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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파인 Feb 17. 2023

껍데기만 남은 사람, 알맹이를 채우고픈 사람

저는 어느덧 삼십대 중반을 넘어 후반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아내와 아이와 함께 산지도 벌써 2년이 되었고, 국제개발협력의 일환으로 기존에 하던 프로젝트는 현지 이양하고, 새로운 농촌개발협력 프로젝트도 선정되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도 가정도 모두 큰 문제없이 큰 탈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저는 항상 뭔가 쫓기듯 불안하게 걱정하며 살아갈 때가 더 많았습니다. 계획대로 살아가는 듯 보였고, 이루고자 했던 것들이 이뤄지는 경험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여전히 원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아내와 이러한 대화를 나눌때면, 항상 제게 하는 조언은 '상황에 지배되지 말자'였습니다.


저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사전에 미리 걱정하고 미리 계획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 이러한 일이 벌어질 지 모르니깐, 이렇게 준비해놓자.

- 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한 이유는, 이럴테니 이렇게 행동해야 겠다.

- 왜 저런 식으로 말할까? 저렇게 말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텐데.


등등등. 제 짧은 경험과 더 짧은 지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할 때가 많았고, 또 무지에서 비롯한 미래에 대한 계획으로 더 일이 꼬이거나 안될때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주된 원인은 저를 둘러싸고 있는 '일'들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회사 일을 하려면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하고, 결과분석하고, 보고하고. 이 모든 일을 혼자 한다고 생각하니 모든게 불안했고 모든게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아내가 혹시 아프리카 적응이 어렵다고 하지 않을까. 집안일에 혹시 어려움은 있는것 아닐까. 아이는 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는데, 정말 잘 다니는걸까. 혹시 친구들과 관계는 괜찮을까.


끝도 없이 몰아치는 생각과 고민은 결과 제 자신을 지치게 만들고, 이것은 긍정적으로 내 삶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좀 가만둬' 라는 공격적인 언행으로 몰아갈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올해 만큼은 이 '지배되는 삶'에서 '주도하는 삶'으로 변화를 이뤄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들이, 일단 매일 하는 일들을 체계화시키자 였습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하고, 육아하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들의 연속에서 루틴을 만들어내자는 것이었습니다. 루틴한 삶이 더 따분하고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보다는 그로 인해 나를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2주정도 진행해보니, 무엇을 하지 않아서 불안하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걱정된다는 무의미한 고민들이 조금은 덜 한듯 합니다. 물론 가끔씩 정말 갑자기 발생하는 문제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때가 있지만, 지배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 삶에 조금 더 집중하고,

나와 관계된 사람들을 한 번 더 바라보고,

그들과 함께하는 매일이 더 평온하고 감사하며 기쁘기 위해

저는 더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신경쓰려고 합니다.

이것이 결국 저를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껍데기만 남았던 나에서, 알맹이부터 채워지는 나로 변화되는 올 한해가 될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나에게 집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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