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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트럭 Aug 14. 2017

독립영화가 소중한 이유

포트럭이 들려주는 소소한 이야기 : 영화 편(1) 

블록버스터 영화의 경제학


얼마 전 군함도의 스크린 독점이 이슈였습니다. 개봉 상영관 수가 2,168개 였는데 2,000개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네요. 사실 블록버스터 영화의 스크린 독점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지요. 


물론 저도 블록버스터 영화를 좋아합니다. 엄청난 자본을 투자해서 스타 배우들을 동원하고 화려한 장면을 구현해 내니까요. 


규모의 경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만약 내가 쏘나타 자동차를 직접 만든다면 R&D 비용은 제외하고도 수억원이 들 겁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에서 자동화 설비로 대량 생산을 하면 2,000만원대에 만들 수 있겠지요. 


단, 이러한 대량생산은 동일한 쏘나타를 구매할 소비자가 다수 존재해야 가능합니다. 달리 말하면, 다수의 소비자가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되지요. 그러려면, 대중의 보편적인 취향을 고려해 만들어야겠네요.


블록버스터도 마찬가집니다. 내가 군함도 같은 영화를 직접 만들어서 보려면 220억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군함도를 볼 것이라고 기대되는 관객이 7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군함도의 손익분기점이 700만명이라네요.) 영화제작사가 류승완 감독처럼 솜씨 좋은 감독을 기용해서 투자를 받아 만들겠지요. 그러면 관객들은 단돈 만원에 220억원짜리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영화 군함도는 촬영을 위해 실제 군함도 크기의 2/3 규모로 세트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관객들은 위와 같이 실감나는 장면을 볼수 있게 되었네요.   



그런데, 7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려면 쏘나타의 경우처럼 대중의 보편적인 취향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웃음코드에 로맨스도 좀 넣고, 극적인 반전에 신파스런 감동을 버무려 해피엔딩으로 끝냅니다. (군함도도 해피엔딩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있지요.) 배우 선정을 할 때도 티켓파워를 우선순위로 고려해야 할 겁니다. 


할리우드면 몰라도, 시장이 작은 국내 영화판에서 블록버스터가 실패하면 감독은 다음 작품을 기약할 수 없으니까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후 장선우 감독의 연출작은 아직 없습니다.) 



그렇다면 독립영화란? 


이제 블록버스터와 독립영화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블록버스터를 거대 자본력을 갖춘 프랜차이즈인 맥도널드라고 한다면 독립영화는 동네 수제버거 가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맥도널드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핵심 상권의 요지에 커다란 매장을 차리고, 보편적인 레시피를 개발해 많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햄버거를 만들어 판매합니다. 


수제버거 가게는 맥도널드만큼 많은 손님을 기대할 필요는 없으니, 임대료가 싼 골목에 맥도널드보다 작은 매장을 내도 되겠지요. 맥도널드만큼 투자비가 들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다양한 메뉴 개발도 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특정 고객층을 대상으로 차별화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보편화된 맛이 아니다 보니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습니다. 정말 맛있게 먹고 지인에게 추천했는데 핀잔을 들을 수도 있을 겁니다. 제대로 된 정보 없이 갔다가 음식 퀄리티에 실망할 수도 있지요.  


이것이 바로 독립영화입니다.



독립영화가 소중한 이유 


독립영화가 소중한 이유에 대해 몇 가지 관점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영화예술 측면입니다. 


독립영화는 기대 관객수가 적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동성애, 종교 비판, 청소년 가출/비행, 정치적 이슈 등 상업영화에서 논하기 어려운 주제를 다룰 수 있습니다. 예술의 특성인 다양성이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우니 감독의 의도대로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홍상수, 김기덕, 켄 로치, 마이클 무어 감독이 독립영화를 고집하는 이유겠지요. 



두 번째, 영화산업 측면입니다. 


거대 자본이 투자되는 상업영화는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검증된 작가, 감독, 배우들을 활용합니다. 제작편수도 많을 수가 없겠지요. 그러다 보니, 상업영화만으로는 영화산업의 인프라가 탄탄해 지기 어렵습니다. 


이에 반해 독립영화는 신진감독, 작가, 배우들이 실력을 갈고닦는 무대가 되기 때문에 영화 산업의 뿌리와도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호 유기적 역할이 중요한 것처럼, 영화산업도 상업영화와 독립영화가 상생의 관점에서 공존해야 합니다. 



세 번째, 영화 관객 입장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상업영화는 당시 유행하는 서사구조나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비슷비슷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독립영화는 차별화된 주제와 개성 있는 전개로 영화 관객에게 독특한 감동을 부여합니다. 적은 자본으로 다수의 편수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양적 측면에서도 관객에게 선택의 폭을 제공하지요. 




이런 이유 때문에 독립영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독립영화가 상영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스크린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영화계의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아울러 우리 관객들이 독립영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극장을 찾는다면 배급사와 상영관이 더 많은 독립영화를 상영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그래서,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앞으로 제가 감상한 독립영화 중 인상 깊었던 작품을 추천할까 합니다.  오늘은 2013년 개봉한 "코알라"라는 영화입니다. 



"실패해도 좌절은 없다. 아름다운 꽐라 3인방"

출처 : 네이버 영화 


앞서 독립영화를 동네 수제버거 가게에 비유했는데요. 이 영화를 생각하면서 글을 쓰다 보니, 그런 비유가 나온 것 같네요. 영화에는 3명의 젊은이가 등장합니다. 비전 없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동빈, 오디션만 200번넘게 떨어진 배우 지망생 종익, 그리고 알바로 살아가는 우리가 바로 그들입니다.


만만찮은 사회 현실에 직면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요즘 젊은 세대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동빈은 회사를 나와 절친인 종익과 창업을 결심하는데요. 평소 알고 지내는 유명 셰프의 도움으로 "버거보이"라는 수제버거 매장을 오픈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직원으로 들어오게 되지요. 


하지만 역시나 세상은 만만치 않은 지라 가게는 텅텅 비고, 조금 장사가 되는 듯 하자, 버거 패티를 공급해 주던 셰프는 패티 가격을 올려 버립니다. 결국 패티를 포기하고 신메뉴 개발에 고심하는데요. 일이 조금 풀리는가 싶더니 다시 매장이 가압류되는 등 이들 앞에는 계속되는 시련이 닥칩니다. 


그때마다 셋은 밤새 술을 진탕 마시며 고민하고 괴로워 하지만 날이 밝으면 다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영화 제목인 "코알라"는 밤새 술을 마시고 꽐라가 되는 주인공들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이렇게 술을 마시고,,,
다음날 취한 사람 얼굴에 이렇게 장난을 칩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궁금하시면 직접 보시기 바랍니다.ㅎㅎ


이 영화의 감독인 김주환 씨는 이 영화를 통해 역량을 인정받았고, 이후 상업영화의 연출을 맡게 되는 데요. 최근 개봉한 "청년 경찰"(박서준, 강하늘 주연) 이 바로 그 영화입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우리 역을 연기한 박진주 씨도 이후 영화와 TV 브라운관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분입니다. (질투의 화신, 오간호사)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코알라"라는 독립영화를 통해 재능있는 감독, 배우가 발굴된 것이지요. 그리고, 청년 실업, 창업 등 상업영화에서 다루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도 현실적으로 다루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어떠신가요? 독립영화에 관심이 좀 높아 지셨나요?


이상으로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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