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토끼, 커피, 눈풀꽃
책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새싹이라고 불리는 한 아이가 나옵니다. 할아버지는 햇빛이 잘 드는 온실에 123가지나 되는 꽃을 키우는데, 꽃의 이름을 하나하나 학명으로까지 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커피 향을 좋아하고, 퍼즐을 좋아합니다. 하루는 새싹이와 토끼 퍼즐을 맞추면서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토끼를 키웠다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런데 새싹이는 할아버지가 점점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할아버지가 꽃 이름을 생각해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며 마치 할아버지에게서 낱말들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할아버지는 더 점점 더 많은 낱말들을 읽어버렸습니다. 아이는 할아버지가 떨어뜨린 낱말들을 상자에 담습니다. 떨어뜨리는 단어들이 많이 지는 만큼 하루 종일 바쁠 정도로 말입니다.
잃어버리는 단어들로 할아버지는 잦은 실수를 하게 되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로 할아버지에게 소리를 높이는 일도 잦아지며, 할아버지는 이제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게 됩니다. 꽃을 키우는 일 조차도 말입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던 어느 날 할머니는 오랫동안 보살핌을 받지 못한 123가지의 꽃들을 보게 되고 "내가 왜 진작 알아차리지 못했을까?"혼잣말을 하듯 속삭입니다.
다시 셋은 한자리에 모입니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하지 않는 할아버지에게 커피 향을 맡게 하기도 하고, 123가지의 꽃은 할머니가 돌보며 어느새 할아버지의 낱말 상자는 가득 차기 시작합니다.
할아버지의 토끼, 커피, 눈풀꽃처럼 잃어버려도
다시 상자에 담고 싶은 단어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