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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boos Feb 10.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했을까?

현업 디자이너로써 타 서비스를 평가하는 자세

*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개인적으로 다시 한번 고찰하기 위해 작성했습니다.





디자이너로써 예전의 나는 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처음부터 항상 '이 서비스의 UX, UI 디자인의 잘못된 점을 찾고야 말겠다.'라는 자세를 가졌었던 것 같다. "이걸 왜 이렇게 했지? 요렇게 하면 더 괜찮지 않나?"식으로 문제점을 찾고 내 나름의 개선안을 고민해보곤 했었다. 비판적인 시선으로 똘똘 뭉쳤던 때 였다.


하지만 이런 비판적이기만 했던 시선을 바꿀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다.

졸업 후 면접 준비를 하면서 해당 회사의 디자인을 분석하고 나름의 문제점을 도출해가고 나름의 개선안을 만들어 간적이 있다. 면접에서 예상했던 자사 제품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나는 준비했었던 것들을 당당하게 면접관들에게 설명했었다. 설명을 끝낸 후 뿌듯하게 앉아있었는데, 그 때 날아온 면접관의 질문은 나의 뒷통수를 후려쳤다.


혹시 저희가 왜 이렇게 디자인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보셨나요?


그 당시 충격 받았던 이유는 이런 생각을 그동안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그냥 그 디자인의 문제에서 생각이 끝났지, 이걸 제작한 디자이너가 왜 이렇게 했을까에 대한 심도 깊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표면적인 것에서 표면적인 것으로 끝내 왔던 것이다.

당연히 답변은 어버버 거리다가 끝났다.  


이때 이후로 나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고, 왜 이렇게 했을까?,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자세로 타인의 디자인에 다가갔다. 내가 짧은 시간 동안 파악한 문제점들은 제작한 디자이너도 거의 인지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깔았다. 이런 생각은 실무에 뛰어들면서 더욱더 와 닿게 되었다.   


표면에 바로 드러나는 문제점들은 누구나 금방 파악 가능하고, 그것을 비판하는 일은 쉽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현업 디자이너라면 자신이 파악한 문제점에 대해 이렇게 나오게 된 이유를 유추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표면적으론 볼 수 없던 부분까지 보이게 된다.

우리는 각자의 프로세스와 여러 이슈 속에서 화면을 만든다. 때문에 하나의 화면에도 여러 가지 이유들이 유기적으로 엮여있다. 현업 디자이너라면 이런 부분도 파악해보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는 사용자 친화적인 화면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간혹 무시 못할 특정 이슈와 이유들로 타협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화면 아웃풋으로 나오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문제라고 지적하게 된다. 하지만 내부 이슈로 인해 이를 빠르게 수정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각 이상으로 많다.

이런 식으로 파악한 것들은 우리의 제품을 만들 때 큰 참고가 되고, 체크리스트가 되며, 근거 사례가 될 수도 있다.




가벼운 사례를 예를 들면 예전에 글로벌 모 유명한 앱의 텍스트 배열들이 상하 간격이 빡빡하게 배치되어 가독성에 영향을 준 경우가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텍스트 배열에 대한 비판만 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정말 디자이너들이 이렇게 의도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가 봐도 텍스트 간격이 매우 좁았었다. 디자이너들이 일부러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서비스는 해외에서 만들어졌고 나는 원인이 로컬라이징 이슈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해당 앱을 영문으로 돌려봤다. 영문 버전에서의 텍스트 배열은 아래위로 빡빡하지 않았으며 적절하게 배치되어있었다. 그 해외 서비스의 디자이너들은 시안이나 개발 시 기준 언어를 영문으로 했을 것이다. 이 앱은 글로벌 서비스였기에 이에 대한 서비스하는 각 나라의 글자 형태의 무게나 크기에 대한 체크를 놓쳤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만약 이 부분이 고려되었다면 이런 이슈를 예측하여 텍스트 간의 간격에 여유를 많이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마침 우리 또한 글로벌 서비스였고, 이때 유추했던 경험은 내가 텍스트 레이아웃을 잡을 때 항상 로컬라이징 이슈를 생각하게 해주는 습관을 만들어줬었다.

표면적인 문제 '텍스트 배치'에서 진짜 원인이었던 '로컬라이징 이슈'까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매우 단편적인 사례지만 이 밖에도 유사한 경험들은 화면 표면 뒤에 깔려있는 진짜 이유와 이슈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해주었다.(때때로 표면적인 문제가 다인 경우도 있다.)






디자이너의 일은 화면을 그리는 게 다가 아니다. 사람들이 보는 하나의 화면 속에도 많은 고민이 있고, 커뮤니케이션과 이슈들이 존재한다. 학생이 아닌 현업 디자이너라면 이런 상황 속에서 계속 디자인을 하게 된다.

서비스의 문제점에 대해 표면적인 비판만 하기보단 이를 파악하고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슈와 제약 등을 예측하고, 이들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보이지 않는 부분도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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