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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점코치 모니카 Nov 23. 2020

바다냄새 나는 장모님 김치

김치에 생갈치가 들어간다고??

고기를 구워 쌈을 싸먹을 때 파절이나 다른 채소 겉절이는 노터치. 호주인 우리 남편의 상추쌈에는 고기와 쌈장 푹 찍은 마늘 한 점, 마지막으로 김치 한 점만이 들어간다. 유명한 식당의 특제소스에 담근 양파장이나 파절이 맛집을 가도 남편의 상추쌈 동지는 항상 김치이다. 그 중에서도 그는 곧 음식물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야만 할 것 같은 새콤하다 못해 쉰내가 철철 나는 묵은지를 특히 선호한다.


유럽에서 오래 산 적이 있는 우리 남편은 피자 위에 올라가는 엔초비라는 이태리식 청어 젓갈을 아주 좋아하는데 한국에서 김장김치를 담글 때 넣는 통멸치 젓갈이 엔초비와 흡사한 맛이 난다며 한국에서 이태리를 발견했다며 기뻐했고 친정에서 김장을 할 때면 우리 친정 엄마 옆에서 시꺼먼 갯벌색이 나는 통멸치 젓갈을 넙죽넙죽 받아먹는 서커스를 선보인다.


서울로 대학을 가서 친구들에게 내 고향 포항에서는 차례상에 문어를 올린다거나 김장 김치에 생갈치를 넣는다고 이야기를 할 때 마다 타지역 친구들이 기함하곤 했었다. 그런데 해물 특유의 쿰쿰한 짠내를 좋아하는 우리 남편은 통멸치 젓갈 뿐 아니라 생갈치까지 넣은 포항김치가 그의 입에 잘 맞는지 친정에 갈 때 마다 'The best 김치 in the world.' 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드니 김치를 싸주는 우리 엄마의 어깨가 하늘로 승천한다.  


파란 배추잎 두 장은 커버용. 식용 아님.


파란 커버를 들추면 드러나는 포항 묵은지의 자태
소금에 절인 생갈치를 김장 김치에 투하 전 과 후

어릴 때 부터 나는 김치 속에 들어있는 갈치는 당연히 털어내고 김치만 먹은 후 마지막에 남은 갈치는 모아서 버리는 것으로 알았는데, 호주인 남편에게 시집을 가고 나니 남편이 김치 양념에 푹 절은 갈치만 속속 골라 먹는 통에 친정김치가 버릴 것이 없는 김치가 되었다. 


외식을 할 때면 서빙된 식당 김치 한 점을 맛보고 

"It is your style. It is too young." 이건 네 스타일이야. 김치가 너무 어려. 


"I like rotten old kimchi with the ocean smell." 나는 오션스멜이 나는 나이들고 썩은 김치가 좋아.


김치를 젊고 늙음으로 표현하고 오션스멜이 깃들어야 제대로 된 김치라는 이 남자. 나이가 들수록 간이 세고 비린내 나는 친정 김치보다 시원하고 아삭한 공장 김치가 솔직히 더 맛있는 나보다 더 포항스럽다. 









생갈치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kym5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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