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럭이 들려주는 회사생활 이야기 : 기업의 CSR 2편
지난번에 이어 기업의 CSR 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해볼까 합니다. 요즘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의 속도가 이를 해결하는 속도보다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 갈등은 당연히 심해지겠지요? 경제 성장으로 사회 전체의 부는 증가하지만 정보나 자본을 독점한 소수에 부가 편중되는 양극화도 가속화됩니다.
이러다 보니 소외계층은 점점 증가하고, 국가가 오롯이 문제 해결을 감당하기에는 벅찬 상황이 되었습니다. 기업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는 시대가 된 겁니다.
사회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대기업이 가장 적극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텐데요.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대기업이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면 될까요? 글쎄요...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기업의 미션 달성을 위해 경제적 가치 추구를 최우선시해야 하니, 대기업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청정모델만을 추구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방법은 어떤게 있을까요?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또는 높을 것 같은)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기지요. 과연 어떤 기업이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지(또는 높을 것 같은지)를 측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SK가 이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오랜 세월에 걸쳐 정교화되어 스탠더드가 정립되어 있습니다. 기업의 자산, 부채, 자본, 매출, 비용, 손익 등을 바탕으로 NOI, ROE, PER, BPS 등 여러 가지 수치화된 지표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지표들은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상에 표현되지요.
사회적 기업의 가치, 즉 사회적 가치도 경제적 가치처럼 수치화해야 비교 평가가 가능해질 겁니다. SK가 바로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사회적 기업을 평가하고, 다양한 투자 지원을 합니다. 평가방법을 잠시 살펴볼까요?
평가항목은 크게 4가지입니다.
1. 일자리 창출 성과 (취약계층이 사회적 기업에서 일자리를 갖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소득 증가분과 고용의 질적 향상)
2. 사회서비스 제공 (취약계층에게 조금 더 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싼 값에 제공)
3. 환경문제 해결성과 (친환경적인 생산방식과 환경오염 개선활동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편익 제공)
4. 지역 생태계 문제해결(낙후지역의 경제적, 환경적 개선과 발전에 기여)
SK는 평가지표 개발을 위해 수십차례의 전문가 토론을 실시하고, 사회적 기업 현장방문과 실측을 통한 기업들의 합의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이렇게 도출한 평가방법으로 기업별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 해서 지원할 기업을 선정하고, 투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KAIST와 협업해 MBA 과정을 개발, 사회적 기업에 부족한 경영 노하우, 사업화 방법, 인재육성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투자금 지원은 3년에 걸쳐 지급됩니다. SK가 개발한 평가지표로 사회적 성과를 측정해 첫해는 사회적 성과액의 25%를 지급합니다. 2년차에는 사회적 성과액의 15%를 지급하되, 전년대비 늘어난 성과액의 25%를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합니다. 3년차에는 사회적 성과액의 10%와 전년대비 늘어난 성과액의 30%를 지급합니다.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 라고 했습니다. SK는, 그저 적당한 곳에 일회성으로 기부하던 기존방식을 탈피해 사회적 성과를 수치화 하고, 몇년에 걸쳐 수치화된 성과에 따라 체계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해 사회적 기업의 자립과 성장을 추구했다는데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며,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오랜시간과 노력이 수반되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일을 SK가 해 나가고 있는 것이지요. SK의 사회적 가치 지표가 더 정교화 되고 경제계와 학계에서 두루 인정받는 수준까지 진화한다면, 기업의 가치평가에 경제적 가치 지표와 함께 쓰일 수도 있겠지요.
SK는 이러한 지원 외에도 사회적 가치 추구를 위한 자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정관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내용을 부가하고, 직원 마인드 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세미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기업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SK가 이렇게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게 된 것은 기업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의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회장은 각종 학회, 세미나에 참석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 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 이라는 저서를 발간했을 정도로 상당한 지식도 갖추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별 관심이 없던 SK라는 기업과 최태원 회장에 대해 최근 깊은 호감이 생겼습니다. 아마 저와 같이 느끼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이처럼 CSR활동은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PI(President Identity, CEO 이미지) 개선에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최태원 회장도 일정 부분 이런 효과를 노렸겠지만, 아무려면 어떻겠습니까?
이상으로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