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오늘은 비가 좋다
창 위로 흘러내리다 못해, 물 방울 자욱들이 새겨지는 듯 비가 내리는 밤.
십 이월의 오늘과 얼마 남지 않은 일년의 하루를 떠나 보내며, 난 차창 밖을 물끄럼.하고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겨울 비는 낭만적이야.'
라고 생각한 시선 끝엔,
어지러운 도시의 네온사인조차 흐릿해진 뿌연 창 밖에는 부드러운 파스텔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에 마구 엉켜있던 지친 마음이, 눈에 비치는 창 밖과 버스를 따라 빗속에 머무는 듯 나도 살며시 따뜻해졌다.
가을 비는 단풍을, 봄 비는 벛꽃을 일찍이 지게 만들어,
계절과 온전히 함께 하지 못했다는 기분에 언제부터 인지 비를 좋아하지 않지만,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보는 것 만으로도, 잠시나마
힘든 오늘과 그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해 주는 듯 해, 나즈막히 곁에 내리는 비가 고마운 날이다.
그렇게 그냥 오늘은 비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