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져가는, 단 하루
지나칠 수도 있을, 조그맣게 피어나 잠들어 있는
사소한 기억들을 그리는 밤.
무심코 본 날짜를 그냥 외면하지 못 해 꺼내 본 달력엔,
세상 참 빠르다- 싶을 만큼 차곡 차곡 쌓여진 어제가 된 오늘들이 한 아름 담겨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본 하늘은 어느 덧 가까워져 손에 닿을 듯 펼쳐져 있었고
펼쳐진 밤 하늘의 별처럼 꿈을 새기던 숱한 새벽들이 겹겹히 쌓인 노트 위엔, 오롯한 소망들이 그려져 있었다.
때로는, 욕심들 만큼이나 깊게 패인 상처에 아파하기도 했고
이루어지지 못한 소망들에 좌절하거나 실망하기 일수였다.
하지만 그치지 않을 것 처럼 내리던 장맛비처럼 끊임없던 시련과 고난이 그치고
유난히 맑은 바람이 부는 오늘.
인연일 거라 생각했던 스쳐간 우연들도,
스쳐갈 우연일 거라 생각했던 인연들도
해가 뉘어가는 지금에서야 모두 사랑임을 알았다.
한 해 안에 수 많은 계절이 공존하는것 처럼 많은 사람들과 사랑들이 머물거나 스쳐가겠지만
왠지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지나온 날을 추억하는 일 년의 끝 무렵에서 본 오늘은 그렇게 이유없이 더욱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단 하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