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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흩다 Dec 13. 2015

하늘

새벽의 정취.

모르는 새, 하늘과 가까워 졌다.

고개를 젖힌 채로 올려다 보았고, 높아보이기만 했던 어린 날의 하늘이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가까워 졌다.

한 층 가까워진 하늘엔 키가 작을 땐 보이지 않던 세상이 희미하게 그려져 있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겨울 하늘엔,

좋아하던 별과 달이 눈에 잡힐 듯 한 왠지 들뜬  마음에, 혼자있는 영롱한 새벽을 종종 찾곤 한다.

창문을 통해 본 새벽의 하늘은,

도시의 사람들과 마음의 이야기들이 빛이 되어 버린 듯, 까만 바탕에 그려진 은은한 새벽 빛을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눈을 통해 보았던 세상보다 더 깊고 넓은 하늘을 마주 할 수 있는 새벽엔, 가까워진 하늘이 벅차도록 감사하다.


하지만 우리가 존재하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 낮의 무리 속 에서의 하늘은

새벽 별과 달은 온데간데 없이 흐릿해진 채로 이글 거리는 태양에 묻혀 뜨거운 채로 끓어오르기만 할 뿐, 스며들지 못한다.

어쩔 땐, 스쳐간 그들의 뜨거움에 데이기도 하고, 스쳐간 그들을 아프게 하기도 하는  상처들의 연속이 난무하는 낮을 마주한 새벽엔.

애정하던 영롱한 밤 하늘의 별 까지도 그 모서리에 베일 듯 해,

혼자있는 영롱한 새벽을 종종 외면하며 괴로워 하기도 한다.

남는 후회만큼, 이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생각이 두려움이 되어버린 걸까? 그토록 좋아하던 새벽 빛과 그 새벽 하늘에 가까워진 날들을 똑바로 볼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렇게, 하늘과 가까워 진다.

아직은 혼자있는 새벽이, 홀로 선 세상에 아물지 못한 상처를 보듬어 줄 만큼 커 있지 않지만,

고개를 들고 봤던, 높아 보이기만 했던 어린 날의 하늘에 숱하게 되새긴 새벽 별과 함께 성숙해 진다.   

그렇게 한 층 깊어진 마음으로 본 하늘엔,

키가 작을 땐 몰랐을 세상 속 어린 내가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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