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트럭 Apr 24. 2016

시대를 초월한 천재뮤지션 프린스를 추모하며

포트럭이 들려주는 소소한 이야기 (2)

4월 21일, 프린스가 세상을 떠났다. 몇 자라도 적어야 할 것 같아 컴퓨터를 켰다.




음악을 좋아하던 삼촌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팝 음악을 접하게 됐다. 삼촌은 비틀스, 레드 제플린, 딥 퍼플 등 주로 70년대 음악을 좋아했는데 그러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음악을 듣게 되었고, 음악의 매력에 홀랑 빠져 버렸다. 그래서 어릴 적 나의 꿈은 음악 평론가..


김광환 등 팝 칼럼이스트 들이 쓴 책을 사서 탐독하기 시작했다. 시대별 장르별 팝 음악을 줄줄 꿸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그 음악들을 하나 둘 사 모으며 열심히 들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음원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시기도 아니었고, 검열이 심해 금지곡도 많았는데, 정작 듣고 싶은 음악들은 신기하게도 금지곡인 경우가 많았다.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어 진다고, 금지곡들을 구하기 위해 세운상가에 가서 어렵게 빽판을 구해 듣던 기억이 생생하다. 1980년대 말의 일이다.


당시 마이클 잭슨의 인기는 엄청났다. 앨범이 나오면 바로 차트 1위였고, 판매량은 신기록을 수립했다. 그런데, 팝 관련 책을 보니 그런 천하무적의 마이클 잭슨에게 라이벌로 꼽히는 인물이 있다는 거다. 그가 바로 프린스였다. 본명은 프린스 로저 넬슨. (프린스가 예명이 아니다. 자뻑 스타일은 맞지만...) 나이도 마이클 잭슨과 동갑. 1958년에 두 개의 태양이 떠오른 것이다.



프린스의 음악을 듣고 싶어 레코드 가게에 갔지만, 구할 수 없었다. 앨범 자체가 금지 앨범이었던 거다. 그렇게 프린스는 한동안 내 뇌리에서 잊혀졌다.


 대학시절, 과외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고등학생을 가르쳤는데, 참 특이한 아이였다. 지금으로 말하면 덕후 기질이 충만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책꽂이에 떡하니 프린스 앨범이 꽂혀 있는 거다. "Diamond and Pearls". 1991년 발매된 앨범이다. 당장 빌려서 집에 가 들었다. 정말 문화 충격이었다. 이건 뭐 온통 장르의 짬뽕이었고, 아주 에로틱했다. 한동안 프린스의 음악이 금지됐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음악이 너무 특이해서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지만 묘한 매력에 계속 끌렸다. 그리고 그 유명한 "Purple Rain" 이란 앨범을 구입했다. 자타공인 프린스 최고의 명반, 아니 팝 역사상 손꼽히는 명반이다. (빌보드 앨범 차트 24주 연속 1위에 1,3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특히 동명의 타이틀곡 Purple Rain은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로, 언제 들어도 감동이 밀려오는 대곡이다.  

프린스가 출연헸던 자전적 영화 "Purple Rain"의 OST 이기도 하다.



프린스는 천재 음악가다. 재즈 뮤지션이었던 부모의 유전적 DNA도 물려받았다. 독학으로 수많은 악기를 마스터했지만, 특히나 기타와 베이스 기타는 자존심 강한 당대의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도 인정할 정도였다. 팝, 록, 재즈, 펑크, 일렉트로닉 등 온갖 장르를 자유자재로 다루었고 엄청난 양의 곡을 만들어 댔다. 앨범 발매를 더 원하는 프린스와 희소가치를 위해 앨범 발매를 줄이자는 소속사 간 분쟁이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로 인해 프린스는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는 기호를 결합해 만든 독특한 문양으로 앨범을 내기 시작했다.)

프린스를 상징하는 기호 (남성, 여성기호를 결합했다)



  


그런데 이러한 프린스의 키는 157cm에 불과했다. 평소 워낙 높은 하이힐을 신고 다녀서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됐는데, 뮤직비디오나 라이브 공연에서 그 높은 힐을 신고도 춤과 퍼포먼스를 자연스럽게 하는 걸 보고 정말 감탄을 했다.


하지만 키가 뭐가 대수란 말인가. 그 키로도 마돈나, 킴 베이싱어 등 당대 톱스타와 숱한 염문을 뿌리고 다녔으니 말이다. 결혼은 자신의 백댄서였던 마이테 가르시아와 하게 됐는데, 그 유명한 명곡 "The Most Beautiful Girl in the world" 가 바로 가르시아에게서 영감을 얻은 곡이라고 한다. 하지만 둘 사이에 태어난 아기가 태어난지 1주일 만에 사망하는 슬픈 일을 겪기도 한다.


프린스의 공연은 특출한 연주 실력과 독창적이고 에로틱한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그런데 내가 본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07년 NFL(미식축구) 결승 하프타임 공연 실황이다. (NFL은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로, 결승전 하프타임 공연은 아무나 서는 무대가 아니다. 그야말로 당대 최고 뮤지션만 서는 무대다.)


그 날은 비가 엄청 왔다. 스텝들은 안전을 걱정했지만 프린스는 프로였다. 당당히 무대에 올랐고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와 연주를 했다. 그리고 공연의 마지막 곡은 바로 Purple Rain. 마치 이 노래를 위해 비가 내리는 듯했다.   

정말 멋있었던 2007년 NFL 하프타임 공연. 자신의 상징을 본딴 기타를 노래마다 다른 색으로 바꿔가며 연주했다. 마지막 곡 Purple Rain의 기타는 당연히 보라색.





프린스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금년 57세. 나폴레옹이 말했던가, 하늘을 기준으로 키를 재면 자신은 누구보다 큰 거인이라고. 신은 그렇게 자신의 기준에서 누구보다 크고 위대했던 한 사람을 시샘해 데려갔다.


누가 또 프린스와 같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그만큼 프린스는 독보적인 뮤지션 이었다. 이제 하늘나라에서 먼저 간 아들을 만나겠지. 그리고 그곳에서 비와 바람과 새들을 통해 우리에게 Purple Rain 같은 아름다운 곡을 또 들려주겠지.






PS) 프린스의 2007년 NFL 공연 하이라이트입니다. 링크가 안되면 주소창에 붙여 넣어서 꼭 보세요. https://youtu.be/ylXKpn9cgsM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를 키운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