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에 앞서, 저는 르완다 르와마가나 지역에서 4년간 농촌개발프로젝트 사업을 수행하며, 지역 협동조합과의 협력 및 지원을 통해 다양한 작물(토마토, 오이, 파프리카, 고구마, 옥수수, 줄기콩 등)을 재배하며 르완다 시골지역에 맞는 작물이 무엇인지 계속 찾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9년에 학술지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에 게재된 연구 논문(Eco-efficiency of tomato from Rwamagana district in Rwanda: From field constraints to statistical significance)을 분석 및 평가하며 이를 추후 르완다 내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여 공유합니다.
최근 개발도상국의 농식품 가치 사슬에 대한 정량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평가에 대한 공공 및 민간 의사결정자들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농식품 가치 사슬의 환경적 영향을 평가하는 가장 보편적으로 합의된 방법론인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의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 농업 시스템에 LCA를 적용하는 것은 농민의 경제적·교육적 수준, 다양한 지형 및 기후 조건, 인프라의 차이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높은 생산 시스템의 가변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서 LCA를 적용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여기에는 이해관계자들의 LCA에 대한 인식 및 역량 부족, 신뢰할 수 있는 통계 데이터 부족, 그리고 해외에서 위탁받아 수행되는 연구에 부과되는 시간 및 예산 제약 등이 포함된다.
본 연구(Eco-efficiency of tomato from Rwamagana district in Rwanda: From field constraints to statistical significance)의 대상지인 르완다 르와마가나 지역은 이러한 복합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는 르완다의 수도인 키갈리 시장과 인접 국가에 공급되는 중요한 소득 작물이지만, 높은 인구 밀도로 인한 소규모 경작과 구릉 지형으로 인한 심각한 토양 취약성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LCA를 적용하는 것은 의사결정자들이 가장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농업 관행과 재배 시스템을 식별하고 장려하는 데 특별한 중요성을 지닌다.
이에 본 연구는 르완다 르와마가나 지역의 토마토 생산 시스템을 대상으로 '밭에서 농장 출하까지(cradle-to-farm-gate)'의 LCA를 수행하였다.
연구의 구체적인 목표는
첫째, 재배지의 위치(습지/언덕)와 재배 시기(건기/우기)에 따라 전문가들이 분류한 재배 시스템 유형 간 환경 영향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둘째, 생태효율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투입 변수와 환경 영향의 주요 동인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규명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르와마가나 지역 토마토 생산의 생태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권고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본 연구는 개발도상국의 까다로운 제약 조건 하에서 신뢰도 높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체계적인 방법론을 적용하였다. 연구의 범위는 토지 준비부터 수확까지의 모든 농업 활동을 포함하는 '밭에서 농장 출하까지'로 설정되었으며, 환경 영향 평가의 정량적 기준이 되는 기능 단위는 '농장 출하 시점의 신선한 토마토 1kg'으로 정의되었다.
데이터 수집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총 15개의 토마토 재배지를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현장 방문과 설문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제한된 표본 크기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현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위치와 계절 조합에 따른 가장 전형적인 재배 시스템 유형을 선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계층화된 표본 추출 절차를 설계하여 데이터의 대표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환경 인벤토리 분석 과정에서 농지에서의 질소(N) 및 인(P) 배출량, 살충제 배출 등은 IPCC(2006) 보고서와 같은 국제적 기준을 활용하여 추정하였다. 특히 르완다의 구릉 지형 특성을 고려하여 언덕 재배지의 토양 침식으로 인한 인(P) 손실을 중요하게 반영하였다. 비료, 살충제 생산 등과 관련된 배경 데이터는 Ecoinvent 데이터베이스(v2.2)를 사용하였다.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ENVIFOOD 프로토콜에 따라 기후 변화, 담수 및 해양 부영양화, 담수 생태독성, 인체 독성, 자원 고갈 등 다수의 환경 영향 범주에 대해 평가를 수행하였다.
LCA 결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복합적인 분석 기법을 결합하였다. 먼저, 재배지들을 객관적인 그룹으로 분류하기 위해 혼합 데이터 요인 분석(FAMD)과 계층적 군집 분석(HCPC)이 사용되었으며, 분류된 그룹 간 환경 영향의 차이를 검증하기 위해 일반화 선형 모델(GLM)을 적용하였다. 또한, 생태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투입 변수를 식별하기 위해 주성분 분석(PCA)을 수행하였다.
1. FAMD는 재배지의 다양한 특성(위치, 계절, 환경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배지들 간의 유사성을 분석했습니다.
2. HCPC는 FAMD의 결과에 기반하여 재배지들을 세 가지 유형(G1, G2, G3)으로 객관적으로 분류했습니다.
3. GLM은 이 세 그룹 간에 환경 영향과 핵심 투입 변수(예: 물 사용량)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여, 분류된 그룹의 타당성과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높였습니다.
4. PCA는 재배 시스템의 에코 효율성을 좌우하는 주요 투입 변수들을 식별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 결과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모로코와 베냉에서 수행된 선행 토마토 LCA 연구 결과와 비교 분석을 진행하였다.
