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의 비영리기관(NGO)에서 약 3년씩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졸업 후 첫 회사는 환경컨설팅으로 시작했지만, 그보다 더 현장감있는, 실제로 일이 되어가는 걸 보고 싶어서, NGO 분야로 옮겨왔지요.
첫 기관에서의 담당업무는 모금홍보였습니다. 비영리기관의 필수 부서라고는 하지만, 소형 NGO의 넉넉지 않은 재정 상황 때문에 몸으로 부딪혀가며 일을 배웠습니다. 인턴으로 시작해 정규직 전환이 되었고, 아프리카 10개국을 이동 진료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홍보 담당으로 역할하며 재정이 적어도 일이 되게 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돈이 부족해도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일은 앞을 향해 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돈이 많아도 동의하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면 결코 그 일이 긍정적인 결과로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기관에서는 홍보팀에서 근무하다가 해외 사회적기업 지원팀으로 옮겨 일했습니다. 이곳은 전 기관보다는 재정적인 여유가 있었습니다. 홈페이지 리뉴얼, 다양한 사회적기업가 인터뷰, 홍보영상 제작, 언론사 및 기자 관리, 매체 광고 등등.. 대기업 정도로 큰 규모의 홍보를 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다양한 브랜딩 홍보를 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기관 홍보의 기초를 쌓는 경험을 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좋은 콘텐츠(글 또는 기사)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생각과 인사이트를 주는 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기업가 10여 기관을 지원하면서, 홍보뿐만 아니라 기업이 지속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가 무엇이고, 잘 되는 기업과 잘 되지 않는 기업의 차이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기관을 통해 르완다로 파견을 오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기관을 통해 르완다로 현장실사를 오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내가 아프리카 이 작은 나라에서 살 것이라고는 상상도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만 했습니다.
불확실하고 해외살이가 괜찮은지는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지, 아이와 아내와 함께 살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지'.. 아내와 대화하며 '가보자'라는 결론을 내고 그로부터 1달 뒤 우리는 르완다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온 지 이제 만 3년이 지났습니다. 아이는 한국보다 이곳에서 산 기간이 더 오래되었네요.
초반에는 지역정부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직원들은 어떻게 상대하고, 프로젝트 기획은 어떻게 짜고, 수혜자에게는 어떤 지원을 마련하고, 주변 이해관계자와 또 르완다 내 한국인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등등 고민할 게 많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또 적응이 된 듯합니다. (물론 이러다 한 번씩 이해 안 되는 'This is Africa'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곳에 와서, 2개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종료해 현지 이양시켰고, 한국정부(KOICA) 사업을 기획부터 운영, 관리하고 있습니다. 작은 규모의 사업이지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5명 규모의 작은 팀을 관리하며, 성과를 착실히, 확실히 내고 있는 듯합니다.
개발협력 현장에 와보니 답은 결국 현장, 특히나 이곳의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양한 기관을 거쳐 이곳에 와보니, 제 커리어 상에 꼭 필요한 일들은 제가 거쳐 왔다는 것을 느낍니다. 힘들었던 시간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지만, 그 시간마저도 나에게는 도움이 되었던 듯합니다.
르완다의 작은 마을에서 농촌개발협력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오늘도 작은 변화의 씨앗이 이곳에 뿌려졌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