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할 수 없는 일

사람의 마음 얻어 소득 2배 만들기 (개도국 개발협력 현장이야기 #28)

by 라이프파인

제가 총괄하는 농촌 개발협력 프로젝트 결과 보고서에는 ‘판매수익 2배 증가’ '취약계층 농가 평균 10% 소득 증대'라는 성공적인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들은 프로젝트를 포기하려던 한 여성의 눈물, 처음으로 자기 명의의 땅을 갖게 된 농민의 떨리는 마음, 그리고 자신들의 힘으로 수익 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조합의 환희를 모두 담아내지는 못합니다.

지난 3년간, 저는 대한민국 정부(KOICA)의 지원으로 르완다 동부 지역에서 '스스로 서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AI가 전 세계의 농업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하는 시대입니다만 저는 현장에서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을 보았습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마을은 주민 40% 이상이 빈곤층이며, 그중 80%가 여성 농민인 곳입니다. 르완다 정부 보고서가 지적하듯, 이들은 ①불안정한 농지 소유권, ②농업 대출 기회 부족, ③필수 자원 접근의 어려움, ④영농 기술 교육 부재라는 4중고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과제는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수도 키갈리와의 접근성이 좋다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 '생계형 농업'을 '판매하는 농업(Commercial Farming)'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1. 사람에 투자: 80명의 신규 여성 농민들이 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토지 임차와 가입비를 지원하고, 리더십 훈련을 통해 스스로 조직을 이끌어 갈 10명의 리더를 양성했습니다. 회계, 회의법, 문서 작성 등 조합 운영의 기본부터 가르쳤습니다.

2.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 153명 조합원 모두에게 종자, 비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수확 후 품질관리까지 책임지는 현대 농업기술 교육을 2년간 294시간 진행했습니다. 나아가 컴퓨터 활용 교육으로 스스로 사업을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습니다.

3. 외부 세계와 연결: 지역 정부와 협력해 3ha의 추가 농지를 확보하고, 수출 전문기업, 친환경 유통기업 등과 계약재배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중간 상인이라는 중간자를 없애고 더 높은 수익과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한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농산물 판매수익이 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하였고, 그린하우스에서 재배한 고수익 작물은 협동조합의 매출을 3배로 늘려 중요한 자체 운영비 재원이 되었습니다.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는, 조합원들이 늘어난 수익 중 일부를 자체적으로 재투자하여 버섯 재배 시설을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외부 지원 없이도 스스로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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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AI 시대에 국제개발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기술은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할 수 있지만, 변화를 향한 '의지'와 '동기'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은 신뢰와 공감에서 나옵니다.

이제 AI가 전 세계의 농업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그 솔루션을 현장의 언어로 번역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실제 행동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몫입니다.

AI 시대, 우리는 현장에 무엇을 심어야 할까요?
최신 기술일까요, 아니면 변화를 이끌어갈 '사람'일까요?

저는 그 둘을 현명하게 연결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믿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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