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은 ‘발견’될 때 힘이 된다
일을 쉬던 동안 나는 스스로 감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던 호흡도 흐려졌고, 강의 흐름을 조율하던 감각도 모두 잊힌 것만 같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나’라는 사람이 뒤로 멀어진 느낌이었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은 근육이 굳어버린 것처럼, 내 능력들도 모두 경직된 것만 같았다.
그런데 다시 일을 준비하면서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내가 잊어버린 줄 알았던 능력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저 잠시 쉬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없어졌던 것이 아니라 조용히 숨을 고르며, 내가 다시 그 능력을 바라봐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강의라는 일도, 사람을 대하는 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일도 모두 한순간에 사라질 능력은 아니었다.
나는 말을 유창하게 잘해서 강의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보나 지식을 많이 쌓아서도 아니다. 내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여러 생각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흩어진 내용을 새롭게 조합해내고, 어려운 이야기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내는 능력이다. 강점이론으로 보면 ‘창조·재구성·연결’이라는 키워드에 가까운 힘이다. 그리고 강점은 원래 그런 것이다.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이미 존재하던 패턴이 어느 순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힘이다.
강점이론에서는 강점을 “재능과 투자의 조합”이라고 말한다. 재능은 타고난 성향이고, 투자는 그동안 내가 살아온 방식, 쌓아온 경험과 시간이다. 육아 때문에 멈춰 있었던 것처럼 보였던 재능은 사실 그동안의 일상 속에서도 계속 ‘투자’되고 있었다. 하루하루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감정을 관찰하고, 대화의 흐름을 맞추고, 상황을 이해하던 모든 순간이 결국 강점의 조용한 연습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다시 PPT 한 장을 만들고 문장 하나를 다듬던 어느 날,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그래, 이건 원래부터 나였지.”
강점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강점은 사용하지 않으면 잠시 흐려질 수 있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이 말을 아주 실감 나게 경험했다. 오랜만에 강의 구성표를 짜면서도, 참가자들의 반응을 읽어 흐름을 조절하는 순간에도, ‘어? 이 감각… 익숙하다’는 느낌이 되살아났다. 나는 단지 잊었다고 믿었을 뿐, 능력은 여전히 내 안에 있었다.
이 사실을 더 확신하게 해준 사람들은 오히려 ‘청년들’이었다. 나는 때때로 구직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데, 그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능력 없는 사람’이라고 오해하며 강의실에 들어온다. “저는 잘하는 게 없어요.” “예전에 하던 일이 저랑 안 맞아서 그냥 나왔어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들의 첫 문장은 대부분 이렇게 시작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강점을 가지고 있어요.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에요. 오늘은 나의 강점을 찾아보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봐요.” 그리고 진단지를 활용해 강점을 찾아보게 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성취 경험·칭찬받았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 반드시 어떤 장면이 떠오른다. 누군가는 “저는 사람 말을 잘 들어요.”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저는 정리하는 걸 좋아해요.”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팀에서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던 게 저의 강점이었네요.” 하고 조용히 깨닫는다. 흥미로운 건, 그 강점들이 이미 그들의 삶 속에 존재하던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단지 스스로 그것을 ‘능력’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그 장면들을 지켜보며 다시 깨닫는다. 강점은 사라지지 않는다. 스스로의 삶을 다시 바라볼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누군가 그 강점을 ‘강점’이라고 명명해주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을 조금 더 믿게 된다. 그리고 그 믿음은 아주 작지만 강력한 성장의 출발점이 된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랬다. 그림책 한 권을 감정·관계·치유라는 주제로 확장해냈던 순간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흐름을 조율하던 시간들, 그 모든 경험이 이미 강점의 일부였다. 그때는 단순히 재미있어서 했던 일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강점이 내 삶 속에서 조용히 작동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하나 더, 다시 일을 시작하며 나는 내 안에 또 하나의 강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해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목표가 생기면 에너지가 피어오르고, 과정이 아무리 길어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힘. 육아 때문에 잠시 쉬어야 했던 시간 속에서도 이 힘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상을 버티며 더욱 단단해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잠든 늦은 밤, 노트북을 켜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보자” 하고 한 줄을 쓰는 그 시간이 나를 앞으로 밀었다.
대면 강의를 다시 시작하고 나서 참가자들이 들려준 말들이 있다. “어렵지 않아서 좋았어요.” “이렇게 연결하니까 처음 이해됐어요.” “새로운 관점이 신선했어요.”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잊었다고 생각했던 능력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잠들어 있었음을. 다시 불을 붙이자 오래된 난로처럼 서서히 온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오래 쉬었다고 해서 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시간 동안 무너진 게 아니라,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의심했을 뿐이다. 강점은 본래 내 안에 있었고, 다시 바라봐 주는 순간 다시 살아난다.
육아와 일 사이에서 흔들렸던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말해줄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네 안의 힘은 사라지지 않았어. 잠시 쉬고 있었을 뿐이야. 다시 쓰면 다시 살아나는 거야.” 다시 시작하는 용기란 새로운 능력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던 힘을 다시 믿어주는 일이라는 것을, 지금의 내가 조용히 알려주고 있다.
<잠시, 작은멈춤>
1. 쉬는 동안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내 능력이 있나요?
2. 최근에 ‘아, 나는 이런 사람이었지’ 하고 느꼈던 순간이 있나요?
3. 나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능력은 멈춘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꺼내 쓰면 조용히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