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하고 모순된 자아를 긍정하는 마음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2016년에 조성모가 리메이크했다)라는 노래를 좋아했다. 그 가사 중에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구절이 있다. 난 예전부터 일관된다거나 한결같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좀 마음에 안 들었다. 내 마음이 한 가지가 아닌데 어떻게 진술이 일관되고 사람이 한결같을 수 있을까. 우습지만 우리 마음이 한 갈래가 아니고 여러 갈래임을 누군가가 확인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밥때가 되어 밥을 먹으러 나갈 때 고민에 빠지게 된다. 무얼 먹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짜장이냐 짬뽕이냐 하는 오랜 역사를 가진 고민부터, 한식을 먹을지 아니면 일식을 먹을지, 구이를 먹을지 아니면 탕을 먹을지, 물냉면을 먹을지 아니면 비빔냉면을 먹을지 끝없이 고민한다. 밥을 먹고 나서도 커피를 마실지 아니면 차를 마실지, 아이스로 먹을지 아니면 따뜻한 걸로 먹을지, 중간에 아이스크림 가게라도 보이면 아이스크림을 먹을지 말지... 끝없는 고민의 연속이다.
이렇게 고민하는 이유는 내 마음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기 때문이다. 실은 많은 경우에 둘 다 혹은 셋다 먹고 싶기 때문이다. 메뉴의 선택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은 종종 두 가지 상반된 지향을 동시에 갖는 경우도 많다. 때로는 좋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가 때로는 마냥 편하게 살고 싶다. 때로는 더없이 이기적이다가, 때로는 이타적이기도 하다.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싫어하기도 한다. 혼자 있고 싶기도 하고, 같이 있고 싶기도 한다. 나만 잘 살고 싶기도 하고, 공존하고 싶기도 하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기도 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고 싶기도 한다.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훌륭한 점도 있고, 너무 부끄러워 입 밖에 꺼내지 못하는 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