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피아노 선생님
딸이 초1 입학 때부터 아파트 상가에 자리한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6개월 정도 후 학원이 팔렸는지 새로운 원장 선생님이 오셨다. 이전 선생님도 친절하고 다정한 분이셔서 아이가 선생님을 참 좋아했었다.
새로 오신 분도 아이가 바로 반해버릴 정도로 다정다감하셨다. 게다가 사업을 시작하는 입장이다 보니 더 열정적으로 파이팅 넘치게 학원을 운영하셨다.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주 5일 프로그램을 꾸려주셔서 아이가 재미있게 1년을 더 다녔다.
옆 동네로 이사를 하면서 피아노 학원을 옮기게 되었다. 마지막 날 아이가 지금 배우고 있는 책꾸러미를 받아왔다. 선생님이 쓴 메모가 있으니 내가 그걸 꼭 읽어야 된다고 아이가 강조했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단단히 일러두신 듯했다. 아이의 교재 표지에 테이프로 붙어있는 피아노 선생님의 손글씨 메모가 있었다.
선생님의 메모를 보고 생각이 많은 며칠을 보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기본만 잘 지켜도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일은 참 쉬울 수 있다.
그 기본을 하는 사람이 잘 없다.
나는 어떤가?
기본을 지켜왔나?
진심을 다해 사람들을 대했나?
나이를 먹을수록 대인관계에 더 노련해진 듯 보이지만
실은 더 지혜로워졌다는 허울로
안전만을 추구해왔다.
서툴러서 이런저런 실수는 잦았어도
계산 없이 마음을 다 내보이던 어릴 때에 비하면
지금 나는 마음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시간과 감정에 대한 효율을 추구하고
상처받지 않을 안전을 추구하다 보니
어느새 마음은 쏙 빼고 진심은 쏙 빼고 사람을 대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
선생님의 쪽지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와 헤어지는 아쉬움.
아이를 향한 관심과 사랑.
아이가 피아노를 지속했으면 하는 바람.
새로운 선생님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지도자의 열정.
1년 동안 아이를 꼼꼼하게 지켜봐 주었던 시선에 담긴 애정.
이 모든 것은 선생님이 기본을 지키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다.
쪽지에 적힌 선생님 모든 글자의 밑단에는
사람을 대할 때 스스럼없이 마음을 내어 보이는 태도가 스며있었다.
선생님은 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웬 아줌마가 혼자 감동을 받고 난리라고 당황하실지도 모르겠다.
그게 포인트다.
선생님은 늘 하던 대로 기본을 지켜온 것일 뿐이다.
기본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혼자서 뜨끔하고 반성한다.
누구에게는 기본인 것이
기본을 오래도록 잊고 산 사람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와 가슴속에 콱 박혔다.
소라 선생님 감사합니다.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