통계 분석 결과, 15개 토마토 재배지는 환경적 영향과 투입 프로파일 측면에서 뚜렷하게 구분되는 세 개의 그룹으로 성공적으로 분류되었다. 첫 번째 그룹(G1)은 주로 우기에 습지에서 재배되는 농지들로 구성되었고, 두 번째 그룹(G2)은 건기에 습지에서 재배되는 농지들이었으며, 세 번째 그룹(G3)은 주로 우기에 언덕에서 재배되는 농지들이었다. 이 결과는 위치와 계절에 기반한 전문가의 초기 유형 분류가 통계적으로 타당했음을 입증하였다.
그룹별 생태효율성 분석 결과, 세 그룹 간의 환경 영향은 대부분의 평가 범주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G3(언덕) 그룹이 담수 생태독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영향 범주, 특히 기후 변화, 산성화, 자원 고갈 및 인체 독성에서 가장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G3의 낮은 생태효율성은 근본적으로 낮은 수확량(습지 그룹의 절반 수준)과 언덕 지형의 고질적인 토양 침식 문제에 기인한다. 특히 침식으로 인한 인(P)의 유실은 G3 그룹의 담수 부영양화 영향을 다른 두 그룹에 비해 월등히 높이는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한편, 모든 그룹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는 담수 생태독성이었습니다. 이는 독성이 강한 살충제(프로페노포스, 사이퍼메트린)의 사용과 더불어, 살균제인 만코제브를 권장량의 10배에서 최대 100배까지 과도하게 사용한 관행 때문이었다. 이 문제는 건기 해충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농약 사용이 집중된 G2(건기 습지) 그룹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다. 또한, 건기 관개가 필수적인 G2 그룹은 수자원 고갈 측면에서도 G1 그룹보다 현저히 높은 영향을 보였으며, 실제로 평균 5배 더 많은 물을 사용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G1(우기 습지) 그룹은 대부분의 범주에서 가장 낮은 환경 영향을 보여 가장 친환경적인 재배 방식으로 평가될 수 있었다.
이러한 환경 영향의 차이는 각 그룹이 채택한 농업 투입 방식, 즉 '농업 스타일'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된다. 방사형 그래프 분석을 통해 각 그룹의 특징적인 투입 프로파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G2 그룹은 물(Water)과 독성 살충제(Profenofos, Cyper.) 축에서 유독 돌출된 모습을 보이며, 이는 건기 농업의 높은 관개 의존도와 병충해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특정 농약의 집중 사용을 시사한다.
G3 그룹은 다양한 비료(N.NPK, P2O5.NPK)와 유황(Sulphur) 축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값을 보여, 척박한 토양 환경을 보완하기 위한 과다 투입 경향을 나타냈다. 반면, G1 그룹은 방사형 그래프에서 가장 작은 면적을 차지하며 대부분의 투입물을 평균 이하로 사용하는 '최소 투입' 모델을 보여주었다.
결론적으로, 이 분석은 토마토의 생태효율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동인은 수확량이며, 이는 다시 재배지의 위치(언덕 vs 습지)와 계절(건기 vs 우기)이라는 핵심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본 연구 결과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로코 및 베냉의 선행 연구와 비교 분석한 결과, 르와마가나의 모든 그룹은 농약 과다 사용으로 인해 담수 생태독성 부문에서 비교 대상보다 월등히 높은, 최악의 영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G3 그룹은 낮은 수확량과 침식 문제로 담수 부영양화 및 자원 고갈 측면에서도 가장 부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비교는 르와마가나 토마토 재배, 특히 언덕 재배지의 환경적 취약성과 모든 재배 시스템에 걸친 농약 관리의 시급성을 객관적으로 부각시킨다.
본 연구는 제한된 데이터와 시간적 제약이라는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르완다 르와마가나 지역 토마토 재배의 생태효율성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재배지의 위치(습지 대 언덕)와 계절(우기 대 건기)이 환경 영향에 미치는 결정적인 역할을 통계적으로 입증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우기에 비옥한 습지에서 최소한의 자원을 투입하여 재배하는 방식(G1)이 생태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선택이며, 언덕에서의 재배(G3)는 낮은 수확량을 만회하기 위한 과다한 비료 투입과 심각한 토양 침식 문제로 인해 가장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모든 재배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는 독성 살충제 및 만코제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높은 담수 생태독성이었으며, 이는 특히 건기 재배(G2) 시 두드러졌습니다.
따라서 르와마가나 토마토 생산의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시급합니다.
첫째, 언덕 재배지를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여 계단식 경작, 멀칭, 혼작 농업 등 토양 보전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토양 침식을 막고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둘째, 건기 재배 시 효율적인 물 관리 기술을 보급하여 수자원 고갈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로서 체계적인 살충제 사용 교육과 관리를 통해 권장량을 준수하고 독성이 낮은 대체재를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나아가 본 연구는 이상적인 표본 크기를 확보하기 어려운 개발도상국 상황에서, 전문가 기반의 유형 분류와 통계적 분석을 결합하는 방법론적 접근이 농업 시스템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데 유효함을 입증하였다는 점에서 학술적, 실용적 기여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