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날들
언젠가 더 할 나위 없던 날들이 흩어지고,
그렇게 좋았던 날들도 이젠, 지나간 어제가 되었다는 걸 알고야 말았던 무언의 창백한 한 겨울엔-.
시간이라는 공간 속, 현재도 과거도 되지 못 한
우리의 장면들만 일렁인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맫힌 눈 송이들을
멍하게 바라보지만, 차마 움켜안을 수 없던 이유조차
애정을 줄 새조차 없이 녹아 사라질 걸 알았기 때문일까?
그와 함께이던 그 날들이 흩어져 버린 지금에서도 흐릿한 기억을 애써 담아보는 새벽안개 사이,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되는 십 이월의 끝 자락에서 돌아 본 나는 너를
모든게 흩어져버린 그 순간 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 발자욱만큼만 부족했던,
아니,어쩌면 상처받을까 두려워 한 발자욱 뒤에서 바라보려 했을.
흩어지는 우리의 거리는 미처 가까워지지 못했다
눈 송이를 끝내 손에 담지 못한
그리고 너를 끝 끝내 품에 안지 못한,
애정을 품기조차 버거웠던 어제의 날들이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