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으로 알게된 20가지
굳이 책이나 인터넷, 챗GPT를 찾지 않더라도 논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의외로 많다.
먼저, 일반인들은
1. 가짜 뉴스, 정보의 신빙성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가끔은 허위 논문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매체나 책에 비해 가장 높은 신뢰성을 요구받고, 전문가들로부터 검증받는다.
2. 분량이 짧다. 정보가 압축적이다.
10~20여 페이지 논문도 많고, 50페이지를 넘어가는 경우는 드물며, 100페이지는 아직 못봤다.
3. 읽는 방법만 알면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다. 사실상 없는 분야나 주제가 없다.
정말 이런 논문도 있을까 찾아보면 다 있다. 점, 타로, MBTI도 있고, 세대별로도 다양하게 연구되어 있다.
4. 특정 분야에서는 책 보다 가성비가 있다.
책을 구입해서 읽기에 경제적으로 부담스럽고, 시간이 없을 때는 논문이 훌륭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
5. 읽다보면 나도 써볼까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진짜 써보기 전까지는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형식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형식과 내용의 창작성과 파격은 논문에서 요구되지 않는다.
6. 논문을 표절한 사람들을 비겁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경기는 하고 싶지만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7. 논문 읽기와 글쓰기에 익숙해지면 논문을 진짜 써보게 된다.
대학원에 입학해서 졸업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논문을 쓰고 졸업하거나, 논문을 쓰지 않고 수료하거나… 많이 읽고 써봤던 사람들은 결국 논문을 써보는 것 같다.
8. 논문쓰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주변에 물어보면 공통적으로 그랬다.
9. 매순간 자괴감이 든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능력의 한계를 실감하며 자괴감이 들지만 이른바 '존버'만이 대책이다.
10. 내가 생각보다 논리적 글쓰기가 되지 않는걸 느끼게 된다.
대학 입시, 논술 시험, 직장에서 글쓰기... 수없이 많은 세월동안 논리적 글쓰기가 된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다르다는걸 알게된다.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들은
11. 지도 교수와의 끈질긴 인연이 시작된다.
시작은 웃었으나, 과정은 원망으로 바뀌고, 결과에는 다시 웃으며 감사하게 된다.
12. 평소 글을 잘 쓰던 사람들이 오히려 논문식 글쓰기에 애를 먹는다.
모 교수님의 말이다. 자유로운 글쓰기, 특유의 문체가 논리적인 글쓰기, 논문에서 통용되는 문체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13. 막상 직접 써보면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 중의 하나라는 걸 느끼게 된다.
생각보다 많이 고치고 다듬게 되는 까닭에 최종에는 처음에 썼던 초고의 문장은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된다.
14. 논문 쓴 사람들을 존경하게 된다.
누군가는 군대와 비교하기도 했다.
15. 쓰는 과정은 힘들지만 그 결과는 뿌듯하다.
인쇄되고 제본되어 나온 논문은 책장의 한 곳을 자리잡게 되고 주변에 조심스럽게 주기도 한다.
16. 인내를 해준 가족에게 감사하게 된다.
책이나 논문에서 저자들이 왜 그렇게 감사의 말을 남겼는지 이해가 된다. 대학원 공부와 논문 쓰기는 한 집에 사는 가족의 도움 없이는 1%도 나아갈 수 없다.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걸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해주고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된다. 그만큼 집안 일에 소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논문을 써야하는 분들은
17. 많은 논문들을 충분히 읽고 논문 주제를 정하려고 계획했다면
세상에는 서점에 있는 책 만큼이나 많은 논문들이 있다. 국내에서 유명한 한 논문 검색 사이트의 경우 4백만 편이 넘는 논문이 있다. 내가 관심있는 주제를 좁히고 관련 논문을 추려서 집중적으로 읽다보면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이 보인다. 그 틈이 나에게 주어진 기회일 수도 있다.
18. 공부를 충분히 한 뒤 논문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어차피 논문을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이나 논문을 심사하고 평가할 사람들은 평생 논문과 함께해온 학계, 교수들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아무리 공부를 많이해도 몇년 만에 깊이가 생길 수는 없다. 그들을 만족시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모든 것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만큼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빨리 마칠 수 있는 길이다.
19. 원하는 학교, 원하는 학술지, 지도 교수, 심사위원단이 답이다.
학문 분야나 학술지, 학교와 교수, 심사위원단에 따라 원하는 논문의 형식이나 내용, 구조는 전혀 다르다. 말하자면 모범답안이 없는 셈이다. 고시를 보고자 한다면 해당 기관이나 시험의 최근 기출 문제부터 풀어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빨리 공부하는 비결이다.
20. 혼자서 '끙끙' 앓을 필요는 없지만, 남의 말이 100% 정답도 아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학술 분야의 처음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논문 세계에도 자타가 공인하는 강호의 고수에서 전문가, 각종 노하우를 알려주는 분들이 많다. 전문가를 찾아가지 않고 유튜브만 검색해도 의외로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시험의 합격수기가 그렇듯 너무 많은 '그들의 합격기'는 나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모두가 자신이 성공한 방법을 노하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만의 참신함은 모범 답안에 익숙해진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상아탑에 신선함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은 것
논문은 왜 검은색 딱딱한 하드커버에 무겁고 큰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인터넷과 서버가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 논문을 읽어야 했던 분들을 존경하게 된다. 라면을 끓이거나 컵라면 덮을 때 생각나는건 나만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