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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점코치 모니카 Aug 14. 2020

내 자녀에게 결핍을 가르쳐야 하는가

다문화 가정 아이 키우기




사진출처: Dreamstime.com





완벽한 사람도 없고 완벽한 인생도 없다. 누구에게나 어떤 면에서든 결핍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결핍은 누군가를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내가 고민하는 부분은 경제적인 결핍을 내 자녀에게 가르쳐야하는가 이다. 



나는 대학 시절 내내 알바를 해서 월세 및 생활비와 용돈을 스스로 벌어서 썼고 등록금 역시 장학금을 일부타면 부모님이나 언니가 돌아가며 도와주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호주 어학연수도 혼자 힘으로 다녀왔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다들 먹고대학생 시절이 그립다는데, 나는 입사하고나서 너무 좋았다. 학교를 다닐 땐 일과 공부 둘다 해야되고 분기마다 중간/기말고사를 치러내야되는데, 회사 다니는 동안은 일만 하면 되는데 알바비의 2배가 넘는 돈을 주니 삶이 너무나 여유롭고 단조로워졌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생활력이 강하다거나 독립적이라거나 무인도에 던져놔도 살아남을 거라는 등의 평가를 하는 것은 내가 속한 집단에서 남들만큼, 평균치만큼은 하려는 욕심으로 버티고 버티다보니 자연스레 얻게 된 단단함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게 그닥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평이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굳이 단단할 필요가 있을까? 인생의 풍파 속에서 흔들릴 때 쓰러지지않고 견디는 힘이 있다는 것이 절대적인 장점 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별다른 풍파없이 평이하게 잘 사는 사람들도 분명히 주변에 있다. 내 아이가 그렇게 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건데, 부모로서 내가 굳이 아이에게 단단해지길 가르쳐야할까? 



지금의 내가 이 정도의 단단함을 가지게 되기까지는 생채기 위에 또 상처가 나고 덧나고 덧나서 굳은 살이 베겨 온 과정이 있다는 말인데, 나는 내 딸이 굳이 나처럼 그렇게 상처를 안 입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한창 놀고 싶을 때, 멋부리고 싶을 때, 하고 싶은 것 못 하고 갖고 싶은 것을 못 가져 속상했던 어린 나의 감정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이 남아서 내 아이들만큼은 비슷한 감정이나 서러움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다. 



균형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이라도 자식에게 무조건으로 용돈을 주기보다 집안일을 도울 때 마다 금액을 책정해서 용돈을 준다거나, 등록금을 제외한 용돈은 자식이 스스로 벌어쓰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식의 경제관념을 잡아주고 물질을 쉽게 소유하는 것을 절제시키는 가정도 봐왔다. 



괜찮은 방법인 것 같긴한데 방청소 500원 설거지 500원 이런 식으로 아이가 매사에 계산적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나에게 빚독촉 하듯이 "이것 했으니 돈 내놔라" 성화일 것 같기도 하고, 이 알바 저 알바 해내는 게 힘들다는 걸 아니까 스스로 돈을 벌기에 스무살이 여전히 많이 어린 나이 같기도 하고...마음 같아선 경제관념이나 균형 따위 복잡한 생각 안하고 갖고 싶다는 것 해달라는 것 다 해주며 키우고 싶다. 



그러나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늘 딜레마에 빠져있고 이성과 감정 사이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주변도 돌볼 줄 알고,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잘 수행하고,연인과 이별하거나 친구와 갈등이 있거나 한번쯤 경제적으로 파산을 해도 쉽게 무너너지지 않고 견디어낼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데 [바라는 게 너무 많나? ㅋㅋ] 그러려면 아이에게 얼만큼을 결핍을 주면서 키워야하는걸까? 



적당하고 알맞은 결핍의 정도라는게 있기는 있는걸까?



겁도 없이 아이를 둘이나 낳아서 혼자 겪을 혼란을 넷이서 겪고 있다. 미안하다. 얘들아. 엄마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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