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두 살배기 아이와 함께 르완다에 온 지 엊그제 같은데, 아이는 벌써 씩씩한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아프리카의 작은 개발도상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작은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는 시간은 더없이 소중합니다.
하지만 문득, 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세상을 알려주는 것도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르완다에서 자라며 아이는 자연스럽게 아프리카 현지인들의 영어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백인들이 영어를 쓰는 모습을 무척 신기해하며 "아빠, 저 사람도 영어를 할 줄 아네?"라고 묻곤 했습니다.
이 순수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우리 가족은 작년 7월 영어의 본고장인 영국으로 10여 일간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자연사박물관과 과학박물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 드넓은 공원에서 마음껏 뛰놀며 에너지를 발산했습니다. 특히 라이언킹 뮤지컬을 본 뒤에는 며칠 내내 사자 분장을 하고 뛰놀 정도로, 새로운 환경 속에서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하며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최근 아이와 함께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여러 나라에 대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들은 뭘 할 때 가장 신나?"
"난 새로운 데 가보고 싶어!"
아이가 가고 싶다고 손꼽은 나라들은 브라질, 이스라엘, 남극과 북극처럼 하나같이 모험이 필요한 곳들이었습니다. 일곱 살 아이의 순수한 호기심일 수 있지만, 그 마음속에 담긴 모험심을 통해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세계를 이끄는 G7(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국가들을 여행하며 다양한 나라를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4년간 개발도상국에서의 삶을 통해 얻은 교훈과 더불어, 선진국의 사회 시스템을 이해한다면 아이가 앞으로 세상을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 것이 잘 키우는 건지, 초보 아빠로서 고민도 많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만,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며 저 또한 함께 커가고 있습니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지도 위에서 아들과 함께 그려나갈 다음 모험의 좌표를 찍으며, 저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