만든 건강도우미 로봇인 맥스 베이를 보여주며 히로에게도 대학에 다닐 것을 권한다. 히로는 대학에 입학하기로 결정하고 입학의 관문 중 하나인 로봇대회에서 마이크로봇을 선보인다. 히로는 극찬을 받으며 대학에 입학하지만 갑자기 대학교에서 화재가 발생하게 되고 테디는 교수님을 구하러 건물에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고 만다. 하지만 우연 같지가 않은 화재사건. 히로는 이 사건을 밝혀내기 위해 테디가 만들었던 로봇인 맥스베이를 업그레이드시켜 음모를 밝히기로 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형을 잃은 히로.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후에 느낌이나 감정 상태를 '상실감’이라고 말한다. 무엇인가는 가족, 건강, 직장, 인간관계 등 다양할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히로의 충격은 너무나도 컸다. 당연하다. 상실감의 충격 강도는 죽음에 대한 상실감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또한 함께한 시간이 많고 사이가 좋았을 때 충격은 더욱 커지며, 예기치 못한 죽음일 경우 충격이 강도는 더 커진다.
영화에서 맥스베이는 말한다. 테디의 죽음을 믿지 못하며, 테디는 건강해서 오래 살았을 것이라고.
그만큼 젊고 건강하고 평소에 병도 없던 테디였기에 예기치 못한 사건이었다. 또한 테디는 히로에게 큰 존재였기에 큰 충격이었고, ‘왜 나에게 이런 일어 벌어졌는가?’, '왜 하필 나인가'하는 우울한 감정도 함께 느끼게 된다.
히로의 상실에 대한 충격이 큰만큼 히로는 전과는 다를 모습이었다. 어떤 감정들을 느꼈을까.
일반적으로 상실을 경험했을 때 이런 감정들을 단계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우선, 죽음에 대한 충격과 부인이다. 나에게 너무 소중했던 형의 죽음은 우선 충격적일 것이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죽음에 대하여 믿지 않으려 하고, 현실을 부인한다.
다음 현실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되면 지속적이고 강하게 고인에 대하여 생각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밥을 먹으면서도, 일을 하면서도,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일상생활을 하는 중에 갑자기 고인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는 것이다. 히로 이런 상황이 힘들어서 밥을 먹지도 않고,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밖에도 나가지 않으며 일상생활 자체를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결국에는 우울증이 찾아온다. 슬픔이 지속되고, 일상으로의 복귀도 어렵게 되면서 혼자서 우울한 기분, 분노, 죄책감, 불안, 슬픔 등의 감정들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평생 지내지는 않는다. 결국에는 회복의 시기가 찾아온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전처럼 똑같이 돌아가는 건 어렵더라도,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의 일을 조금씩 시작하면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꾸려나가게 된다.
상실을 경험했을 때 충격과 현실 부인, 그리움, 분노, 죄책감 등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상실에 대해 쉽게 극복하는 것을 보면 이런 감정들을 느끼더라도 회복의 단계를 금방 밟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회복의 단계로 빨리 넘어가서 상실의 감정을 극복하는 방법은 어떤 방법이 있을까.
영화에서 우울에 빠져있는 히로에게 나타난 맥스베이는 히로에게 두 가지 치유 방법을 알려준다.
치료 방법은 친구들한테 연락하는 거네, 위로와 포옹도 치료법에 속해
맥스베이가 알려준 첫 번째 방법은 친구들한테 연락을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과 만나라는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 위로를 받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라도 안좋은 기억을 잊어보라는 것이다. 잠시 괜찮아졌을 뿐이라고, 잊을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점점 잊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어느덧 내 상실에 대한 상처는 치유가 되고 전처럼 생활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맥스베이가 알려준 두 번째 치료법은 외로워 포옹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심리학 연구팀에서 재미있는 연구를 했다. 성인 커플 100쌍에게 지난 며칠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 해보라 했다. 그중 50쌍은 그냥 이야기만, 나머지 50쌍에게는 포옹을 병행을 했다. 포옹 없이 이야기를 나눴던 집단이 포옹을 한 집단에 비해 심장박동과 혈압이 올랐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코르티솔 호르몬이 2배 이상 나왔다고 한다.
포옹은 정서적 유대감과 친밀감을 촉진시키며,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옥시토신 호르몬이 분비가 되어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로부터 마음이 진정이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마음이 혼란스럽고 스트레스가 컸을 히로. 맥스베이는 그런 히로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테디의 죽음이 나에게도 너무 충격적이어서 히로에게 감정이입이 되고 히로가 상실감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에 집중하여 영화를 보았다. 맥스베이의 치료방법도 효과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히로가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것에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 아니었을까.
형의 죽음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친구들과 여러 작전을 짜고, 맥스베이를 업그레이드시키고, 다른 장비들까지 만들어야 해서 정신이 없었을 히로. 이런 일들에 집중을 하는 동안 슬픔을 잊을 수 있었고, 작전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작전이 성공했을 때마다 오랜만에 즐거운 기쁨도 누렸다.
우리는 상실을 경험했을 때, 방안에 혼자 있으면서 우울한 생각에만 빠져있어 먹는 것도 싫고, 누구를 만나는 것도 싫고, 모든 게 다 하기 싫어지곤 한다. 하지만 분명히 상실을 극복하고 전처럼 생활할 수 있는데 내가 나를 가두고 있는 것이다. 지나간 일에 머물러 있으며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중요한 것 지금이다. 히로처럼 방안에서 빠져나와 내가 집중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에 빠져 상실을 이겨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모두 다 잘될 거야란 믿음으로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