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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모카봉봉 Jun 15. 2020

[그림책] 당신에게 중요한 3가지는 무엇인가요?

잃어버린 토끼, 커피, 눈풀꽃


요즘 많은 엄마들이 독서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있어 많은 책을 집에 들입니다.

한 번에 많은 책을 저렴한 방법으로 들이는 방법은 전집을 들이는 것입니다.

할인도 많이 되고 사은품까지 받으면 책 한 권의 가격은 몇천 원으로 떨어져 정말 저렴한 가격이 됩니다.

그런데 이 전집을 중고로 들이기도 합니다.

사실 전집을 들이기는 했지만 아이가 잘 안 보는 경우도 있고, 몇십 권 중에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몇 권에 불과할 때도 있으니 중고로 사도 품질은 새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할인을 많이 받아도, 아무리 저렴한 가격으로 중고로 들였어도

전집을 사서 만족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책으로 가득 찬 책장을 보며 '마음에 드는 책 한 권, 한 권씩 사줄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전집보다 단행본으로 사주는 것이 좋다는 말은 전부터 들었으나

전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책을 선택하기가 어렵고, 단행본으로 사면 가격이 바싸 서가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아이의 친구 집에 갔을 때 책장에 전집이 이쁘게 꽂혀 있을 때보다

크기도, 색감도, 디자인도 각각인 단행본들이 삐뚤빼뚤 가득 꽂혀 있는 모습을 볼 때

참 좋은 엄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에게 좋은 친구가 될 그림책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이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아이를 위해서 책 한 권의 값을 아끼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 참 좋은 엄마 같습니다.


(사실 저는 그림책을 좋아하기 그림책을 보는 안목은 넓혀가고는 있지만

그림책 하나를 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사는 것에는 아직도 과감하지 못해 중고서점만 늘 기웃거리죠ㅠ)






『잃어버린 토끼, 커피, 눈풀꽃』을 추천해 준 엄마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커피 한잔 하러 자연스럽게 들렀던 집에는

예쁜 단행본들이 가득 꽂혀있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 엄마가 좋아하는 책을 한 권, 한 권 사다 보니 이렇게 많아지게 되었다는데

그 과정의 추억이 얼마나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권의 책을 구경하다 『잃어버린 토끼, 커피, 눈풀꽃』을 보게 되었고,

적극 추천한다는 말에, 그리고 아름다운 표지의 매력에 그 자리에 바로 책을 펼쳤습니다.






책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새싹이라고 불리는 한 아이가 나옵니다. 할아버지는 햇빛이 잘 드는 온실에 123가지나 되는 꽃을 키우는데, 꽃의 이름을 하나하나 학명으로까지 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커피 향을 좋아하고, 퍼즐을 좋아합니다. 하루는 새싹이와 토끼 퍼즐을 맞추면서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토끼를 키웠다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런데 새싹이는 할아버지가 점점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할아버지가 꽃 이름을 생각해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며 마치 할아버지에게서 낱말들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할아버지는 더 점점 더 많은 낱말들을 읽어버렸습니다. 아이는 할아버지가 떨어뜨린 낱말들을 상자에 담습니다. 떨어뜨리는 단어들이 많이 지는 만큼 하루 종일 바쁠 정도로 말입니다.
잃어버리는 단어들로 할아버지는 잦은 실수를 하게 되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로 할아버지에게 소리를 높이는 일도 잦아지며, 할아버지는 이제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게 됩니다. 꽃을 키우는 일 조차도 말입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던 어느 날 할머니는 오랫동안 보살핌을 받지 못한 123가지의 꽃들을 보게 되고 "내가 왜 진작 알아차리지 못했을까?"혼잣말을 하듯 속삭입니다.
다시 셋은 한자리에 모입니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하지 않는 할아버지에게 커피 향을 맡게 하기도 하고, 123가지의 꽃은 할머니가 돌보며 어느새 할아버지의 낱말 상자는 가득 차기 시작합니다.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의 표지에 마냥 행복할 것 같았던 할아버지와 아이의 뭉클한 이야기.

힘들어지는 부분에서는 점점 잿빛으로 변해가는 그림의 색들,

다시 회복하는 과정에서는 따뜻하게 변해가는 그림의 색채감이 인상 깊습니다.






우리 사회는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날수록 치매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많은 의학의 도움으로 수명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 치매에 대한 치료법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치매는 사실 당사자보다 주변인들이 더 힘들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질병입니다.

사랑해서 늘 함께하고 싶었던 가족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도 큰 충격이겠죠.

그런 힘든 이야기를 그림책에서는 따뜻하게 극복하고 있기에 그림책을 읽고 난 후에도 여운이 깊게 남습니다.



 

할아버지의 토끼, 커피, 눈풀꽃처럼 잃어버려도
다시 상자에 담고 싶은 단어는 무엇일까요?




할아버지에게 너무도 소중했던 토끼와, 커피, 눈풀꽃.

이런 기억들을 스스로 잃어버린다고 인지한다면 얼마나 속상할까요?

하지만 새싹이가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상자에 담아주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럼 나에게는 이런 단어가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일수도 있고, 내가 늘 하고 있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하고 있거나,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나 바라고 꿈꿔왔던 것 일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저에 대한 3 단어를 생각해 본다면 생각해본다면

그림책, 만들기, 포토앨범 정도가 될 것 같아요.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짧고 깊은 울림을 주어 늘 함께 하는 그림책,

꼼지락꼼지락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저의 딸도 엄마와는 항상 만들기를 하고 싶다고 외쳐주는 만큼 만들기도 꼽고 싶네요.

그리고 핸드폰 사진을 컴퓨터에 옮기기만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정기적으로 앨범까지 만들기 시작했는데 벌써 10권이 넘어가는 포토앨범

저의 소중한 추억 보물상자와 같은 포토앨범도 3가지의 단어에 추가하고 싶습니다.

   


아! 단어를 생각할 때는 가족, 일과 관련해서 생각하지는 않기로 합니다.

가족과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물건들을 꼽게 되고,

일과 관련해서 하면 소중하기보다 중요한 에 집중을 하게 되니까요^^

온전히 나를 위한 단어를 생각해보기로 해요.






가족, 일을 제외하니 사실 생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는 내 인생에 나는 없다'

'나는 일을 위해서만 살고 있다, 가족을 위해서만 살 뿐이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지만 생각해보면 참 슬픈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일, 가족 말고 '나'라는 사람을 위해서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를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 먹으며 즐거움도 느끼고

내가 좋아하는 시간 보내며 편안함도 느끼며 살아간다면

시간이 지나서 이런 것들을 누군가와 추억하며

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잃어버린 토끼, 커피, 눈풀꽃의 할아버지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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